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기성용(27, 스완지 시티)이 호주에서 남긴 진한 향기는 바람을 타고 축구의 본고장으로 흐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015 호주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2014 브라질월드컵 부진의 아픔을 씻어냈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4개월 만에 이룬 성과였다.
슈틸리케 감독의 소통하는 리더십은 연일 조명됐고, 그라운드 위의 감독인 기성용의 경기력도 이에 버금가는 찬사를 받았다. 사실 기성용은 대회 직전 구자철에게 주장 완장을 받으며 갑작스레 막중한 책임감을 부여 받았다.
주장 완장의 부담감이 억세게 짓눌렀을 법하지만 기성용은 성공적으로 한국을 이끌었다. 기성용은 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슈틸리케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와 선수단 사이에 가교 역할에 충실했다. 선수단이 묵묵히 자기 임무를 이행해줘서 주장을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었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기성용은 호주에서 당당하게 '캡틴 기'의 시대를 열어 젖혔다. 공수 간격 유지, 템포 조절 등에 신경쓰며 든든한 기둥이 된 그는 408개의 패스 중 380개를 동료에게 정확히 배달하며 93.1%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호주 언론은 결승전을 앞두고 "가장 효율적인 기성용은 아시안컵에서 손에 꼽을 만한 선수다. 대체 어느 선수가 단 한순간의 패스로 수비를 무너뜨리며, 연계 플레이 이후 바로 킬패스를 뿌릴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그의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연이은 강행군에 몸과 마음이 지쳤다고 토로한 기성용이지만, 한시도 방심할 순 없다. 이제는 더 큰 무대인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리그로 복귀하는 선수들의 활약을 강조한 기성용은 한국 축구가 아시안컵 성과에 만족하면 안된다고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봤다.
지친 심신 만큼, 정신적, 육체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기성용은 한국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완지 시티의 어엿한 중심축이다. 기성용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스완지는 헐거워진 중원 장악력에 애를 먹어야 했다. 리그에서 첼시에 0-5 대패를 당하는가 하면, 블랙번에 지며 FA컵 행보를 멈췄다.
게리 뭉크 감독은 8일 선덜랜드와의 경기에 기성용의 투입을 암시하며 애타게 찾았다. 그만큼 스완지는 기성용이라는 존재가 절실하다. 영국과 호주를 오간 강행군으로 핼쑥해진 기성용은 "감독님이 찾아주신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자리를 오래 비웠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을 잘 해서 열심히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안컵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되면서 주가를 올린 기성용은 영국에서의 힘찬 비상을 다짐했다. 호주에서 뽐낸 재능을 영국으로 고스란히 가져와, 다급한 게리 뭉크 감독의 마음을 녹여줄 일만 남았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기성용 ⓒ AFPBBNews=News1]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