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2013년 가요계는 이른바 '레전드' 가수들의 활발한 활동 속에, 신구 아이돌 간에 치열한 기싸움이 펼쳐진 한 해였다. 조용필 이후 레전드 가수들이 속속 가요계에 복귀한 가운데, 이렇다할 신인이 등장하지 않고 정체됐던 아이돌계에서는 엑소와 크레용팝이 새바람을 일으켰다.
▲ 조용필 효과, 레전드 가수들의 부활
포문을 연 것은 46년차 가수 조용필이었다. 조용필은 4월 정규 19집 '헬로(Hello)'를 내놓으며 가요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63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그의 음악은 신선하게 들렸다. 아날로그적 감성이 살아 있는 멜로디와 음성에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오토튠(음정을 조정하는 프로그램) 처리 등 디지털 적 요소가 가미된 수록곡 '헬로(5월 17위·상반기 17위·이하 가온 디지털 종합 차트 기준)', '바운스(상반기 20위·4월 8위)'는, '월드 스타'로 발돋움한 싸이의 신곡 '젠틀맨'과 1·2위 경쟁을 펼치며 음악 팬들을 즐겁게 했다. 조용필 19집은 11월까지 약 25만장(가온 앨범 차트 기준·연간 4위)이 판매됐다.
레전드의 컴백은 29년차 이승철과 24년차 신승훈의 음악 활동에 불을 지폈다. 이승철은 6월 정규 11집 'MY LOVE'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My Love(6월 7위)'와 '사랑하고 싶은 날(5월 26위)'이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승철 11집은 11월까지 약 3만4천장(가온 앨범 차트 기준·연간 50위)가 판매됐다.
신승훈은 10월 스페셜 앨범 'Great Wave'를 발매했으며 수록곡 '내가 많이 변했어(10월 66위)'가 차트에 진입했다.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OST '너에겐 들리지 않는 그 말(7월 38위)'로도 신승훈은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밴드 중 하나인 들국화는 원년멤버가 27년 만에 만나 '들국화'라는 앨범을 내놓았다. 다시 만난것을 기념하는 의미였다. 그러나 멤버 주찬권이 앨범 발매 불과 한 달여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이에 들국화는 해당 앨범의 활동을 일체 하지 않기로 결정해 아쉬움을 남겼다. 타이틀 곡 '걷고 또 걷고'는 월간 차트에는 진입하지 못했으며, 12월 세 번째 주에 125를 기록했다. 이 앨범은 가온차트 12월 두 번째 주 앨범 순위 13위로 진입해 다음 주에는 11위까지 올라갔다. '들국화'라는 이름처럼 롱런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조용필로 시작된 연차 높은 가수들의 복귀 붐은 여자 가수로 확대됐다. 나미는 11월 디지털 싱글 '보여'를 발매했다. 이 곡은 차트 순위에는 들지 못했으나, 50대 나이에도 최신 일렉트로닉 곡을 선보인 나미의 도전이 주목받았다. 뮤직비디오를 통해 녹슬지 않은 춤 실력을 보여준 나미는 대중의 갈채를 받았다.
반면 패티김은 무대에서 내려왔다. '초우',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서울의 찬가'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패티김은 2012년 은퇴를 선언하고 1년간 고별 콘서트 투어를 가진 바 있다.
▲ 지드래곤과 엑소가 양분한 男 아이돌계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가 신곡을 발표하지 않은 가운데, 2013년 남자 아이돌 시장은 지드래곤과 엑소가 양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월 정규 2집을 발매한 지드래곤은 타이틀곡 '니가 뭔데(9월 3위)' 등 9개 곡을 50위내에 동시에 랭크시키는 저력을 보였다. 또한 같은 그룹 빅뱅 멤버들도 솔로 활동에 주력했다. 태양이 '링가링가(11월 12위)', 승리가 '할말 있어요(8월 19위)', 탑이 'DOOM DADA(11월 21위)'를 각각 발표했다.
데뷔 2년차에 불과한 엑소는 '으르렁(8월 2위)', '늑대와 미녀(5월 30위)', '12월의 기적(12월 2주차 2위)' 등 내놓는 곡마다 안타를 기록하며 보이 그룹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이 대세라는 것은 앨범 판매 순위를 보면 알 수 있다. 엑소는 올해 11월까지 정규1집 리패키지(31만4천장·가온앨범차트기준), 정규1집(25만7천장), 정규1집 중국어판(19만4천장), 정규1집 리패키지 중국어판(18만9천장)을 합쳐 총 판매량 95만5천장을 달성했다. 2001년 김건모 7집과 god 4집 이후로 12년만의 밀리언셀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AM이 '어느 봄날(3월 4위)' , 샤이니가 'Dream Girl(3월 9위·상반기 31위)'와 'Everybody(10월 8위)'로 인기를 끌었고, 비스트 또한 '괜찮겠니(6월 8위)', '쉐도우(7월 20위)'를 내놓으며 활발한 활동을 했다. 멤버 양요섭은 '카페인(1월 15위)'으로 인상적인 솔로 활동을 보였다.
틴탑은 '긴 생머리 그녀(3월 10위)'와 '장난아냐(9월 16위)' 두 곡을 순위권에 올려놓았으며, 2PM도 '이 노래를 듣고 돌아와(4월 15위)'를 발표했다. 인피니트는 'Destiny(7월 18위)', '남자가 사랑할때(4월 22위)'를 발표했으며, 힙합 유닛 인피니트H(동우·호야)가 'Special Gril(1월 7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씨엔블루의 'I'm Sorry(1월 5위)', 엠블랙의 '스모키걸(6월 25위)', 제국의 아이들 '바람의 유령(8월 26위)' 등도 관심을 끄는 곡이었다.
엑소 외에 눈에 띄는 뉴페이스는 별로 없었으며, 2~3년차 아이돌들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전 소속사와의 수입 배분 문제로 1년간 공백기를 가졌던 데뷔 3년차 그룹 블락비는 'Very Good(10월 6위)'로 화려하게 컴백했으며 2년차 B.A.P는 'ONE SHOT(2월 36위)'와 'Badman(8월 62위)'을 발표했다. 빅스는 '대.다.나.다.너(8월 38위)'로 주목을 받았다. 3년차 B1A4 또한 '이게 무슨 일이야(4월 12위)'로 관심을 끌었다.
▲ 크레용팝·에이핑크·걸스데이 뜨고 카라·원더걸스는 흔들
2013년에는 소녀시대·씨스타·아이유·2NE1·포미닛·에프엑스·미쓰에이 등이 이름값을 한 가운데, 원더걸스와 카라는 위기를 맞았다.
씨스타는 'Give It To Me(6월 1위·상반기 35위)', '바빠(6월 10위)' 등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이와 함께 개별 멤버들의 활약이 돋보인 곡도 씨스타19(효린·보라)의 '있다 없으니까(2월 1위·상반기 3위)', 소유-매드클라운의 '착해빠졌어(9월 2위), 효린 '미치게 만들어(8·9월 9위)' 등 다양했다.
소녀시대는 'I Got a Boy(1월 1위·상반기 9위)', '댄싱퀸(1월 9위)'으로 건재함을 과시했으며, 멤버 태연이 OST '그리고 하나(3월 7위)'를 발표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이유는 3집 'Modern Times'의 타이틀곡 '분홍신(10월 1위)'을 비롯해 10월에만 50위내 11곡을 랭크 시키며 자신의 음악적 능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분홍신'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는 등 악재가 겹치며 조기에 음반 활동을 종료해 아쉬움을 남겼다.
포미닛은 '이름이 뭐예요(상반기 8위, 5월 1위)'라는 히트곡을 남겼으며, '물 좋아(7월 11위)'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멤버 전지윤과 허가윤이 결성한 유닛 그룹 '투윤'의 '24/7(2월 23위)'도 관심을 끌었다.
2NE1은 'Falling In Love(7월 4위)', 'Do You Love Me(8월 6위)', '그리워해요(11월 11위)'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며 리더 씨엘은 실험적인 느낌이 강한 곡 '나쁜 기집애(5월 21위)'로 솔로 활동의 포문을 열었다.
에이핑크는 'NoNoNo(7월 3위)'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멤버 정은지가 허각과 함께 부른 '짧은 머리(7월 2위)'도 관심을 모았다. 에프엑스의 '첫 사랑니(8월 3위)'와 미쓰에이 'Hush(11월 4위)'도 큰 사랑을 받았다.
반면 원더걸스는 올해 아무런 활동을 하지 못했고, 그룹 해체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리더 선예가 결혼 뒤 출산을 했고, 소희는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와 12월 21일 계약이 종료된 가운데 새로운 소속사를 물색하고 있다.
카라 또한 멤버 니콜이 10월 소속사 DSP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만료되며 사실상 퇴출된 가운데, 내년에는 멤버 교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 팬들이 니콜 퇴출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카라는 내외적으로 불안한 모습이다. 신곡 '숙녀가 못돼(9월 12위)' 또한 카라의 이름값에 비해 아쉬운 성적을 냈다.
시크릿과 티아라도 다소 주춤한 한해였다. 'Talk That(1월 24위)', 'Yoo Hoo(5월 5위·상반기 28위)'를 발표하며 순항하고 있던 시크릿은 리더 전효성이 보수 성향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라디오 방송에서 썼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활동이 위축됐다. 7개월의 공백을 가진 뒤 'I do I do(12월 3주차 15위)'로 돌아온 상태다. 멤버 송지은은 '희망고문(10월 29위)'으로 솔로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해 7월 전 멤버 화영의 탈퇴 뒤 팀내 불화설로 논란에 휩싸였던 티아라는 올해도 멤버 아름이 탈퇴하며 내적으로 혼란한 한 해를 보냈다. '넘버나인(10월 10위)', '비키니(8월 33위)', '나 어떡해(12월 2주차 19위)'를 발표했으며, 유닛 그룹 티아라N4는 '전원일기(5월 11위)'를 선보였다.
눈에 띈 것은 크레용팝과 걸스데이의 성장이었다. 상반기에는 지난해까지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걸스데이가 '기대해(3월 18위·상반기 21위)', '여자대통령(7월 9위)'으로 한 단계 도약했으며, '말해줘요(8월 24위)'도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반기에는 크레용팝의 돌풍이 무서웠다. 데뷔 2년차인 크레용팝은 '빠빠빠(8월 4위·7월 21위·9월 34위)'로 차트 50위내에 3개월간 머물며 대박을 쳤다. 겨울 시즌곡 '꾸리스마스(12월 3주차 22위)'도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 밖에 애프터스쿨 '첫사랑(6월 12위)', 브라운아이드걸스 '레시피(7월 14위)', 레인보우 '텔미텔미(2월 22위)', 스피카 'Tonight(9월 32위)', 주니엘 '귀여운 남자(5월 26위)' 등이 50위 내에 이름을 올렸다.
▲ 2013년 데뷔 아이돌, 초라한 성적표
2013년 열 두 팀의 아이돌 그룹이 데뷔했지만 이들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출신 권리세를 내세운 걸그룹 레이디스 코드(▲사진)가 올해 데뷔한 아이돌 그룹 중 그나마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예뻐 예뻐(9월 25위)', '나쁜 여자(3월 37위)', 'Hate You(8월 40위)' 등 3곡을 50위권 내에 진입시켰다.
이 외에는 순위권 성적을 찾기 힘들었다.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이 'No More Dream(6월 171위)', 'N.O(9월 164위)' 등 두 곡, 히스토리가 'Dremaer(5월 182위)' 한 곡을 200위 권에 올렸고, 걸그룹 베스티는 '두근두근(7월 132위)', '연예의 조건(10월 186위)' 등 두 곡을 차트에 진입시켰다.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들국화 컴퍼니]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