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아이돌 엠블랙 출신 이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점점 지워가고 있다. 이제는 제법 '배우'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이준은 23일 첫 선을 보인 SBS 새 월화드라마 '풍문을 들었소'에 출연한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최상류층의 갑질과 횡포를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물. 극중 이준은 법무법인 '한송'의 대표 한정호(유준상 분)과 재색을 겸비한 최고의 귀부인 최연희(유호정)의 맏아들 한인상을 연기한다.
인상은 부모님의 말씀을 '법'이라 여긴 모범생이자 수시로 명문대 입학 전형을 통과한 예비 엘리트다. 명문대 입학 소식에도 훈계하는 엄한 아버지와 점쟁이를 부르고 부적을 쓰면서도 품위를 위해 이 사실을 감추는 어머니 아래서 자유나 반항, 탈선 등의 단어는 모르고 살아온 인물이다.
'풍문으로 들었소' 1회에서는 부모님의 틀 밖을 벗어나지 않고 자라온 인상이 동갑나기 서봄(고아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며 '신세계'를 만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풋풋한 고교생 커플은 미래 앞에 감정을 미뤄보려 노력하지만, 솟아나는 애정을 감추지 못한다. 급기야 둘은 하룻밤 '적정선'을 넘지 못했고, 봄의 배는 잔뜩 부르기에 이르른다. 고등학교 졸업 전에 부모가 된 것이다.
이제 막 첫 회가 공개됐지만, 이준이 그려낸 인성은 꽤 인상적이었다. 이준은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지만, 부모님의 틀에 눌린 모범생의 모습과 예상하지 못한 '거대한 일'에 괴로워하는 아직은 어린 소년의 모습을 개연성있게 그려냈다. 특히 여자친구 서봄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된 장면에서는 혼란스러움에 지질스러운 모습까지 담아내며 극의 흡입력을 높였다. 1회 말미를 장식한 택시신. "아저씨 키스해도 되요?"라며 천역덕스럽게 묻는 이준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메가폰을 잡은 안판석 감독은 미완의 이준을 캐스팅한 이유를 두고 "젊은 배우들은 잘 모르는 상황에서 전작을 살펴보고 캐스팅을 했다. 일종의 도박이었다"면서 "이준은 연기에 재주가 있더라. 내가 머릿속에서 모습을 상당히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믿고 맡길만 하다고 봤다"고 평가 한 바 있다.
안 PD의 직감은 옳았다. 아이돌 가수로 연예계에 입문한 이준은 영화 '닌자 어쌔신'을 통해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뒤 영화 '배우는 배우다', 드라마 '갑동이', '미스터 백' 등을 통해 경험을 쌓으며 성장했다. 점점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지워가고 있다. 이준에게서 이제는 제법 '배우의 향기'가 난다.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사진 = '풍문으로 들었소' 이준 ⓒ SBS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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