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12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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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차이나타운', 지독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지다

기사입력 2015.04.21 07:02 / 기사수정 2015.04.21 01:23

조재용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재용 기자] '모녀'로 만난 김혜수와 김고은. 두 사람의 관계는 어딘지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차갑지만은 않다. 상하 관계도, 물리적 모녀관계도 아닌 이 '묘함'이 극 전체에 휘몰아친다.

영화 '차이나타운'은 지하철 10번에 버려져 이름이 일영(김고은 분)인 아이가, 차이나타운에서 엄마(김혜수)라 불리는 여자를 만나는 것에서 시작된다. 엄마는 일영을 비롯해 자신의 필요에 의해 아이들을 거둬들이고 식구를 만들어 차이나타운을 지배한다. 그리고 일영은 엄마에게 없어서는 안될 아이로 자란다. 그러던 어느 날 일영 앞에 악성채무자의 아들 석현(박보검)이 나타나면서 일영의 운명에 서서히 변화가 나타난다.


'차이나타운'은 여성 캐릭터를 내세운 범죄 드라마답게 시종일관 어둡다.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곳'이란 글귀가 적힌 포스터 부재가 으스스한 분위기를 감돌게 하는 가운데, 김혜수는 등장과 함께 푸석한 머리와 까칠한 피부, 강렬한 눈빛으로 한 아이를 향해 "너 왜 태어났니?"라고 나지막이 이야기하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후 엄마와 일영의 묘한 관계가 서서히 베일을 벗으며 궁금증은 더욱 증폭된다.

극의 대부분을 이끄는 엄마와 일영은 실제 모녀지간은 아니지만, 두 사람은 운명의 궤를 같이하며 묘하게 엮여있다. 일상적인 모녀간의 애정과 증오로는 설명할 수 없고, 두 사람간의 친근한 대화나 환한 웃음도 없지만, 각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서로를 의지한다.

'차이나타운'은 초반부터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지 않고, 캐릭터간의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운명'이라는 키워드를 풀어나간다. 에피소드가 이어질 때마다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고, 자연스럽게 엄마와 일영의 관계에도 힘이 실린다.

특히 일영 역 김고은의 감정변화를 지켜보는 일은 매우 흥미롭다. 그는 처음 지하철 보관함 10번에서 나올 때부터 극이 끝나는 순간까지 결코 웃는 법이 없다. 마음 속 울림을 주는 석현의 등장에도, 그는 웃지 않는다. 그러면서 김고은은 관객들에게 자신의 심리에 대한 물음을 계속 던진다.

또한 김고은은 무표정 속에서 미세한 변화로 자신의 감정을 살짝 들어내며, 인간적인 면모와 작은 균열이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이 밖에 액션연기와 박보검, 고경표, 이수경 등 주변 인물들과의 호흡도 무난하게 해낸다.

반면 강렬한 변신을 보여준 엄마 김혜수는 조직을 일구는 보스 역할의 강인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비정한 세계에서 보스로 군림하기 위해 그는 두둑한 뱃살과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카락, 거침없는 말투로 대체불가 아우라를 내뿜는다. 그는 대사마다 전해지는 묵직한 존재감과 카리스마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한준희 감독의 '차이나타운'은 어둡지만, 그 속에는 우리들의 일상적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둠의 세계를 그들만의 생존방식으로 살아온 두 사람의 이야기가 긴 여운을 남긴다.

한편 영화 '차이나타운'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조재용 기자 jaeyong2419@xportsnews.com

[사진= '차이나타운' ⓒ CGV 아트하우스]



조재용 기자 jaeyong241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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