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가 7080세대를 대표하는 것에서 90세대를 표현하는 단어로 바뀌고 있다. 쎄시봉. ⓒ MBC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MBC '놀러와'에서는 2010년 가수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등을 배출한 음악감상실 '쎄시봉' 특집을 했다. 통기타와 은은한 노래는 7080세대들의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MBC '무한도전'에서는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으로 연말을 장식하고 있다. 90년대 활약한 가수들이 등장해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선사했다. 7080세대를 중심으로 한 가요계 복고열풍이 90세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가요계 복고 열풍은 최근 두드러진 현상은 아니다. 추억을 향유하는 세대들이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하나의 하위문화로 평가받아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쎄시봉'은 댄스 장르의 강세 속에서 사랑받았다.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의 허물 없는 모습과 이제는 낯선 장르가 되어버린 포크 음악은 댄스가 강세인 한국 가요계에서 중후한 힘을 발휘했다.
일회성으로 그칠 줄 알았던 '놀러와' 쎄시봉 특집은 이어졌고, 지난해 연말에는 MBC '메리 크리스마스 쎄시봉'에서 멤버들이 다시 모여 무대를 꾸몄다. 쎄시봉에서 활동했던 가수들은 방송뿐만 아니라 올해 4월 콘서트를 열어 전국을 누볐다. 내년에는 배우 김윤석, 김희애, 정우 주연의 영화 '쎄시봉'이 개봉한다.
쎄시봉이 재조명받은 가운데 영화 '건축학개론',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가 흥행에 성공했다. 이 작품들은 기성세대가 된 인물들이 90년대 젊은 시절을 추억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대중문화에서 '복고'라는 키워드가 7080세대를 가리키는 것을 지나 90세대로 중심축이 옮겨간 계기가 됐다.
90년대 복고 열풍이 절정을 이룬 것은 '무한도전-토토가'에서였다. 방송인 박명수, 정준하가 노래방에서 우연히 옛날 노래를 부른 것이 시작이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지금은 한물간' 가수로 평가받지만, 9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가수들을 찾았다.
터보, S.E.S.는 '무한도전-토토가' 특집에서 활약했다. ⓒ MBC
'토토가'의 본격적인 무대 전부터 반가운 얼굴들이 TV 화면에 등장하며 시청자들의 기대를 높였다. 터보, 김현정, S.E.S.가 출연한 지난 27일 '토토가' 시청률은 19.8%(닐슨코리아 기준)로 2014년 '무한도전'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비교적 젊은 연령층의 지지를 받아왔던 '무한도전'이 오랜만에 전 연령대의 관심을 받았다.
이에 앞서 올해는 가요계의 선배 가수들의 복귀가 계속됐다. 가수 이선희를 비롯해 서태지, 조성모, 이은미, god, 플라이투더스카이, 임창정, 이소라, 이승환, 신해철, 김동률 등이 새 앨범을 발표했다. 가수들의 관심도와 음원·음반 성적은 차이가 있었지만, 가요의 장르적 다양성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복고는 세대가 지남에 따라 해당 문화 소비층의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고, 지난날을 기억하면서 이어져 오는 현상이다. 우상을 향한 관심이 젊은 시절에는 가수에 관한 상품 등의 구매로 이루어지는 것과는 달리 기성세대는 이보다는 한 발 뒤에서 공연과 음반으로 응원을 보낸다.
일각에서는 90세대의 복고 열풍의 원인을 올해 정치적 이슈가 대중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팍팍한 일상에 대한 반작용이라고도 본다. 좋은 음악을 다시 듣는다는 것과 더불어 힘든 현재는 뒤로 하고 행복하던 시절을 떠올린다는 것. 추억의 스타를 접하면서도 그 당시의 기억을 같은 세대와 공유한다. '토토가'에서 S.E.S. 슈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시청자의 가슴을 울린 것도 같은 시대를 살아온 가수와 자신을 향한 위로일 수 있다.
또 옛 음악은 10대에게는 조금 낯설지만 촌스러운 문화를 접하는 호기심이다. 청소년들은 지난해 방송된 '응답하라 1994' 방영 당시 "저 시절을 경험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는 방송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지금 현실이 거지 같아서 '응답하라'가 옛날이 좋았다는 식으로 비치지 않았으면 했다"면서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다양한 요소가 맞물려 복고 열풍은 다시 2014년 연말을 강타했다. 가요계에 남은 숙제는 대중이 원하는 건 낡은 음악이 아니라 여러 장르가 공존하는 가요에 대한 목마름이라는 것이다. 내년을 며칠 남겨둔 현 시점에서 7080에서 90세대로 대물림되는 '복고 열풍'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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