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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urn of the Queen] 김연아, '피겨 요정'에서 '여제'로 등극하다

기사입력 2014.02.12 07:40 / 기사수정 2014.02.12 13:3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은반위의 요정. 피겨 선수들에게 가장 흔히 붙이는 별칭이다. 차가운 아이스링크에서 아름다운 연기를 펼치는 여자싱글 선수들을 '요정'이라 부른다. 김연아(24)도 주니어시절부터 시니어 초기까지는 '피겨 요정'으로 불렸다.

'요정'에서 '여제'가 되는 것은 힘들다. 말 그대로 ‘피겨 여왕’은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이에게 어울리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2008~2009시즌부터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 섰다. 경쟁자보다 훨씬 두려웠던 '부상'을 털어낸 뒤 김연아의 양어깨에는 커다란 날개가 달렸다.

2008년 스웨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부상 투혼'을 발휘했지만 메달권 진입에 만족해야 했다. 아사다 마오(24)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 실패 후 빙판에 넘어지는 큰 실수를 범했다. 펜스까지 미끄러진 아사다는 잠시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높은 점수를 받으며 생애 첫 시니어 월드챔피언에 등극했다. 유럽의 홈 어드밴티지를 받은 캐롤리나 코스트너(27, 이탈리아)는 아사다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세계선수권대회 2년 연속 동메달을 획득한 김연아는 메인 훈련지를 바꿨다. 한국을 떠나 캐나다 토론로로 훈련장소를 변경한 뒤 여러 가지 악재를 벗어던졌다.

대관시간에 맞춰 링크를 이동해야하는 불편함을 해소했다. 또한 난방이 되는 링크에서 훈련하면서 효과도 배로 높일 수 있었다. 몸 관리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갖춰졌다. 세계정상급 선수에 걸맞는 환경 지원을 받은 뒤 '무적모드'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의 탁월한 프로그램 선택도 주효했다. 2008~2009시즌 김연아는 '죽음의 무도'(쇼트)와 '세헤라자데'(프리)를 연기했다. 두 프로그램은 김연아 만의 독창적인 표현력이 극대화된 프로그램이다. '죽음의 무도'는 김연아가 아니면 그 누구도 소화하기 힘든 강렬한 작품이다. 검은 의상을 입고 나온 김연아는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눈빛 연기로 포문을 연다. 전율적인 곡의 선율에 맞춰 연기를 펼친 후 강렬한 마무리 동작으로 마무리 짓는다.

'죽음의 무도'는 '록산느의 탱고' 이후 김연아의 강한 연기에 방점을 찍은 작품이다. 이 프로그램이 초연된 대회는 2008년 10월 미국 워싱턴주 에버릿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시리즈 스케이트 아메리카였다. 총점 193.45점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최상의 출발을 보였다.



이어진 그랑프리 컵 오브 차이나에서도 우승을 차지한 그는 국내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한다. 2008년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에서 열린 이 대회는 김연아가 국내에서 출전한 첫 번째이자 마지막 국제대회다. 자신을 뜨겁게 응원하는 팬들 앞에서 최고의 경기를 펼쳐야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다. 결국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몇 차례 실수를 범하며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 대회를 통해 실전 경기에 임하는 큰 경험을 얻었다. 김연아는 2009년 올림픽이 열리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에서 출전했다. 대회가 열린 퍼시픽 콜로세움은 대망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장소였다. 이 대회에서 189.07점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성공적인 리허설을 마쳤다.


남은 대회는 세계선수권 뿐이었다. 2007, 2008년과 비교해 준비가 철저했다. 무엇보다 김연아에게 자신감을 준 점은 큰 부상이 없었다는 점이다. 2009 LA 세계선수권대회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출전한 첫 번째 월드챔피언십이었다. '죽음의 무도'와 '세헤라자데'라는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무장한 김연아에게 두려운 것은 없었다.

대회가 열린 미국 LA 스테이플센터에는 관중석을 가득 채우며 '여왕 등극'을 맞이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김연아는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해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트리플 러츠 더블 악셀 등 점프와 각종 기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4번의 대회를 거치면서 '죽음의 무도'에 녹아들은 김연의 표현력이 물이 올랐다.

전광판에 찍힌 점수는 76.12점. 2년 전 자신이 세운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점인 71.95점을 훌쩍 뛰어넘는 점수였다.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선을 제압한 김연아는 한결 편안하게 프리스케이팅에 임할 수 있었다.



'세헤라자데'는 김연아의 우상인 미셸 콴(34, 미국)이 연기해 화제를 모았던 곡이다. 콴의 영향을 받은 김연아는 반드시 연기해보고 싶은 곡으로 '세헤라자데'를 꼽았다. 프로그램 후반부에서 약간 흔들렸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해외 방송 중계진은 김연아의 연기에 대해 "지적할 곳이 없는 프로그램이다. 대단하다"며 입을 모았다.

프리스케이팅 점수 131.59점을 받은 김연아는 최종합계 207.71점으로 세계챔피언에 등극했다. 이 순간은 신채점제 도입 후 여자싱글의 ‘마의 벽’인 200점대가 처음으로 깨지는 순간이었다. 또한 김연아가 '요정'에서 '여제'로 등극한 순간이었다.

2위인 조애니 로셰트(28, 캐나다, 191.29)와의 점수 차는 무려 16.42점이었다. 김연아의 팬들이 흔히 말하는 '인간계'를 벗어난 것은 이때부터였다. 207.71점은 김연아와 당시 코치였던 브라이언 오서,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 그리고 어시스턴트 코치인 트레이시 윌슨으로 구성된 ‘드림팀’이 합작한 결과물이었다.

또한 김연아의 평생 코치인 박미희(현 올댓스포츠 대표이사) 씨의 눈물겨운 지원도 큰 일조를 했다. 김연아는 그랑프리 파이널 2연패에 성공하면서 자신을 옭아맨 단단한 껍질을 깼다. 그리고 세계챔피언에 등극하면서 날개를 펴고 천상으로 비상하기 시작했다.

* 김연아의 라이프스타일

김연아가 감명 깊게 본 영화는?



- 물랑루즈(2001) 노트북(2004).

물랑루즈는 2001년 개봉된 니콜 키드먼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뮤지컬 영화다.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번화가에 있는 댄스홀인 '물랑루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로미오와 줄리엣' '위대한 개츠비'를 연출한 바즈 루어만 감독의 현란한 영상이 볼거리다. 아름답지만 현실적인 뮤지컬 가수 샤틴(니콜 키드먼 분)과 보헤미안적인 이상주의자 시인 크리스티앙(이완 맥그리거 분)의 러브스토리가 영화 전편에 흐른다.

음악영화이기도 한 '물랑루즈'의 OST는 유명하다. 김연아와 이 영화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물랑루즈에 등장하는 '록산느의 탱고'는 김연아의 주니어 시절과 2006~2007시즌 쇼트프로그램 곡이었다.

노트북은 인생 전편에 걸쳐 사랑을 나눈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 노아(라이언 고슬링 분)는 17세 때 만난 앨리(레이첼 맥아담스 분)를 보고 첫 눈에 반한다. 이들의 순수한 사랑은 신분 차이와 집안의 반대로 끊어진다. 7년이 지난 뒤 신문광고를 통해 이들은 극적으로 재회하고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트북은 멜로물의 고전으로 남아있다. 특히 여성들이 선호하는 영화 순위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사랑을 하려면 이렇게 하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듯 이기적인 사랑이 난무하는 시대에 박하사탕처럼 다가오는 영화다. 강한 연기는 물론 감성적인 연기도 많이 펼친 김연아가 충분히 감명 깊게 봤을 영화로 짐작된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김연아 ⓒ 엑스포츠뉴스DB Gettyimages/멀티비츠, 물랑루즈 노트북 영화 포스터]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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