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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벼랑 끝에서 세상을 노래하다(인터뷰)

기사입력 2014.03.26 08:01 / 기사수정 2014.03.25 20:11

한인구 기자


▲ 이승환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스스로 위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최근까지 내리막 길이었죠." 데뷔 25년차 이승환은 정규 11집 'fall to fly-前(폴 투 플라이)' 앨범 발매을 앞두고 이처럼 말했다. 그는 비상을 위한 날갯짓을 할 수 있을까. 한 발을 내딛으면 추락하는 벼랑 끝에서 조심스레 도약을 준비 중인 이승환과 18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10집 앨범이 역사의 뒤로 사라져 갈 때, 정말 음악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승환은 전작 'Dreamizer(드리마이저)'에 대해 단호하게 평가했다. 그는 "정말 경제활동이 맞느냐"는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가수는 음악만 잘하면 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지 못한 자책이기도 했다. "음악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체할 수 없는 욕구가 생겼죠. 다시는 벼랑 끝에 선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아요."

이승환은 그동안 실험적인 작품을 쏟아냈다. 호평 속에서도 가요팬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그는 이제 더 많은 이들에게 눈길을 돌리려고 했다. "이번 음반은 대중적으로 만들되 음악성은 놓치지 말자는 느낌으로 작업했어요. 흠 잡히지 않기 위해 노력했죠." 위기 앞에서 고개를 돌린 이승환이지만 쌓아온 과정까지 놓치고 싶지 않았다. 또 그는 후배들에게 "후져 보이지 않기 위해" 완성도에 신경 썼다고 답했다.

'fall to fly' 뜻에는 고난과 역경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승환이 던지는 메시지도 담겼다. "사회적으로 답답하거나 체념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두 깨어날 수 있고 이제 바닥을 쳤으니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도 있죠." 자칫 너무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지만, 이승환은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뜻은 아니다"고 밝혔다.

새 앨범은 10곡이 수록된 음반이다. 전(前)과 후(後)로 나뉜 파트 중 전편이다. 이승환은 흥행 성적에 따라 후편이 작업이 이뤄질지 결정된다고 했다. 이 또한 하나의 승부였다. 그렇기에 더욱 세심히 챙겼다. 'fall to fly'는 해외와 국내를 오가며 곡당 두 차례씩 믹싱 작업을 했고 많은 제작비도 들였다. 뮤직비디오도 다섯 편을 준비했다. 비상을 위한 노력이었다.

"전편은 대중 친화적인 곡들을 담았고 편한 음악들 위주로 만들었어요. 후편에는 실험적인 음악들이 많이 실을 예정이에요. 전편이 실패한다면 후편 제작은 하지 않으려고요. 그만큼 중요한 앨범이죠." 이승환은 이번 앨범이 성공한다면 후편의 제작 과정은 더욱 빨리 끝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성공을 위한 변화는 필연적이었다. 이승환은 'fall to fly'에서 전작과 비교해 "옹알이 창법에서 벗어나려고 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보컬 능력이 폄하된 면도 있었고, 스스로도 자신이 없었죠. 가창력에 대한 의구심들을 불식시키고 싶었어요." 그는 'fall to fly'가 자신의 창법이나 감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앨범이 됐으면 했다.

이승환은 이를 위해 녹음 방식도 바꿨다. "예전에는 녹음실에 한 번 들어가면 10시간씩 노래했죠. 이제는 힘들어요. 두세 시간만 노래하고 집에서 수정할 점을 찾아 다시 노래를 했죠. 왜 이소라가 의자에 집착하는지 알겠더라고요(웃음)."



선공개곡 '내게만 일어나는 일'은 17일 발표됐다. 이승환의 목소리와 첼로, 피아노 선율로 헤어진 연인에 대한 애달픈 감정을 표현했다. 후렴구의 대규모 합창은 웅장하기까지 하다. "단단하면서 쫙 퍼져나가는 80년대 음악의 코러스를 구현하고 싶었어요." 또 이 곡에서는 MC 메타의 랩핑이 돋보였다. "최근 생활은 단조로운 편이죠. 밝은 가사는 잘 쓰지만 슬픈 가사는 어렵다고 생각해서 MC 메타의 랩이 잘 받쳐줄 거라고 예상했어요."

타이틀곡은 '너에게만 반응해'다. 이승환이 평소 공연장에서 팬들에게 불러주던 노래며, 이소은의 피처링이 눈길을 끈다. "사회적으로 답답하고 암울한 느낌이 드는 때에 밝은 노래를 들려드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지금은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소은에게 피처링을 부탁했는데 흔쾌히 승낙해줬죠." 자신감도 내비쳤다. "후렴구를 따라 부를 정도로 쉽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고, 가사도 봄에 어울리는 내용이에요."

이승환은 영화 '26년'에 투자한 것이 알려지며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정치색에 민감한 한국 사회의 특징이었을터. "가수가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는 것은 주제 넘는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좋고 나쁨'을 노래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봐요. 한 명의 시민으로서 성향을 나타내는 행동이 왜 나쁜지 모르겠어요." 그는 음악을 통해 단지 성향을 드러내고 싶다고 말했다. 단, 소신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승환은 수록곡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을 설명하며 故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도종완 시인께서 노무현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가사를 쓰신 건 아니예요. 아무런 의도 없이 가사를 부탁했다가 노 대통령을 위한 곡이라는 생각이 들어 느낌대로 불렀죠."

이승환은 거침없는 화법은 이어졌다. "대부분 사람들이 제게 기대하는 것은 '어린 왕자'예요. 포근하고 밝고 이미지 말이죠. 하지만 전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가요계에 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인디음악에 관심이 많아요. 인디가 돈이 된다는 생각에 대중음악 시스템을 결부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죠." '어린왕자'라는 그의 별명은 단지 어려 보이는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항상 고민하는 태도가 사춘기 소년의 그것과 닮았다.

이승환에게 가수 생활 25년은 어떤 의미였을까. "잘 모르겠어요. 밖에서 보면 제가 벼랑 끝이라는 것을 이해 못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나름 순탄치 않은 가수 생활이었죠. 신인가수가 자신의 앨범을 제작한 최초의 가수였고, 과거 가요·방송계의 나쁜 관행들을 눈으로 봤죠. 그래도 정직하게 살자는 마음은 잃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사진 = 이승환 ⓒ 드림팩토리]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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