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한국과 호주가 아시안컵에 만나면서 레버쿠젠에서 한솥밥을 먹는 손흥민(23)과 로비 크루세(27)의 맞대결이 성사될 지 주목됐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들의 드라마가 연출될 가능성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
17일(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스타디움에서 한국과 호주는 2015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최종전을 벌인다. 22명의 선수들이 각자의 사연으로 그라운드를 누빌 테지만 특히 손흥민과 크루세에는 특별한 경기가 될 것으로 보였다.
나란히 양 팀의 왼쪽 공격을 맡고 있는 둘 사이에는 묘한 인연이 자리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레버쿠젠에서 둘은 선의의 라이벌이었다. 짧은 경쟁을 벌인 끝에 손흥민이 팀의 주전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크루세는 1년 넘게 확실한 출전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크루세는 호주 축구의 간판 기대주였다. 2012년 5월 뒤셀도르프에서 잠재력을 보여준 크루세를 레버쿠젠이 영입했다. 이후 장밋빛 미래가 예고됐다. 레버쿠젠에서 처음으로 맞이했던 2012-2013시즌에 전 대회를 포함해 33경기 4골 10도움을 기록해 가능성을 증명했다.
하지만 경쟁자의 등장과 갑작스러운 부상이 크루세의 발목을 잡았다. 2013년 6월 손흥민이 함부르크에서 넘어오면서 크루세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어 2014년 초에는 전방 십자인대가 찢어지는 큰 부상을 입고 경기를 뛰지 못했다. 동시에 브라질월드컵 출전 역시 불발되는 불운을 받아들여야 했다.
어렵게 재활과 치료를 병행해 크루세는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호주 대표팀에도 다시 승선해 이번 아시안컵 우승에 대한 강한 열의를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한국전은 특별했다. 손흥민과 한국을 상대로 지난날의 설움은 날리고 진가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국전을 앞둔 크루세는 좋은 활약으로 부상 후유증을 모두 털어냈다. 매튜 레키와 함께 호주의 측면 공격을 이끌면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오만과의 2차전에서는 전반 30분 팀의 두 번째 골을 터트리며 골맛을 보기도 했다.
대회가 개막된 후 돌아오고 있는 기량에 크루세도 만족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소속팀에서 많이 뛰지 못했지만 독일에서 어떻게 몸상태를 관리하는 지는 확실하게 알았다"면서 "지금 느낌도 좋고 몸이 올라왔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좋은 분위기와 함께 맞대결에 대한 기대는 높아졌지만 3차전에 손흥민과 마주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 팀은 손흥민과 크루세에게 휴식을 줄 생각을 갖고 있다. 손흥민은 감기를 털어냈지만 경기를 뛰는 데 필요한 근육량 등 몸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크루세는 호주가 로테이션을 선언하면서 이번에는 벤치에 앉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맞대결에 대한 시나리오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후반전에 동시에 교체 출전할 경우 늦게나마 드라마가 펼쳐질 수도 있다. 만난다면 이들의 활약 여부도 최종전의 결과를 좌우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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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손흥민, 크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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