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명작의 미(美)는 '디테일'로부터 나온다. 예술계에서 자연스럽게 통용 되는 원리다. 국내외 주요 작품들에도 나타났다.
백제시대 금동대향로는 역사가들로부터 세밀하고 정교한 새김이 매력으로 주목됐다. '최후의 만찬' 등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각종 걸작들도 그림 속 인물들의 세밀한 동작과 표정 하나 놓치지 않아 호평을 받았다. 축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작은 변수들이 모여 그라운드 위 드라마를 완성한다.
올 시즌 새로운 드라마 연출을 노렸던 FC서울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명작으로 향하는 여정에 디테일을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예선 4차전에서 산프레체 히로시마와 2-2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결과로 16강 경쟁은 더욱 혼전이 됐다.
중요한 시기, 서울의 눈은 다름 아닌 골로 향한다. 일단 득점포가 터져야 승리도 가능하다는, 축구의 원리에 주안점을 맞췄다. 공격진의 득점을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페널티킥부터 조정한다. 그동안 오스마르(FC서울)에게 주어졌던 키커의 부담을 다른 대체자에게 넘겨 줄 생각이다.
서울로서는 페널티킥 키커의 변경은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골이 중요해진 서울의 상황을 감안하면 페널티킥 조정이 우선시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시즌 개막 이후 서울은 몇 차례 페널티킥 불운에 울었다. 지난 3월 부산 아이파크와의 K리그 클래식 홈 경기에서부터 시작됐다. 전반 31분만에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동점골이 간절했던 상황에서 키커로 나선 오스마르의 슈팅이 이범영(부산 아이파크) 골키퍼의 선방에 막했다.
이어 후반 33분에도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이번 키커는 김진규(FC서울)였다. 침착하게 슈팅을 연결했지만 이 마저도 이범영 골키퍼가 막아내며 아쉬운 0-1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만약 두 번의 페널티킥 중 하나라도 성공했다면 경기 향방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
이번 히로시마전에서도 아쉬운 장면이 지나갔다. 후반 45분 서울은 미즈모토(산프레체 히로시마)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서 키커로 나선 이는 오스마르였다. 골문 왼쪽을 향해 날린 오스마르의 슈팅은, 그러나 상대 골키퍼의 발 빠른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경기 후 최용수 감독은 페널티킥 조정을 공언했다. 오스마르의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페널티킥 득점률을 끌어 올리겠단 심산이었다.
최 감독은 다시 오스마르에게 페널티킥을 맡길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생각은 없다"고 말하면서 "상당히 중요한 시점에 그런 중요한 기회를 맡겼는데 본인이 실패를 두 번이나 하다 보면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 본인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 한 골, 1승이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다른 키커를 물색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페널티킥은 골이 중요한 서울에게 묘약이 될 수 있다. 주어진 페널티킥을 성공시킬 경우 자신감 회복과 함께 득점포의 시발탄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과연 서울의 작은 변화가 좋은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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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C서울 페널티킥 (C)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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