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웰메이드 드라마로 평가받는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극본 서숙향, 연출 권석장)의 성적이 신통치 않다.
첫 방송에서 시청률 7.0%(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출발해 줄곧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29일 방송분에선 5.9%까지 추락했다. 20% 중반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인 동시간대 경쟁작 SBS '별에서 온 그대'에 절반도 미치는 못하는 수치다.
전지현-김수현 주연의 '별에서 온 그대'는 404년을 지구에서 살아온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분)과 한류여신 천송이(전지현)의 운명적 사랑을 담아냈다. 독특한 판타지적 상상력을 담아낸 덕에 시청자의 구미를 당겼다.
'미스코리아' 역시 작품성 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서숙향 작가의 따뜻한 필력과 권석장 감독의 감성적인 연출에 힘입어 웰메이드 드라마 대열에 합류했다.
1997년 IMF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코리아'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별에서 온 그대'와 궤를 달리한다.
경영 위기에 처한 비비화장품을 살리기 위해 과거 남자 고등학생들의 로망 오지영(이연희)을 미스코리아로 만들려는 김형준(이선균)과 비비화장품 사원들의 고군분투기는 현실적이고 처절하다. 주인공 오지영과 김형준의 러브라인은 흔하디 흔한 백마 탄 왕자와 신데렐라의 사랑이야기로 흘러가지 않는다. 찌질한 남자와 벼랑 끝에 선 여자의 소박한 사랑이다.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빼면 극본과 연출, 배우들의 연기까지 흠 잡을 데가 없다. 서민 오지영이 미스코리아가 되는 과정은 현실적으로 그려져 시청자에게 공감을 줬다. 작품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청률은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현실이 힘들수록 사람들은 부담 없는 판타지 드라마에 관심을 쏟는다.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판타지 드라마는 잠시나마 현실을 회피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판타지물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일탈의 대리만족을 누린다.
그런 면에서 골치 아픈 일을 잊으려는 대중에게 처절한 현실을 녹여낸 '미스코리아'보다 판타지 로맨스를 다룬 '별에서 온 그대'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미스코리아'에도 '희망'이라는 숨겨진 판타지가 있다. 고졸의 엘리베이터 걸 오지영에게 미스코리아 도전은 취직시험이고 미스코리아 진은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야만 누릴 수 있는 자리다. 단지 신분 상승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절망을 타개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발판을 만들어주는 매개체다.
결국 '미스코리아'가 품고 있는 메시지는 희망이다.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 희망을 건져내는 오지영과 비비화장품 사원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주고자 한다. 팍팍한 삶을 살지만 새로운 내일을 바라보는 등장인물을 통해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넓혀간다면 유종의 미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미스코리아 이연희 이선균 이성민 ⓒ MBC 방송화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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