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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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 17대표팀, 종료 휘슬 그 후의 이야기

기사입력 2007.08.23 00:11 / 기사수정 2007.08.23 00:11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4강 신화를 재현하겠다며 호언장담했던 것치고는 너무 쉽게 바스러졌다. 이제 17세, 가슴에 태극 마크는 달았다지만 아직 얼굴에 솜털도 채 가시지 않은 어리기만 한 선수들이다. 연속된 패배의 아픔이 쉽게 깨쳐질 리 없었다.

코스타리카에 첫 골을 허용하기 전까지 경기를 주도했지만, 골은 터지지 않았다. 견고함과 정확성을 찾아 볼 수 없는 패스와, 문전에서의 볼 처리 미숙은 가득 찬 관중석에서 아쉬운 탄식만을 자아냈다.



내내 경기를 주도하다 단 한 번의 역습에 골을 내주고, 구멍 난 둑처럼 허물어졌다. 결국, 0-2 패배. 수모와도 같았던 마지막 10분. 입추에 여지없이 가득 들어차 내내 대한민국을 외치며, 파도를 타며 어린 선수들을 응원했던 관중석은 코스타리카의 첫 골이 터졌을 때만 해도 "괜찮아!"를 연호했다. 그러나  두 번째 골을 허용하자,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마치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관중 속에서도 끝까지 그 들을 응원하는 목소리는 남아있었다.

혼란스러운 관중석은 어린 그들에게는 어깨 가득 진 무거운 짐과도 같았다. 그렇게 힘겹기만 하던 10분도 지나가고, 주심의 휘슬이 울리며 경기가 끝났다. 휘슬이 울리자마자 붉음과 순백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코스타리카 선수들은 기쁨에 젖어 환호성을 질렀고, 일부는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어 신께 감사를 드리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은 달랐다. 그대로 그라운드에 누워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승자의 여유가 가득한 코스타리카 선수들이 일으켜 세우며 위로했지만, 아직, 승자의 아량을 다 받아들이기엔 너무 어렸다. 위로하는 팔마저 필요 없다. 쳐냈다. 기실, 지금 미운 것은 상대가 아닌 바로 자신일 터였다.





90분 내내 실수에도 굴하지 않고 골대 뒤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응원해준 붉은 악마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러 떠나야 하지만,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골대 앞 관중석으로 향하는 도중에도 철없는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지금의 자신이 얼마나 분하고 서러울까?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 손으로, 유니폼으로 가려보지만 가려지지 않았다.



"잘했어!!" "괜찮아!! 어깨 펴!!" 토닥이는 소리에도 서러운 눈물은 멈추기가 어려웠다. 오히려 설움의 기폭제가 되었다. 차마, 인사를 드리기도 어려워 외면한 채 라커룸으로 향하려 했다. 결국, 동료의 손에 잡혀 혼신을 다해 응원해 준 그 들에 감사인사를 전했지만 마음의 무거움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2연패.  많은 주목을 받았고, 내 조국에서 열리는 대회인지라 더욱더 의욕이 앞섰다. 의욕만큼 모든 것이 결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이 끝은 아니다. 앞으로 5년 뒤, 또 10년 뒤, 지금 섧게 울고 있는 이 어린 소년들이 대한민국 축구의 앞날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오늘의 이 서럽고 아픈 감정이 그 언젠 가의 영광을 위한 토양의 밑거름이 될 날이 오기를 그때 흘릴 눈물은 오늘과는 다른 것이 되길, 바래본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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