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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의 빛나는 음악, 하늘에도 닿았길…故신해철 추모공연(종합)

기사입력 2014.12.28 07:25 / 기사수정 2014.12.28 03:19

한인구 기자
신해철, 이현섭 ⓒ KCA엔터테인먼트
신해철, 이현섭 ⓒ KCA엔터테인먼트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신)해철이 형도 흐뭇해 하실 것 같다. '신해철'이라는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저와 여러분의 가슴 속엔 아직 해철이 형이 살아있다. 신해철과 넥스트의 음악은 영원하다."

넥스트(N.EX.T)의 보컬 이현섭은 27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넥스트 유나이티드 콘서트 '민물장어의 꿈'에서 이처럼 말했다. 고(故) 신해철은 세상을 떠났지만 5천여 팬들은 이날 울고 웃으며 고인의 살아 숨 쉬는 음악을 품었다.

신해철과 넥스트 팬들은 공연 시작 전부터 콘서트장 앞에서 추운 바람에 외투를 여미며 긴 줄을 섰다. 신해철의 발자취를 기념하는 현수막 앞에는 사진을 함께 담으려는 여성도 보였다. 관객의 연령은 주로 30, 40대였다. 신해철의 음악과 뜨거운 맥박이 뛰는 청춘을 보낸 이들이었다.

넥스트 유나이티드 콘서트는 지난 10월 27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신해철을 추모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와 함께 '넥스트'라는 울타리에서 음악 활동을 했던 가수와 연주자가 모였다. 총 3팀으로 밴드가 구성됐다. 김세황, 김영석, 이수용, 지현수은 1팀이었고, 데빈, 쌩, 쭈니, 김동혁은 2팀이었다. 이현섭을 비롯한 정기송, 노종헌, 제이드, 신지, 김구호는 3팀이었다.

총 3팀으로 나뉜 넥스트 유나이티드 각각의 첫 무대는 신해철의 내레이션과 보컬로 진행을 알렸다. 능숙한 말솜씨와 자신만의 확고한 생각을 내세웠던 신해철의 과거 영상과 목소리에 객석은 숨죽였다.

신해철의 목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우자 팬들은 환호성을 뱉어냈다. '세계의 문' 'The World We Made(더 월드 위 메이드)' '사탄의 신부' 'Anarky In The Net(아니키 인 더 넷)'은 고인의 목소리를 타고 흘렀다. 그의 샤우팅 소리가 커질수록 팔짱을 낀 채 무대를 바라보던 이들도 바닥에서 발을 떼어 힘차게 뛰었다.

이현섭은 'I Want It All[Demo 0.7]'(아이 원트 잇 올)로 신해철과 호흡을 맞췄다. 서로 파트를 넘기고 받는 듯한 구성으로 신해철이 다시 돌아와 무대에 오른 듯했다. 두 사람은 'Here, I Stand For You(히얼 아이 스탠드 포 유)'에서도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1, 2팀은 이번 공연에 참여한 가수들의 뒤를 도왔다. 가수 신성우는 "해철이가 여기 있다고 생각하고 가열차게 외칩시다"라며 'Lazenca, Save Us(라젠카 세이브 어스)'를 불렀다. 최근 뮤지컬에서 주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오랜만에 록 콘서트에 나선 것이다.

이수는 'The Dreamer(더 드리머)'를 열창했고, 절정 부분에서는 "다 같이"라고 소리질러 분위기를 달궜다. 이어 홍경민은 양팔에 반짝이가 달린 검은색 상의를 입고 록커로 변신했다. 그는 'Money(머니)' 추임새와 랩 파트를 정확하게 소화했다. 그는 무대 곳곳을 누비며 노래에 걸맞은 퍼포먼스도 보여줬다.

김진표와 홍경민의 'Komerican Blues(코메리칸 블루스)' 무대가 펼쳐진 것과 더불어 김원준은 'Growing Up(그로잉 업)'으로 열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멜로디가 강조된 곡에 관객들의 합창이 더해졌다. 이어 지우, 김성면, 변재원도 '먼 훗날 언젠가' '이중 인격자' '인형의 기사'로 고인에 대한 추억을 나눴다. 


1, 2팀 공연의 정점을 찍은 건 크래쉬의 안흥찬이었다. 그는 긴머리를 휘날리며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을 노래했고, 주먹을 쥐고 집게와 새끼손가락을 펴 보이며 록 정신을 강조했다.

이어 이현섭은 "해철이 형이 호를 지어줬었다. '안습' 이현섭이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공연장을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오시기 전에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다. 저 또한 고민했다"면서 "오늘은 마음껏 웃고 떠들고 뛰고, 그리고 우시다가 가셨으면 한다. 형도 그런 것들을 원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가면을 쓴 채로 등장한 이현섭과 3팀은 이날 공연의 후반부를 책임졌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부터 올해 발표된 '단 하나의 약속'까지 한 소절도 허투루 부르지 않았다. 정성스럽게 소리를 꾹꾹 눌러 담았다.

이현섭은 "해철이 형이 떠난 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멘트였다"며 "말하는 것에 트라우마가 있어 아무리 책을 읽었지만, 달변가인 신해철을 이길 수는 없었다"고 신해철과의 이야기도 들려줬다.

같은 시대에 살았지만 안타깝게 신해철을 보내야 했던 팬들은 '날아라 병아리' '민물장어의 꿈'을 합창했다. '날아라 병아리'는 고인의 49재 추모곡으로 쓰였고, '민물장어의 꿈'은 장례식장과 추모관에서 그의 마지막을 지킨 노래다. 

진득하게 자리를 지켰던 이들도 노래가 계속될수록 눈물을 흘렸다. 남편을 위한 공연에 자리를 지켰던 신해철의 아내 윤원희 씨도 연신 울음을 보여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번 콘서트는 막바지로 향해 치달아 갈수록 슬픔보단 신해철이 남긴 빛나는 음악을 공유하는 자리가 됐다. 하늘에서 지켜보는 고인을 위해 더욱 크게 노래했고 소리 질렀다.

한편, 이날 콘서트 수익금은 신해철 두 자녀를 위한 장학금으로 쓰인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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