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우가 '황금무지개'를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 스타케이 엔터테인먼트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인사와 함께 장미꽃다발을 건넨다. 밝게 웃는 얼굴엔 그늘짐 하나 없다. 내면의 아픔을 지닌 검사에서 미소가 매력적인 스물여덟 청년으로 돌아왔다. 배우 정일우 얘기다.
정일우는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황금무지개’에서 자유분방한 검사 서도영 역을 맡아 열연했다. 능청스러운 검사부터 한 여자만 바라보는 순정남, 아버지를 배신할 수밖에 없는 아들까지 다양한 내면 연기를 선보이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감정 연기가 쉽진 않았어요. 후반으로 갈수록 감정이 고조됐고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세트 촬영부터 긴장하고 연기했죠. 다행히 조민기 선배님이 도와주셔서 연기하는데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어요.”
밝으면서도 까칠하고, 또 냉정한 서도영은 변신이 필요했던 정일우에게 꼭 맞는 캐릭터였다. 정일우는 “검사의 전형적인 모습만을 그리려 하진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주위에 검사 같지 않은 검사들도 많아요. 역할에 얽매이기 보단 캐릭터와 정일우가 만나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미지 변신뿐만 아니다. 41부작이라는 긴 호흡의 주말드라마인 덕에 김상중, 조민기, 도지원, 박원숙 등 연기파 중년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20대 배우인 그에게는 매우 귀중한 경험이었다.
“긴 시간 동안 좋은 선배님들과 작품하게 돼 영광이었어요, 연기적으로 많이 느끼고 배웠죠. 결과적으로 배우 생활에 밑거름이 된 작품이 된 것 같아요. 냉정한 연기도 어울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게 됐고요.”
정일우가 데뷔 9년 차를 맞아 새 각오를 다졌다 ⓒ 스타케이 엔터테인먼트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으로 데뷔한 정일우는 올해로 연기생활 9년차를 맞았다. 당시 누나팬의 지지를 받으며 완소남에 등극했던 그는 ‘돌아온 일지매’(2009), ‘아가씨를 부탁해’(2009), ‘49일’(2011), ‘꽃미남 라면가게’(2011), ‘해를 품은 달’(2012), ‘황금무지개’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제법 다양한 장르에서 여러 역할을 소화한 그는 단순히 꽃미남 배우만이 아닌 자신만의 연기 영역을 구축했다. 흥행에 실패한 작품들도 있었지만 연기 경험을 통해 ‘여유’라는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예전에는 그저 감독님이 디렉션을 주는 대로 조급하게 연기했어요. 이제는 정일우 만의 캐릭터를 잡고 연기하게 됐죠. 긴 작품을 하다 보니 배우들과의 호흡도 좋아졌어요. 시청률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법도 배웠고요.”
덕분에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슬럼프도 지혜롭게 대처할 줄 알게 됐다. 그는 “작품 하는 동안에는 ‘정일우는 없다’고 마인드컨트롤을 하는 편이다. 수행하는 느낌으로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다.
“정일우란 사람은 부족하고 게을러요. 연기는 자기와의 싸움이에요. 내 자신에게 지고 싶지 않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해요. 감정기복이 심한 편이라 주저앉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답니다.”
‘황금무지개’를 마친 그는 쉬는 것도 잠시, MBC ‘무한도전’ 응원단 일정과 팬미팅, 차기작 선정 등 바쁜 나날을 보낼 계획이다. 빠듯한 스케줄이지만 배우가 아닌 인간 정일우로서도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단다. 평소 노래 듣고 영화 보고 친구 만나는 걸 좋아한다는 그는 목표를 하나하나 열거하며 미소를 뗬다.
“커피를 좋아해서 조만간 핸드드립도 배울 생각이에요. 하와이에서 서핑도 배우고 싶고.(웃음)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걸어가는 순례자의 길도 가고 싶어요. 파울로 코엘료가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곳이라는데 시간 될 때 한 달 정도 친한 친구와 다녀 오고 싶네요.”
일상과 연기 모두 놓치고 싶지 않다는 정일우. 스물 여덟 데뷔 9년 차를 맞아 터닝 포인트 시점에 놓인 그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뻔하지만 생각을 요하는 질문을 던져봤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자격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격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선 인간 정일우의 내실도 쌓아야겠죠. 이정재, 하정우 선배님 같은 30대 배우들을 보면 얼굴에 굉장한 자신감과 여유가 드러나요.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드라마든 영화든 주어진 작품에 늘 최선을 다 하는 배우가 될래요.”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