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이 2014년 끝과 2015년 시작을 뜨겁게 달궜다. 1990년대 가수들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추억의 향수를 자극했다. '토토가' 특집은 우리의 마음을 강타했지만, 점점 획일화 되고 있는 가요계에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대중문화의 소비는 최근 TV를 통해 이루어지고 비중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음악을 TV로 보고 듣는 시대에 산다. 옛 기억마저 '토토가' 특집에 흘러나오는 노래와 영상으로 접했다.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힘에 90년대 노래를 향한 목마름은 시너지효과를 발휘했다. 3일 방송된 '무한도전-토토가' 시청률은 평균 22.3%(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했다. 본방송보다는 VOD 서비스 등으로 주로 시청되는 예능프로그램이 이례적으로 20%를 넘는 시청률을 보였다. 그만큼 '토토가'가 10, 20대를 비롯한 30, 40대 등 다양한 시청자들의 눈길을 돌려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음원 사이트 지니의 실시간 차트에는 '토토가' 특집 무대에서 선보여진 엄정화 'Poison(포이즌)', 김건모 '잘못된 만남', 지누션 '말해줘', 쿨 '예상'이 나란히 상위권을 차지했다. '토토가' 특집 방송 후반부에 등장하는 광고가 큰 역할을 한 것. 이외에도 음원 사이트 멜론, 엠넷뮤직, 지니, 소리바다 등에서도 '토토가'에 나왔던 노래들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
무려 20여 년 전의 곡들이 다시 음원 순위를 집어삼키고 있다. 최근 음원차트가 가수의 성공 잣대라기보단 당시의 인기도를 반영한다는 것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는 '토토가' 노래가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대변한다.
대중가요는 어느새 TV와 결부되어 부수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도서가 TV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으로써 역할이 두드러지는 것과 비슷하다.
인터넷 서점 예스24가 발표한 2014년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1위는 동명영화가 개봉돼 주목받은 바 있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2위를 기록한 웹툰 세트 '미생-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는 tvN 드라마 '미생' 영향이 컸다. 3위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은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노출 효과가 판매로 이어졌다.
지난해 '명량' '겨울왕국' '인터스텔라'가 천만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계에서는 '비긴 어게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 다양성 영화가 선전했지만, TV의 파급력에 비해 대중문화를 이끌어가는 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요가 영상 매체의 도움을 받은 건 오늘날의 현상은 아니다. '토토가' 출연 가수들이 활동하던 1990년대에는 뮤직비디오 전문 채널이 등장했다. 뮤직비디오는 무대에서 보여줄 수 없는 가수들의 이미지를 잘 다듬고 만들 수 있는 수단이었다.
미국 케이블 채널 MTV는 1981년 8월 1일 개국해 VJ(Video Jockey·비디오 자키)가 뮤직비디오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뮤직비디오를 24시간 동안 상영했다. MTV Asia와 Mnet이 1994년 12월 프로그램 계약을 맺으며 한국에서도 뮤직비디오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조성모는 '얼굴 없는 가수'라는 콘셉트로 1998년 정규 1집 앨범 'To Heaven(투 헤븐)으로 데뷔했다. 뮤직비디오의 관심도 덕분이었다. '투 헤븐'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이병헌, 김하늘, 허준호 등이 출연해 좋은 음악을 채색하는 역할을 했다.
S.E.S.는 1997년 뽀얗게 처리된 화면의 'I'm your Girl(아임 유어 걸)' 뮤직비디오로 사랑스러운 분위기로 데뷔했고, 지누션은 같은 해 이현도, 양현석이 출연한 'Gasoline(가솔린)'으로 그룹의 반항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가요계에서 영상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보급률을 자랑한 한국에서는 2000년대 들어 동영상 사이트로 뮤직비디오가 퍼졌다.
싸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받은 것도 우연은 아니다. 독특한 말 춤과 반복적인 리듬이 인기의 바탕이 됐지만, 한국의 정서를 품고 있는 뮤직비디오가 인터넷망을 타고 외국인들에게 전해졌다. 이들에게 낯선 한국의 문화와 경험을 간접적으로 할 수 있게 한 계기가 됐다.
TV와 인터넷에서의 뮤직비디오와 음반에서 음원으로 노래를 담아내는 형식이 바뀌자 음악의 소비의 형태도 변화했다. 가요팬들의 귀는 물론 눈길을 사로잡아야 했다. 가수의 앨범 성적이 단기간에 갈리게 된 것이다.
가수들은 티저 영상과 음원 등을 합해 홍보에 열을 올렸다. 자연스레 2, 3년이 걸리는 정규 앨범보다는 하나의 노래를 싣는 싱글 앨범을 내놓기 시작했다. '작가주의'보다는 그 시대의 유행에 걸맞은 노래를 선보이는 데 집중했다. 빨라진 음원의 소비는 더 빠른 가수들의 움직임으로 이어졌고, 가수는 인기 주기가 짧아지고 생명력이 떨어졌다.
대중가요는 본래 유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 시대에 사랑받는 콘셉트를 무시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한 번 성공하기 시작한 노래와 구조를 바탕으로 이것을 따라잡는 시도들이 연이어 이루어졌다.
영상의 기술로 호흡이 빨라진 가요계에서 90년대 가요를 다시 건져올린 것은 TV프로그램이었다. 가수 김현정은 '토토가'를 마무리하며 "돌아가서 내일 아침이 되면 이것(90년대 가요의 열기)도 예전처럼 꿈이 되진 않을까"라고 소회를 전했다. 90년대 음악이 앞으로도 TV를 통해 안방에서 흘러나올 수 있을까. 착잡한 현실이지만 대중가요에 대한 다양성의 열쇠는 가요계에 있다기 보단 TV가 쥐고 듯하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사진 = '무한도전-토토가' 특집 출연진 ⓒ '무한도전' 공식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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