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는 남자'를 통해 돌아온 배우 김민희. 그녀에게 '우는 남자'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딜라이트 제공
[엑스포츠뉴스=박지윤 기자] 15년차 여배우. 1999년 드라마 '학교'로 데뷔한 김민희는 드라마 '굿바이 솔로'를 기점으로, 천천히 하지만 정확하게 배우로서 한발씩 내디뎠다. 이제는 배우의 타이틀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녀가 영화 '우는 남자'를 통해 한 아이의 엄마를 연기한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민희는 아직 '모경'에서 못 벗어난듯 했다. 전작 '연애의 온도'에서 일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그녀가 후속작으로 누아르를 택했다. 김민희는 밝고 통통 튀는 '장영'에서 딸을 잃고 오열하는 '모경'으로 변했다. 극 중 하나뿐인 딸을 잃은 모경의 모성애를 연기하는 것은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보통 다른 작품들은 극중 캐릭터의 감정 변화가 크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모경이란 인물은 그렇지 않아요. 어둡고 깊은 톤으로 계속 연기하다 보면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사실이죠. 그런데 모경을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심장은 멈춰있는데 그냥 살아있는…. 살아 있지만 죽어있는 것 같은 그런 인물이요. 하지만 저는 (장)동건 선배에 비하면.(웃음) 제가 선택한 캐릭터이고, 이 정도쯤이야 이제 버텨내야죠."
'우는 남자'에는 남녀 주인공이 맞부딪히는 장면이 많지 않다. 제대로 호흡을 맞추는 장면은 사실 초반 엘리베이터 신이 전부다. 김민희가 '우는 남자'에 끌리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작에서 밝은 역할을 하면 다음에는 조금 다른 캐릭터를 고르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전작에서 너무 무거운 감정을 쓰면 다음에는 쉽고 재밌는 연기를 하고 싶어지고요. 그래서 이번 시나리오를 고르게 된 부분도 있어요. 또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남녀주인공이 만나는 신이 한 장면밖에 안 되더라고요. 그 부분에서 매력을 많이 느꼈어요. 특별하지 않나요?"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모두 절 많이 닮았어요. 어떤 부분이든지. 제가 연기하는 거니까요." ⓒ딜라이트 제공
하이틴 스타, 패셔니스타로 주목받았던 김민희는 이제 어느덧 대표적인 30대 여배우로 꼽힌다. 드라마 '굿바이 솔로'를 비롯해 영화 '화차', '연애의 온도'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어느 동년배 배우와 비교해도 단단하다.
"사실 배우라는 직업은 외적으로 평가받는 것 같지 않아요. 화장을 예쁘게 하고, 좋은 옷을 입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면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에서도 배우 '김민희'가 아니라 '모경'이 보였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죠"
어느덧 믿고 보는 배우가 된 김민희. 이젠 김민희에 대한 평단의 기대도, 대중의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이를 김민희는 '부담'이 아닌 '책임감'으로 받아들인다. 영화를 통해 무엇을 얻고 싶다는 욕심도 없다. 그저 연기하기에 좋은 나이 30대를 즐기며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시간이 참 빨라요. 천천히, 또 꾸준히. 그렇게 배우생활 하고 싶어요. 여기서 끝이 아니니까. 현시점에서 어떤 목표를 정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순간에 충실해지고 싶어요"
인터뷰 말미, 김민희에게 영화 '우는 남자'를 한마디로 표현해달라고 했다. 김민희는 어렵다는 듯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레 입을 뗐다.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기대하신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어요. 액션의 현란함보다는 사람이 보이는 영화, 두 배우의 눈빛이 기억에 남을 감성 누아르로 기대해주세요"
박지윤 기자 jyp90@xportsnews.com
박지윤 기자 jyp9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