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트콤, 감자별 2013QR3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tvN의 '감자별 2013QR3'가 잠잠하다. 이제 반환점을 돌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지붕뚫고 하이킥' 등으로 시청자들을 들었다놨다 하며 명성을 날렸던 김병욱 PD가 전작 '짧은 다리의 역습'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야심적으로 들고 나온 작품이건만 반응은 영 신통치가 않다. '감자별'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방영되었던 '일말의 순정' 등도 부진의 늪을 헤어나지 못한 채 쓸쓸히 퇴장하고 말았다.
시청자들의 저녁을 책임져줄 시트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저녁 식탁의 숟가락 소리와 함께 들리던 '시트콤'의 웃음소리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현재 방영 중인 시트콤은 tvN '감자별2013QR3'가 유일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감자별 2013QR3'는 지난해 9월 23일 첫선을 보였다. 첫방송 시청률은 1.04%. 120부작 예정으로 최근 60회를 넘었지만 1% 내외의 시청률을 보이며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김병욱표 시트콤'에는 걸맞지 않은 성적표다. '감자별 2013QR3' 연출을 맡은 김병욱 PD는 '시트콤의 거장'으로 불려왔다. 'LA 아리랑'(1995년~1996년)를 시작으로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1998~2003), 하이킥 시리즈(2006~2012)까지. 이름만 들어도 모두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작품 목록들이다.
'감자별 2013QR3'는 김병욱 PD가 공중파에서 케이블로 자리를 옮기며 내놓은 회심의 시트콤이다. 그는 제작발표회서 "'감자별 2013QR3'를 한 주만 본다면 모든 시청자가 푹 빠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자신감을 무색케했다. 물론 1%대시청률이지만 단단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내놓는 작품마다 방송 다음날까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이전의 그의 작품들과는 거리가 멀다.
'감자별 2013QR3'의 위기는 곧 시트콤의 위기로 읽히고 있다. 시트콤이 부진한 이유로는 여러가지가 꼽히고 있다.
시트콤은 시츄에이션 코미디(situation comedy)를 줄인 말이다. 무대와 등장인물은 거의 변하지 않은 채 매회 다른 에피소드로 웃음을 유발하는 게 특징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기발하고 엉뚱한 상황들을 집어내 이야기가 펼쳐진다.
'감자별 2013Q3'가 시청자들에게 먹히지 않는 이유로는 김병욱 PD의 전작들과 너무 유사해 신선함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무대와 등장인물은 다르지만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들은 김 PD의 작품들에게 익히 보아오던 것들이라 식상한 감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난한 나진아(하연수 분)와 길선자(오영실)는 노송(이순재)의 집에 얹혀살며 길선자가 가사도우미를 역할을 한다. 나진아는 성공을 꿈꾸며 홍혜성(여진구), 노민혁(고경표)의 사랑을 받는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신세경을 떠올리게 한다.
이와 관련해 CJ E&M 홍보팀 장세희는 "'감자별 2013QR3'는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가미됐다"며 전작과의 유사성에 선을 그었다. 그는 '감자별 2013QR3'에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카메오가 출연하며 콩트 형식으로 새로운 시청자를 공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설사 새롭다고 할 지라도 시청자들을 끌어안기에는 임팩트를 약하다고 밖에 할 수 없을 듯 하다.
시트콤의 부진은 일반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들의 약진에 따른 상대적인 위축 현상이기도 하다. 대중문화평론가 박지종은 "시트콤이 가진 강점이었던 감동은 드라마가, 재미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흡수했다"면서 "시트콤의 강점이 희석돼 큰 변화가 있지 않은 한 앞으로도 시트콤이란 장르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고 말했다.
박지종은 또한 "시트콤은 매일 방송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요즘같이 볼거리가 많고 다운로드로 시청하는 방식이 보편화된 환경에서는 다소 불리한 형식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은 "'감자별 2013QR3'가 꽤 괜찮은 시트콤이지만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시트콤 장르의 성공은 곧 김병욱 시트콤의 성공이었을 뿐이었는데도, 그것을 시트콤 장르 자체가 성공했다고 믿었던 것은 일종의 착시현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덕현은 또 "방송사들이 시트콤이라는 장르를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시트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시트콤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하지 못하고 드라마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좋은 시트콤이 탄생하지 못하는 이유로 꼽았다.
아직도 많은 시청자가 우리의 삶 속에 녹아들었던 시트콤을 그리워하고 있다. 한 때 우리의 저녁 시간을 책임졌던 '안방극장의 꽃' 시트콤이 다시 부활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송사와 제작사, 작가와 PD 등 제작 현장에서 보다 치열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사진 = '감자별 2013QR3' 포스터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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