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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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변호사의 'TV가정법원'] 명절, 그 부담스러운 연휴에 꼭 듣고픈 말

기사입력 2014.01.29 19:55 / 기사수정 2014.01.29 20:06



이혼이나 상속, 재산분할, 부모 봉양 문제 등 가족관계에서 일어나는 분쟁이 늘고 있습니다. 가장 화목해야할 한 가족이 파탄 지경에 이르고 결국 법정으로 문제를 끌고 가 서로 얼굴을 붉히며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박현정변호사의 TV 가정법원’은 현실을 반영하는 TV 드라마를 통해 가족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법적인 문제들을 지혜롭게 풀어가는 방법을 독자 여러분에게 제시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SBS에서 방영되고 있는 '세 번 결혼하는 여자'(극본 김수현·연출 손정현)(이하 세결여)에서 은수(이지아 분)는 태원(송창의)과의 사이는 나무랄 데 없으나 가난한 집의 딸이라며 사사건건 무시하는 시어머니(김용림)의 태도를 더 이상은 견디지 못하고 이혼을 결정하게 된다.

이처럼 이혼소송을 하는 경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유가 시댁과의 갈등이다.

아내 입장에서는 시아버지나 시어머니의 며느리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이유로, 남편 입장에서는 자신의 친정처럼 살갑게 시댁을 대하지 않는 아내에 대한 불만을 이혼 사유로 언급한다.

"며느리가 시댁에 전화 연락을 자주 하지 않는다"부터 "시부모님이 명절에 친정에 가는 것을 막는다" 까지 시댁과의 갈등은 시시콜콜 언급하기도 어려울만큼 다양하다.

시댁과의 갈등은 명절에 극명히 드러난다. 아내 입장에서는 그렇치 않아도 보기 불편한 마음이 가득한데 며칠을 시댁과 마주하고 있어야 하니 괴로운 마음이 더해진다.

게다가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 먹을 음식을 만들고 제사를 지내고 혹은 치우고 고향을 오고가며 피곤함이 가중되는데 이러한 고충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을 비난하거나 지적하는 말을 듣기라도 하면 그간의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극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힘겨운 명절을 보낸 직후 그 어려움을 배우자에게 토로하였는데 배우자가 자신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부부는 다툼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이혼을 언급하게 된다.
즐거워야 할 명절에 결혼생활의 갈등이 다시 한번 표출되기 때문에 명절직후 이혼신청건수가 급증한다.

물론 시댁과의 갈등만으로 이혼을 결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시댁과의 갈등을 중재하지 못하는 배우자에 대한 불만과 중재하기는커녕 갈등을 부추기는 행동을 하는 배우자와의 문제가 중첩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세결여'에서 은수 역시 태원이 자신의 어머니를 벗어나지 못하고, 고부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할 수 없음을 알고 이혼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기에 이른다.

서울가정법원은 결혼 생활 내내 고부간의 갈등이 있었음에도 아내를 이해하려는 노력없이 남편이 일방적으로 시댁근처로 이사를 하여 아내가 재판상 이혼청구를 한 사안에서 "상대방 배우자의 부모를 존중하고 관계를 원만히 유지할 의무가 있는데도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가출한 원고에게도 혼인관계 파탄의 잘못이 있으나, 피고는 원고와 어머니의 사이에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부모에 대한 의존적인 태도를 보여 원고의 신뢰를 상실시킨 잘못이 있다"며 시댁과의 갈등에 중재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배우자에게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양한 가족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 명절, 배우자에 대한 불만과 시댁 혹은 처가와 관련한 불만과 갈등이 없을 수야 없겠지만 그 갈등이 확대되는 것을 막는 방법은 배우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일 것이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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