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창정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영락없는 광대다. 신곡을 틀어놓고 이와 관련해 설명하며 툭툭 던지는 말들이 사람을 끌어당긴다. 진지한 얼굴을 하다가도 어느샌가 화통한 웃음소리가 꼬리를 잇는다. 임창정은 자신을 "광대지, 광대. 대중이 원하는 자리에서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사람이다"고 소개했다.
임창정의 정규 12집 '흔한 노래…흔한 멜로디…'가 20일 발매됐다. 임창정은 "앨벌명처럼 타이틀곡 '흔한 노래'는 흔한 멜로디다. 내 음악성을 굳이 내세우려 하지 않고 이제는 즐기려고 한다"고 했다. 대중의 마음을 읽고 즐기는 광대, 임창정을 19일 만났다.
임창정은 '흔한 노래'가 쉽지만 정규 12집에서 가장 어려운 노래라고 설명했다. 다른 곡들에 비해서 높은 음역이 계속되는 곡이기 때문이다. 멜로디는 단순하지만 직접부르는 데에는 노력이 따른다는 것이다. "무대에서 실수할까 봐 반 키(key·조성) 내린 MR도 준비했어요. 최근에는 방송 무대와 콘서트를 위해 금연도 했죠(웃음)."
'흔한 노래'는 이하늘의 동생 이현배가 속한 프로듀싱팀 슈퍼터치가 작곡했다. 임창정은 이 곡이 그저 앨범에 '깔리는 노래'정도로만 생각했다. 200여 곡을 받았지만 결국 타이틀곡은 '흔한노래'로 결정했다. "DJ DOC 공연 뒤풀이에 갔는데 '흔한 노래' 데모곡이 흘러나오더라고요. (이)현배가 다가와서는 이 곡이 어떤지 물어봤어요. 내성적인 친구가 물어서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대뜸 제가 불러보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스쳐 지나갈 것으로 생각했던 타이틀곡은 이렇게 처음 다가와 정규 12집을 대표하는 곡으로 꼽혔다.
이번 앨범에는 휘성, 안영민, 멧돼지, 이동원 등이 작사·작곡에 함께했다. 여러 음악인의 손때가 묻은 앨범은 '발라드'라는 테두리 안에서도 비슷한 느낌의 곡은 없다는 특징을 띤다. "같은 발라드라도 다양성에 무게를 뒀죠. 그래서 젊은 작곡가들이 참여한 곡이 많은 것 같아요." 그는 이번 앨범의 발라드를 "서로 차이를 지닌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틀에 박히지 않은 임창정표 발라드를 전하려는 그의 욕심이 엿보였다.
갖가지 발라드를 선보이고 싶은 마음은 수록곡 '마지막 악수'에서도 느껴졌다. 가수 휘성이 작곡한 곡이다. "휘성이 데모곡을 들려줬는데 내 목소리가 나오더라고요. 알고 보니 '히든싱어2'에 출연했던 조현민이 가이드 녹음을 했던 거죠. 진짜 죽어도 임창정처럼 부르기 싫어지더라고요(웃음)." 그는 고집을 피웠다고 했다. 임창정스럽지 않기 위해 이 곡에서만큼은 스타일을 바꿔 불렀다. 이 덕분에 임창정스럽지 않은 임창정의 곡이 탄생했다.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히든싱어2'의 인연은 수록곡 '너의 미소'에서도 이어졌다. 임창정, 모창 출연진 등 6명이 작업했다. 듣고 있으면 누가 진짜 임창정의 목소리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 목소리가 제 목소리 같죠? 세 번째 등장하는 게 바로 임창정이에요(웃음)." 임창정이 "즐겼다"라고 한 앨범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신바람 이박사와 부른 '임박사와 함께 춤을' 또한 임창정이 가진 광대 끼를 어김없이 보여주는 곡이다. 지난해 발표했던 '문을 여시오'를 연상케 한다. 임창정은 타이틀곡 외에 '임박사와 함께 춤을'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그 정도로 곡에 대해 재밌어하는 눈치였다. "처음 이 곡을 들어본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더라고요. 재밌었어요. 예전부터 틀에 박히지 않은 것들을 해보고 싶었죠."
임창정은 스크린에서도 코믹 연기를 통해 빛을 발했다. 임창정만의 재기발랄함 때문일 터. '문을 여시오'는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에서 제2의 싸이라는 별명도 생겼어요. 싸이는 정말 선구자예요.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고 싶은 후배죠." 그는 싸이와의 일화를 들려주며 "누군가 싸이와 저를 비교한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규 12집은 임창정이 5년 만에 내놓는 앨범이다. 그는 지난해 '나란 놈이란'을 선보이며 다시 본격적인 가수활동을 시작했다. "오랜 시간 끝에 정규 앨범을 발표하지만 마음은 편해요. 경쟁한다는 생각은 없고 즐길 준비는 돼 있죠." 임창정은 첫 앨범을 1995년에 발표했다. 어느덧 20년이란 세월이 지나간 셈이다. "다만 노래는 잘하고 싶어요. 12집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죠. 팬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고마워요." 그는 여태까지 앨범을 내고 팬들의 사랑을 받은 것에 대해 "감개무량하다"고 표현했다.
한동안 임창정은 가수보다는 배우 활동에 집중했다. 스크린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던 임창정은 마이크를 잡은 이유를 "무대에서의 중독성"에서 찾았다. "누가 제 노래를 들어준다는 게 좋아요. 남들이 들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슬프죠. 제가 느끼는 감정들을 누군가가 느낀다는 것에 중독성이 있어요."
누구는 하나도 하기 쉽지 않은 노래와 연기에서 임창정은 오랜 시간 자신만의 발자취를 남겨왔다. 그는 두 분야가 확연히 다른 세계라고 정의했다. 연기는 내 차례가 왔을 때 하면 되는 '야구' 같다고 표현했고, 가수의 무대는 모든 공격을 퍼부어야 하는 곳이라고 했다.
임창정은 마지막으로 가수와 배우 사이에서의 정체성에 관해 말했다. "대중이 있으면 어디든 찾아가서 하는 것이 제 정체성이죠. 옛날로 말하면 광대고, 지금은 대중예술가죠. 무대와 카메라 앞은 너무 달라요. 각각의 매력이 있고 두 분야 모두 좋아요. 앞으로 대중예술가만을 칭할 수 있는 직업군이 따로 생기지 않을까요?"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사진 = 임창정 ⓒ NH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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