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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법사 된 조범현 감독 "kt는 천천히, 빠르게 간다"

기사입력 2014.08.18 06:58 / 기사수정 2014.08.17 18:16

나유리 기자
조범현 감독 ⓒ kt 위즈
조범현 감독 ⓒ kt 위즈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위즈(Wiz)'는 마법사를 뜻하는 영어 'Wizard(위저드)'의 약자기도 하다. 이제 마법사가 돼 신생팀 kt 위즈를 이끄는 조범현 감독은 한국프로야구의 10번째 심장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15일 수원 성균관대 야구장에서 조범현 감독을 만났다. 원래 이날 kt와 상무 야구단의 퓨처스리그 경기가 오전 11시부터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날 내린 비가 발목을 잡았다. 경기장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기는 바람에 경기를 진행할 수 없게 됐고, 결국 오전 일찍 '그라운드 사정상 순연'이 선언됐다. 

필드가 좁고, 연습 공간이 충분치 않은 까닭에 kt 선수단 중에서도 야수들은 실내 연습장으로 이동해 남은 훈련을 진행했고, 투수조만 남아 훈련을 했다.

"그라운드 흙을 교체한건데도 상황이 이렇게 됐다"고 취재진을 맞는 조범현 감독에게 가장 먼저 신생팀을 맡은 고충에 대해 묻자 웃음 속에 짙은 한숨이 묻어났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자리기 때문이다.

▶ 선수들만큼이나 나도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신생팀이라 그래서 '선수들 스카우트하고 잘 영입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며 농담을 던진 조 감독은 "이게 해보니까 정말 어렵긴 어렵다"고 답했다. 프로에서 코치, 감독 등 숱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그가 신생팀 kt에서 가장 어렵다고 느낀 부분은 어린 선수들을 다루는 법이다.

"아이들에게 접근하는게 가장 조심스럽다. 아직 어리고, 프로의 생리를 잘 모르니까. 나는 오랫동안 프로에 있었기 때문에 나의 마인드, 나의 잣대로 접근하니까 안되겠더라. 그래서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어린 선수들은 감독이 말 한마디 잘못하면 상처받는다. 스물아홉, 서른살 정도 되는 선수들이야 야단을 쳐도 '죄송합니다'하고 끝나는데, 어린 친구들은 마음의 상처가 된다. 그래서 말을 조심했다. 코치들에게도 주의하라고 했다. 가끔씩은 '정말 이것밖에 안되니?'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를 때도 있었는데(웃음). 선수들만큼이나 나도 신생팀에 적응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퓨처스리그 일정에서 kt는 37승 8무 35패의 성적을 기록하며 북부리그 3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조범현 감독은 퓨처스리그 성적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가 세운 올 시즌 최우선 과제는 선수들이 빨리 프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프로 적응이라는게 기술적인 면도 있고, 전력 분석이나 자기 몸관리, 트레이닝 방법, 체력 훈련 이런 모든 것이 다 해당된다. 5월즈음 부상 선수들이 많았던 때를 빼고는 아이들이 참 잘 따라와줬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잘하는 선수들도 있다. 그래도 한 시즌 잘 마무리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걱정했던 것보다 선수들이 적응을 잘하고 있다."

조범현 감독 ⓒ kt 위즈
조범현 감독 ⓒ kt 위즈


▶ kt 선수들은 더더욱 절실해야 한다

조범현 감독이 프로 입성을 앞둔 어린 선수들에게 가장 자주 이야기하는 것은 "절실함을 가지라"는 것이다. "절실함이 없이는 어떤 조직에서도 이겨낼 수 없다"는 조 감독은 "특히 우리는, kt 선수들은 더더욱 그런 절실함을 가지고 임해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내가 여유가 있어버리면 그 시점부터 상대에게 질 수 밖에 없다. 항상 절실함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한다. 올 시즌이 끝나면 kt에서도 계약을 못하고 집에 가야하는 선수들이 있다. 안타까운데 어쩔 수 없다. 인원수는 한정되어 있고, 신인들은 계속 받아야하는게 프로다. 언제까지나 내 자리가 보장된 곳이 아니다. 열심히, 절실하게 하지 않으면 죽는다. 이 세계는 승부의 세계다. 어떻게 살아갈지는 본인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해도 선수들이 초반에는 어리니까 잘 못 알아듣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씩 자신의 위치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 그런 부분을 교육시키고 있다. 아이들은 프로선수로서의 첫걸음이니까 정신적인 측면에서 '내가 왜 야구를 하는가'같은 것들을 가지고 접근해주고 있다."

"또 코치들에게 늘 강조한다. 선수들에게 야구 훈련, 기술 훈련만 시키지말고 인성 교육을 가장 비중있게 시키라고. 선수들이 야구만 하면서 살다보니까 순진하고 착한데도 나쁜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게 안타깝다. 야구선수가 되기 전에 사람이 되야 한다."

kt는 신인 우선 지명을 통해 동의대 홍성무와 청주고 주권을 선택했고, 덕수고 엄상백을 1차지명선수로 선택했다. 이중 홍성무는 오는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 유일한 아마추어 선수로 승선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이미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인상깊은 활약을 남긴 신인 박세웅과 더불어 kt의 미래를 이 선수들에게 맡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인 활용법'을 두고 조범현 감독의 고민도 깊다.

조범현 감독 ⓒ 엑스포츠뉴스DB
조범현 감독 ⓒ 엑스포츠뉴스DB


"신인들을 올 가을 마무리캠프부터 내년 스프링캠프까지 잘 관리하면서 훈련시킬 계획이다. 좋다고 막 쓰면 부상이 온다. 아이들이 아직 프로에 몸이 적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젊으니까 4일 쉬고 또 던지라고 하면 던질 수는 있다. 그러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피로가 누적되서 부상 위험이 크다. 특히 퓨처스리그에서는 절대로 무리시키지 않는다. 불펜도 한경기 던지면 다음 경기는 무조건 쉬게한다. 세웅이 같은 경우도 무조건 일주일에 한번씩만 등판시켰다. 그러다보니 우리 투수들이 안지쳤다. 내가 경험이 있어서 어린 선수들은 무리시키지 않는다. 무리시켜서 퓨처스리그 우승하면 무엇 하겠나. 차근차근 적응시켜서 정말 건강한 모습으로 1군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

▶팀보다 자신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선수는 원하지 않는다

잔여 경기 일정까지 치르고 나면 퓨처스리그는 9월 중 마무리된다. kt는 아시안게임으로 인한 프로야구 휴식기때 1군팀들과 연습 경기를 치르며 꾸준히 경기 감각을 기를 생각이다. 이미 두산, LG 등과 경기 일정이 잡혀있다. 10월 이후로는 남쪽 지방으로 캠프를 차려 '가을 훈련'을 소화한다. 1군 진입을 위한 본격적인 담금질이다. 올 시즌 개막전에도 kt는 80일이 넘는 시간 동안 미국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는 등 '한 팀'이 되기 위해 지옥같은 훈련량을 소화했다.

"시즌 초반에는 타격이 화끈했다. 그러다 5월에 부상 선수가 많아서 페이스가 떨어졌고, 6월부터 원래 페이스를 찾는 것 같다. 초반에는 견제사, 주루사 이런 실수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걱정했는데 이제 많이 줄었다. 물론 우리는 대부분 선수들의 나이가 어려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얼마만큼 줄이느냐는 나와 우리 스태프들이 노력해야 할 과제다. 또 우리는 20인 외 지명, 2차 드래프트, 신인 드래프트, 외국인 선수 선발 등 여러 기회가 남아있다. 이때 합류하는 선수들까지 뭉쳐서 팀을 만드느냐도 고민이다. 나는 팀에 대한 의식을 강하게 만들고 싶다. 예를 들어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만 강한 선수는 피하고 싶다. kt가 객관적인 전력상 다른 팀에 비해 떨어지는게 사실이기 때문에 더 힘을 모아야 조금이라도 잘할 수 있으니까."

이지찬, 박세웅, 신용승, 고영표 등 눈여겨 볼만한 선수들을 일일이 언급한 조범현 감독은 "결국 1군 경험이 중요하다. 선수들의 성장은 굴곡 없는 직선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업&다운'을 거치면서 진행된다. 그러다보면 결국 높은 곳에 도달해있다"며 미소지었다.

조범현 감독 ⓒ kt 위즈
조범현 감독 ⓒ kt 위즈


"할 일이 참 많다(웃음). 물론 사람이 생각대로만 되면 누가 감독 못하겠나. 너무 큰거 바라지 않고 합리적으로 극복해서 나가겠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기초를 잘 다져놓느냐다. 밑이 탄탄해야 나중에 올라섰을 때 롱런할 수 있다. 급해서 선수들을 돌려막다보면 '아차'하는 순간에 7~8년, 10년은 그냥 간다. 특히 kt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결국 이게 빠른 길이다. 2~3년동안 기초 공사를 해놓고, 하나씩 쌓아 올리면 그때는 중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 선수들의 돌발적인 부상(고영표 타구부상, 신용승 손가락 골절, 문상철 갈비뼈 골절 등)을 제외하면 무리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다. 가을부터는 1군을 기준으로 훈련을 시킬 생각이다."

최선을 다해 1군 진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그래도 머리 속 한켠을 차지한 걱정은 떨칠 수가 없다. 준비를 완벽히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이미 안정된 팀을 구축하고 있는 1군팀들과 상대했을 때의 예상되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혹시 우리가 내년에 1군에 갔을때 실력 차이가 너무 많이 나지는 않을까 하는게 가장 걱정된다. 좋은 성적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하게는 해야 긍정적인 효과가 나올텐데. kt가 한국야구 발전에 해가 되면 안된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SK와 KIA 감독 시절 '리빌딩 적임자'로 불리며 kt의 초대 감독으로 선택받은 조범현 감독. 좀 더 넓고, 높은 곳을 바라보는 그의 손길이 신생팀 kt의 심장박동수를 빠르게 만들 수 있을까. 10개 구단 체제로 운영될 다음 시즌 프로야구가 기대가 된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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