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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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 사태, 비방용 개그가 세상으로 나왔을 때 [기자수첩]

기사입력 2015.04.29 09:00

김경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민 기자]

개그맨 A: 이 언니 몸매 봐. 팔~
개그맨 B: 저게 무슨 8등신이야?
개그맨 A: 아니~ 팔겹살. 저런 몸으로 어떻게 살아가니?
 
실제로 과거 한 공개 개그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여성 방청객을 앞에 두고 벌인 개그다. 글로만 놓고 봤을 때, 명백히 여성의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이다. 심지어 당사자를 앞에 두고 벌인 행위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는 웃음만 흘렀다. 개그맨 A와 B도 이 같은 개그를 한 후 연신 죄송하다며 방청객의 손을 잡았다.
 
장동민과 유상무, 유세윤이 인터넷 방송서 한 막말에 대해 공개 사과를 했다. 그들을 옹호하고 잘못을 덮자는 것은 아니다. 삼풍백화점 사태 생존자들을 비하하고 여성에 대해 속어를 써가면서 막말을 한 것은 욕을 당연히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한번쯤 개그 프로그램 방청, 혹은 대학로에서 하던 개그 콘서트 등 을 가본 이들이라면 본녹화에 들어가기 전에 벌어지는 '비(非)방용' 개그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특정 대상을 단정지은 삼풍백화점 희생자 비하를 제외한 발언의 경우 비방용 개그의 소재로 다수 사용되던 것들이다.

 
'비방용' 개그는 관객이 본방송을 접하기 전 워밍업 운동으로 보면 된다. 방송 녹화전이라 소품은 일체 준비되지 않는다. 그저 입담으로만 웃겨야 한다. 부랴부랴 자리에 앉아 긴 시간 녹화를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의 흥을 돋우기 위한 자리라 부담 또한 크다. 강해야 하고 한번에 웃겨야 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성적농담, 혹은 사회 비판이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방청객이 직접 볼 수 있는 또 다른 방청객이 개그의 요소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 '비방용' 개그에서는 심의규정에 준수해야하는 방송용 개그와는 달리 더 적나라하고 자극적이다. 성적인 농담은 기본이고 특정 인물에 대한 희화화도 벌어진다.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는 이런 '비방용 개그'의 대가 들이다. 수십명의 작가가 붙어 대본이 잘 짜여진 공중파 개그프로그램과는 직접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케이블 개그 프로그램에서 활동을 한 이들 아닌가?
 
그들이 최근 출연 중인 tvN '코미디 빅리그' 리허설에서 만난 옹달샘은 서로 욕설에 서로 폭행도 마다하지 않는다. 애드립에서는 PD까지 개그의 소재로 이용한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것은 20%도 되지 않는다. 재미는 대단하다. 방송여부? '비방용'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수위다. 절대 공개 석상에서 보여져서는 안 된다. 그냥 현장에서 관계자들끼리 웃고 떠들고 하면 된다.
 

옹달샘의 잘못은 명백히 공개된 기록매체에 자신들의 비방용 개그를 남겼다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팟캐스트는 공중파 방송사와 같은 잣대를 갖게 된다. 손쉽게 공유가 가능하다. 어떤 심의와 시청자 지도를 거치지도 않는다.
 
"방송을 만들어가고 청취자들과 가깝게 소통하고 더 많은 분들에게 큰 웃음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웃음만을 생각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발언이 세졌습니다. 좀 더 격한 발언을 찾게 됐습니다. 그 웃음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안일한 생각을 했습니다"는 장동민의 발언은 콘텐츠의 파급력과 그 책임을 망각한 대중예술인들의 일면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번 옹달샘 사태는 PD나 작가, 혹은 시청자 위원 같은 통제를 거치지 않은 비방용 개그가 세상에 나왔을 때의 파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개그를 콘텐츠로 본다면 그 사용 장소는 명백히 구분되야 한다. 19금 영화를 KTX열차상영관에서 틀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자유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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