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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님께 팬들의 사랑이 모인 24만원을 전합니다

기사입력 2015.04.01 06:08 / 기사수정 2015.04.01 07:03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돈이 모든 것의 척도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때로 액수가 사람의 마음을 대신 알려주기도 한다. 결혼식 축의금처럼 애정의 크기가 돈에 담기는 사례가 그렇다. 

차두리(35)의 은퇴에도 감사비(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돈)를 전하면 어떨까했다. 축구팬들은 얼마만큼의 감사비를 전할 지에도 궁금증이 생겼다. 차두리가 14년동안 보여준 활약과 그 가치에 대한 감사비는 팬들의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마음을 조금 더 구체적인 수치로 표현하고 여러가지 의미들을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엑스포츠뉴스는 직접 뉴질랜드전을 찾거나 본 축구팬 30명을 대상으로 '차두리에게 감사비를 낸다면 얼마나 낼 생각인가'를 직접 물어봤다.

0원에서 만원까지, 모두 애정이 담겼다

감사비의 최대치는 만원으로 정했다. 그 이상, 1억, 10억 등 높은 액수의 감사비를 전하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제한을 두지 않으면 끝도 없이 액수의 단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만원 안에서 답변을 들었다.

그러자 재미있는 현상들이 나왔다. 만원 안에서 다양한 액수의 감사비들이 축구팬들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단순치 차두리 선수의 높은 인기도를 감안해 전원이 만원을 외칠 것이라는 추측도 개인적으로 가졌지만 실제는 전혀 달랐다. 0원부터 만원 사이 다양한 액수들이 불렸지만 모두 같았던 점은 차두리에 대한 애정이 담겼다는 것이었다.

30명의 축구팬들이 전하고 싶은 감사비를 모두 합산한 결과 23만 5천438원이 모였다. 최대 액수인 만원이라고 답한 사람은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외에도 차두리의 배번 22번의 의미를 담은 2200원, 만원보다 부족한 액수만큼 앞으로도 더 한국 축구에서 일해주기를 바란다는 8000원, 5000원 등과 은퇴 번복의 가능성을 남겨둔 9999원, 차두리의 가치를 환산할 수 없다던 0원까지 차두리를 향한 팬들의 사랑이 모였다.



우리가 차두리와 이별을 맞이한 자세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뉴질랜드전을 앞두고 팬들에게 전설과 이별하는 멋진 모습을 부탁했다. 그는 "축구팬들도 차두리와 같은 레전드와 이별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아낌 없는 박수갈채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2015년 3월31일 차두리가 떠나던 날 경기 시작전부터 한국 축구팬들은 여러가지 활동과 자세로 그와 이별을 맞이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차두리가 경기장을 떠나기 전 은퇴식이라는 이름으로 헤어지기 위한 순서들이 이어졌지만 사실은 모두 그를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서 마련된 것들이었다.


가장 먼저 기념 카탈로그가 경기장에 등장했다. 축구팬들의 손에는 특별한 카탈로그가 쥐어졌다. 그곳에는 차두리를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일대기가 그대로 기록되어 있었다. '차두리 고마워'라는 나지막한 인사말 아래에는 차두리가 14년동안 뛰었던 A매치 전적들이 적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추억에 잠기게 했다.

팬들 사이에는 배번 22번, 이름은 차두리로 적힌 대표팀 유니폼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대부분 붉은 색 옷을 입고 하나된 마음으로 42분동안 그라운드를 누빈 차두리를 향해 플래카드를 펼치는 것은 물론, 이름 석자를 연호했다. 전광판에 42분이 찍히고 차두리가 그라운드를 빠져 나갈 때에는 경기장을 메운 33,514명 관중들이 곳곳에서 기립해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내기도 했다.



감사비와 특별한 메시지들 전달

차두리는 은퇴경기가 끝난 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스스로를 "정말 복 받은 사람이다. 항상 감사하며 살아가야 한다"면서 "운동장에서 많은 분들의 함성, 영상에서의 메시지를 보며 한 것 이상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부끄럽고 미안했다. 정말 행복한 축구 선수구나라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보는 이들도 모두 아쉽지만 차두리는 대표팀과 하루동안 아름답게 작별했다. 기자회견을 끝으로 대표팀을 마무리한 그는 웃는 얼굴로 두 손을 흔들면서 자리를 빠져나갔다.

아직 차두리의 축구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소속팀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올시즌 K리그 무대를 누빈다. 팬들에게는 남은 기간에 국내에서 태울 것으로 보이는 차두리의 마지막 불꽃을 변함없이 끝까지 응원해주는 일만 남았다.

다음은 팬들이 차두리에게 남긴 주요 메시지 모음.

장진혁(서울·7622원)
 
"76번째 A매치에 등번호 22번의 의미를 담아 7622원으로 정했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차)두리형만한 선수를 찾아볼 수 없네요. 그래도 두리형의 대표팀 은퇴결정을 존중해주어야겠죠?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마워요 차두리!"
 
옥재련(서울·8000원)
 
"만원을 드리고 싶지만 8000원을 택했습니다. 부족한 2000원만큼 앞으로도 한국축구에 기여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차두리 사랑해요!"
 
장하은(안산, 2200원)
 
"차두리 선수의 등번호 22번을 따서 2200원을 드립니다. (차두리는 2010 남아공월드컵과 카타르아시안컵, 호주아시안컵까지 총 A매치 39경기를 22번을 달고 소화했다) 항상 차붐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점이 있었는데 개의치 않으셨으면 좋겠고 항상 시원한 축구를 보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박양지(인천·2037원)
 
"2015년과 22번을 합해 금액을 정해봤습니다. 차두리 선수의 피지컬은 위대했고 정신력은 아름다웠습니다. 차범근 감독님께서 따뜻한 축구가 있었다면 차두리 선수에게는 뜨거운 축구가 있었습니다. 뜨겁게 안녕!"
 
장익현(서울·9000원)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함으로써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차두리 선수에게도 기분좋은 마무리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 좋은 마무리가 새로운 역할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함승연(서울·5000원)
 
"그동안 감사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남은 5000원만큼은 앞으로 선수은퇴 후 감독으로 좋은 활약을 펼쳐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김형민 기자 khm193@xportsnews.com

[사진=차두리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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