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7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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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스물', 서글픈 청춘 위해 웃음으로 버무린 빨간 약

기사입력 2015.03.24 23:10 / 기사수정 2015.03.24 23:10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영화 '스물'의 초반 20분은 웃지 않는 게 더 힘들었다.

'스물'은 쉼없이 몰아쳤다. 스무살 된 재기발랄한 남자들의 토크 속에 흠뻑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생각보다 긴 러닝타임이나 군데군데 아쉬운 장면들도 더러있지만 친구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코미디로 스물은 제격이다.

고등학생 시절 같은 반 친구 소민(정소민 분)을 좋아했던 치호(김우빈), 동우(이준호), 경재(강하늘)은 고등학교를 떠나 각자의 스물을 맞이하게 된다. 대학에도 진학하지 않고 꿈 없이 숨만 쉬며 밤에 클럽을 다니느라 바쁜 치호부터 다른 꿈이 생겨날까봐 두려워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모범생 경재, 만화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아르바이트와 미술학원을 병행하며 고된 하루를 보내는 동우까지 세 청춘은 서로 다른 스물과 마주하고 있다.

누군가는 꿈을 찾고, 누군가는 꿈을 잃는 쉽지 않은 스무살의 이야기는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전개된다. 영원히 스물이고픈 덜 성숙한 남자들의 '병맛'가득한 코미디 작품이다. 여러 영화의 각색을 맡아 특유의 맛깔나는 말들을 담당했던 이병헌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영화에서 이들에게는 각각 확고한 남성들의 로망이 등장한다. 예쁘고 귀여운 친구 여동생, 신비롭고 아름다운 대학 선배, 야무지고 똑똑한 고교동창, 몸매 좋고 도도한 신인 여배우까지 남성들의 환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이들과의 연애 아닌 연애가 이뤄진다.



'스물'은 거창한 메시지를 말하는 대신에 일단 관객을 웃기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내 스물이 그랬었지, 혹은 스물이란게 이런 것인가 생각하기 앞서 일단 입꼬리를 올라가게 하는 영화다. 아주 진지한 메시지를 제시하지 않는다. 스무살은 이렇게 해야한다고 훈계하지도 않는다. 적당한 공감과 적당한 판타지가 어우러졌다.  

물론 강력한 섹드립이나 다소 원초적인 단어들이 주는 느낌은 여성관객들에겐 부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도 있지만 영화는 그마저도 기꺼이 감수한다.  스물이라는 공간에 머물고 싶은 청춘들의 소망이 담긴 소소반점에서의 하이라이트신은 다소 긴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유쾌하다.

김우빈은 대강 입은 옷으로도 숨겨지지 않는 몸매를 자랑한다. 그는 이병헌 감독의 말대로 앵글을 장악하는 모습이다. 애매할 수 있는 장면들에도 김우빈이 등장하면 채워졌다는 감독의 말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

'이준호의 발견'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이준호는 안쓰러움으로 가득한 캐릭터 동우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무대 위 화려한 2PM의 모습은 간데없고 생활고와 꿈 사이에서 전진하려 애쓰는 동우의 모습을 그보다 더 잘 표현할 사람은 없었다.


매번 영화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강하늘은 '역시 강하늘이다'고 고개를 끄덕거리게 한다. 평범하게 살고 싶은 모범생 경재가 된 그는 막판 혼신의 애드리브까지 제 몫으로 해내며 코미디까지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쎄시봉', '순수의 시대'에서 아쉬웠던 흥행 성적표를 만회할 찬스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 출연진 중에서는 단연 이유비가 돋보였다. 사랑스러우면서도 당돌한 고3 여학생을 잘 소화해내며 저절로 그의 깜찍한 짝사랑을 응원하게 만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웃는 것도 쉽지 않은 최근의 청춘들에게 스물은 체면치레 하지 않고 웃을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준다. 근심없이 웃을 수 있는 것도 힐링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오는 25일 개봉.

추천별점: ★★★☆(5점 만점)
추천대상: 스무살이 궁금한 고등학생, 막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스무살이 그리운 이미 스물이 지난 사람들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스물ⓒNEW]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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