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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철 "좋은 향을 내는 배우로 남고 싶다" (인터뷰)

기사입력 2014.06.12 23:30 / 기사수정 2014.06.12 23:54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천상여자'가 종영한 뒤 만난 배우 박정철의 얼굴은 브라운관보다 더욱 생기 있어 보였다.

6개월 내내 '악인' 장태정으로 살아왔던 시간들. 역할에 몰입했던 만큼 항상 처져 있었고, 음식 하나도 제대로 먹기 힘들었던 날들이었다. "드라마 막바지엔 1월 제작발표회 때보다 살 빠진 모습이 눈에 너무 보여서 안쓰럽더라"고 말을 건네자 그는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도 잘 먹은 건 아닌데, 편한 마음으로 먹으니까 살이 좀 오른 것 같다"는 유쾌한 대답을 전했다.

인기리에 종영한 KBS 2TV 일일드라마 '천상여자'를 마친 박정철을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정철은 시청자들의 관심과 응원이 자신의 에너지가 됐다면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권혁재 기자
박정철은 시청자들의 관심과 응원이 자신의 에너지가 됐다면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권혁재 기자


▲ 악인(惡人) 장태정, 차라리 그냥 죽었으면 했다

"장태정으로 처절하게 살았다. 사실 그렇게 혹독한 삶을 사는 역할을 맡는 게 쉽지는 않은데, 정말 연기하면서도 처절한 패배감을 맛봤던 작품이었다."


종영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잠시 침묵하며 생각에 잠긴 뒤 말을 이어갔다. '천상여자'의 종영일은 지난 2일. 마지막 촬영은 이보다 열흘 전에 끝마쳤으니 장태정 캐릭터에서 좀 벗어났을 법도 하지만, 이번에는 유난히 그 여운이 길다고 했다.

아쉬운 마음도 컸다. 6개월 동안 품어왔던 악독했던 감정들을 멈춰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박정철은 "보통 드라마 한 편이 끝나면 시원한 마음이 더 컸는데, 이번에는 무언가 끝나지 않은 장태정만의 못 다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도 극 속에서 이룬 게 아무것도 없지 않나. 아직도 쿨하게 벗어던지지 못한 것 같다"며 엷은 미소를 띠었다.

마지막 회에서 장태정이 자신이 저질렀던 악행들을 반성하며 절벽에서 뛰어내리려 하는 장면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후 장태정은 경찰에 자수하며 그간 자신의 죗값을 모두 치르게 된다. 

이에 박정철은 "사실 좀 아쉬웠다. 그동안 장태정이 해왔던 악행들을 보면서 '차라리 이런 인물은 그냥 죽는 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극단적으로 살아왔던 인물이니까. 하지만 일일극이라는 특성도 그렇고, 극 전체의 그림을 생각하면 그런 결말이 나와야 했던 게 맞다는 생각도 든다"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악인 중의 악인 장태정이지만, 박정철은 이런 캐릭터의 존재가 시청자들에게는 극을 보는 또다른 재미가 될 수도 있었다고 얘기했다.

"일상하고 맞닿아있는 인물이나 상황들도 의미가 있겠지만, '천상여자'라는 드라마나 장태정 같은 캐릭터처럼 조금은 과해보이는 인물들도 흥미를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엔 정말 별의별 사람도 많고 별별 일들이 다 일어나니 말이다."

처음 박정철은 밖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이름을 말하기도 전에 '나쁜 놈'이라고 부르는 것에 적잖이 당황했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가 잘 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본다는 뜻이니까. 나중에는 오히려 '더 독하게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호탕한 웃음을 보였다. 박정철의 긍정적인 성격이 잘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박정철에게서는 진지하고 신사다워 보이는 모습 외에도 유쾌하고 소탈한 면을 엿볼 수 있었다. 권혁재 기자
박정철에게서는 진지하고 신사다워 보이는 모습 외에도 유쾌하고 소탈한 면을 엿볼 수 있었다. 권혁재 기자


▲ 일일극 대장정에 결혼까지, 올해 상반기는 정말 특별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 3주 정도가 흘렀다. 그는 지난 4월 12일 7년간 열애한 8세 연하 신부와 결혼식을 올렸다. 오붓하게 앉아 '천상여자' 마지막 회를 같이 시청했을 정도로 달콤한 신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달 말에는 그간 미뤄왔던 신혼여행도 예정돼 있다.

결혼 전까지의 박정철은 드라마 속에서는 매번 악행을 저지르는 악인이었지만, 현실 속에서는 바쁘게 결혼을 준비해야 하는 예비신랑이었다. 극과 극을 오가는 생활은 예상했던 것보다 힘들었다. 자신의 몫까지 군말 없이 떠안아준 신부에게 더욱 미안하고 고마운 것도 그 때문이다.

박정철은 "아내는 여자이기 때문에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바랐던 모습이나, 받아들이는 것도 나보다는 컸을 텐데, 바쁘게 준비하면서 스트레스가 컸을 거다. 앞으로 내가 더 잘 해야 겠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에게 2014년 상반기는 그만큼 특별할 수밖에 없다. 박정철 스스로도 이 시간을 '인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연기자로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새로운 시도는 긴 호흡의 일일극을 통해 발현됐다. 충분한 자극을 받았고, 다시 자신을 채찍질해 앞으로 나아갈 힘도 얻었다. 결혼 역시 인간 박정철에게는 자신의 이름에 책임을 지고 그에 걸맞은 인생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계기였다.

박정철은 배우로서, 또 인간으로서도 꾸준한 노력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어가는 '좋은 향을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의 나는 '즐겁게 행복하게 살자'는 주의다.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아도 빨리 털어내려고 하는 성격이다. 20대 초반에 일을 시작해 벌써 마흔이 눈앞이다. 그렇게 살다보니 이제는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그려지더라. 주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난 6개월간 '천상여자' 속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던 그는 무엇보다도 얻은 게 많아 보였다. 배우 박정철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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