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최근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냉랭하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입김싸움은 우리에게 불쾌감을 줬다.
아베 신조 총리와 모미이 가쓰토 NHK회장 등 지도층의 위안부 '망언'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또한 미국 글렌데일에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을 둔 한일 네티즌들의 공방은 뜨겁게 전개됐다.
비극의 역사를 두고 한국과 일본이 다툼을 벌이는 사이, 독일 축구대표팀이 좋은 사례를 보여 눈길을 끈다. 독일 축구대표팀은 28일(한국시간)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찾아 선열들의 넋을 기렸다. 미로슬라프 클로제, 필립 람, 루카스 포돌스키 등 주요 선수들과 임원진들이 참석해 애도의 묵념과 함께 헌화했다.
독일축구협회도 이 사실을 널리 공표했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소식과 사진들을 전했다. 포돌스키는 SNS를 통해 아우슈비츠 방문소식을 팬들에게 직접 전달했다. 그는 관련 사진들과 함께 "1월 27일(현지날짜)은 보통날이 아니다. 오늘 우린 아우슈비츠의 희생자들을 기억해야 한다"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학살의 온상지로 알려져 있다. 폴란드 남부 마우폴스키에주에 위치한 이 수용소에서 독일 히틀러를 위시한 나치는 수많은 유태인들을 학살했다. 약 150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후 폴란드 역사의 깊은 상처를 안고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47년 박물관과 전시관으로 탈바꿈한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1979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됐다.
독일 대표팀의 방문은 국가적 차원의 의미도 담겼다. 전쟁이 종식된 후 독일은 피해국들에 대한 사과와 위로를 표하며 현재까지 반성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독일 총리로는 최초로 뮌헨 다하우 나치 강제 수용소를 찾아 묵념한 것을 비롯해 유럽 순방 때는 다시 한번 나치의 악행을 사과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국가적 행보에 따라 독일 대표팀도 아우슈비츠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폴란드 태생 포돌스키와 클로제 등도 함께 동행해 그 의미를 더했다.
역사적 배경과 함께 축구에서도 독일과 폴란드는 라이벌 의식을 자주 보였다. 아시아 무대에서 치열하기로 손꼽히는 '한일전'과 같은 구도다. '독일의 식민지배를 받은 폴란드'라는 아픈 역사와 함께 그라운드 위에선 운명의 장난이 연출되곤 했다.
특히 폴란드 태생 선수들이 그 중심에 섰다. 클로제와 포돌스키는 폴란드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결국 독일 국가대표를 선택, 폴란드 골문을 겨냥해야 했다. 지난 유로2008 예선전에선 각본 없는 드라마가 그려졌다. 포돌스키가 폴란드 골문을 두 번 열며 독일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골을 성공시킨 포돌스키는 눈물의 세리머니로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독일의 행보는 우리에게도 특별하다. 역사를 두고 한국과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일본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독일 대표팀의 남다른 행보는 폴란드와 비슷한 역사적 아픔을 지닌 한국, 그리고 반성에 소극적인 일본에 좋은 본보기가 됐다는 평가다.
[사진=아우슈비츠를 찾은 독일 대표팀 (C) DFB(독일축구협회)]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