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선수들에게 '명예'와 '스트레스'는 늘 함께 따라다닌다.
서건창(26,넥센)은 지난해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대선배들의 기록을 뛰어넘어 단일 시즌 200안타라는 고지를 밟았다. 만 25세의 나이에 일군 대단한 업적이었다.
200안타가 기록되는 과정도 드라마틱 했다. 사실 그동안 '200안타'는 막연하면서도 실체가 없는 이름 같았다. 해태 시절 '바람의 아들'로 불렸던 이종범이 그 기록에 가장 근접했던 선수였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200안타에 실패했고, 그 뒤로 이병규(LG) 정도를 제외하고는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전까지 181안타. 200안타까지는 19개가 더 필요했고, 남은 경기는 10경기. 거의 매 경기 '멀티 히트'를 기록해야 달성할 수 있었다. 당장 다음 경기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게 야구인데다 2주에 가까운 휴식기가 오히려 타격감을 떨어트릴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서건창은 시즌 재개 이후 단 3경기만에 무려 7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전설에 바짝 다가갔다. 6경기 연속 '멀티 히트' 행진을 이어가던 그는 광주-부산 원정 3연전에서 199안타째까지 쌓았다. 특히 199번째 안타는 기습 번트 안타로 짜릿함이 더 컸다.
그리고 시즌 마지막 경기. 서건창이 영원히 잊지 못할 10월 17일 SK와의 시즌 최종전. 이날 서건창은 200번째, 201번째 안타까지 여유있게 성공하면서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서건창은 그때를 되돌아보며 "그냥, 정말 그냥 속이 후련했다. 어떻게든 빨리 결과를 보고싶은 마음 뿐이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그 뿐이다. 그것을 빼고는 다른 안타들과 똑같았다"고 회상했다.
물론 이 '200안타'라는 타이틀은 서건창이 유니폼을 벗는 순간까지, 아니 평생토록 그의 이름 앞에 붙어 따라다닐 것이다. 서건창도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긴장을 풀지 않고 새 시즌을 맞이한다.
"제가 이렇게 열심히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는 조금이나마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는 서건창은 "200안타로 인해 저에게 더 큰 숙제가 생겼다. 하지만 작년에 제가 잘해낼 줄 몰랐던 것처럼 올해 더 발전할 수도 있는거고, 조금 떨어질 수도 있다. 길은 많이 열려있다. 벌써부터 조바심을 내면 안된다. 스스로 무너지지 않고 한결같은 페이스를 유지했을때 어떤 결과가 돌아오는지 알고 있다"며 여유있게 웃었다.
'무한대'를 목표로 진화를 선언한 서건창. 200안타 타이틀 역시 '압박감'이 아닌 '영원한 숙제'로 생각하는 그의 2015시즌이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 ⓒ 넥센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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