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철인' 이영표(36)가 축구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영표는 1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14년 프로 생활을 마감했다. 이영표는 지난달 28일 미국메이저리그사커(MLS) 시즌 최종전에서 은퇴를 발표했고 오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스위스전에 앞서 은퇴식이 펼쳐진다.
유니폼 대신 말끔한 정장을 입고 회견장에 들어선 이영표는 수많은 취재진에 머쓱한 듯 작은 미소를 지었다. 곧장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을 뒤로 하고 은퇴를 하려니 마음이 아프다. 사실 나때문에 진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며 미리 준비한 인사말을 낭독했다.
그는 "축구는 나만 즐거우면 된다는 1인칭 시점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내가 태극마크에 오른손을 올리고 애국가를 부르는 순간 얼마나 잘못된 생각이었는지 알게됐다"면서 "태극마크를 달고 뛴 127경기를 영원히 간직하겠다. 그동안 거짓 없이 축구선수로 뛰었기에 홀가분하다"고 은퇴사를 전했다.
오랜시간 그라운드와 이별하는 것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 이영표는 "은퇴 준비를 6년 전부터 해왔다. 시기를 제일 고민했다. 축구를 했던 이유는 좋아서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하고 싶은 일과 충돌했다. 언제가 가장 좋을까 고민했고 지금이라고 판단했다"며 "가족들이 아쉬워하지만 부인은 나와 같은 생각이었고 은퇴하는 날 서로 웃으며 수고했다고 인사했다"고 말했다.
이영표는 팬들이 기억하는 모습으로 역사속으로 퇴장했다. 작은 체구에도 항상 웃으며 상대와 싸워 이겨낸 그 모습 그대로 은퇴 기자회견에서도 눈물 대신 웃어보였다.
이영표는 "은퇴를 하면 사람들이 잊기 마련이고 이를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이 저를 기억해줄까 하는 궁금증이 있기도 하다"면서 "'축구를 즐긴 선수, 많은 사람과 즐긴 선수'로 기억을 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서 "축구선수 이영표는 훌륭하지 않았다. 점수로 평가하자면 80점인 것 같다"며 "그래도 축구를 즐기고 즐거워한 부분만큼은 100점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이영표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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