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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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매거진] 손예진-문근영 두 여배우의 '이유 있는 방황'

기사입력 2013.11.04 09:59 / 기사수정 2013.11.04 10:46

이우람 기자
최근 문근영의 사극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가 종영했고, 손예진의 영화 <공범>이 드디어 개봉했다. 하지만 <불의 여신 정이>는 '지루하다'라는 평가와 함께 조용히 막을 내렸고, <공범>은 정말 '뻔하다'라는 한 단어로 설명될 수 있는 아쉬운 작품이였다. 차기작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두근거렸던 과거에 비해 지금 그녀들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분명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금의 모습이 슬럼프로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그녀들은 슬럼프가 아닌 방황중이다.
▶ 손예진, 시간을 거스르는 여배우

손예진의 필모그래피는 다른 여배우들과 달리 특이하다. 20대에 유부녀 연기를 통해 청순, 멜로의 이미지를 자신의 심벌로 만들었다. 손예진이 만들어낸 유부녀는 그동안 우리가 보아왔던 것과는 크게 달랐다. 과거 대중문화 속 결혼한 여성은 남자에게 순종적이거나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만을 보인다. 하지만, 손예진이 20대에 그려낸 유부녀는 남편의 불륜녀의 남편과 사랑에 빠지는 서영(외출), 남편과 헤어진 후 다시 사랑이 시작되는 은호(연애시대),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해 결혼 중에 또 결혼을 하는 인아(아내가 결혼했다) 등 다양한 매력을 가진 유부녀였다.


하지만, 손예진이 결혼적령기의 나이를 가진 배우가 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어찌 보면 지금 나이대에서 가장 표현하기 좋을 수 있는 유부녀의 연기를 이미 그는 20대에 모두 이뤄내면서, 막상 지금 연기할 도전과제가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손예진은 역으로 어린 나이대의 연기에 도전한다. 귀신이 보이는 여리가 되어 마술사 조구(이민기 분)와의 연애를 시작하고(오싹한 연애), 아버지의 범행을 의심하는 기자 지망생 다은(공범)이 되기도 했다.

물론 이런 모습의 배우 손예진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이미 최고를 경험했던 대중이 보기에는 그녀의 모습이 낯설다. 어떤 연하배우 옆에 세워놔도 부족함이 없는 비주얼이지만, 그들과 웃고 떠드는 그녀의 모습이 자연스런 연기가 아닌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 여배우의 방황이 아직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는 않지만,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 문근영, 여배우가 되어버린 아이돌

시작은 아역배우였으나, 대중에게 그녀는 아이돌이었다. <어린 신부>에서 보여준 발랄하고 귀여운 모습은 다소 미흡했을 수 있는 연기의 모든 오점을 덮었고, 그녀는 국민여동생이라는 '솔로 아이돌'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이 원하는 아이돌의 모습은 처음과 끝을 완벽하게 해내는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 팬들에게 팬심이라는 가면을 쓴 모성애를 불러일으키는 약간의 부족함을 가진 노력파다. 그래서 그녀의 초기 작품들(어린신부, 댄서의 순정)은 그녀를 어리고 순수하지만 어른인 남자를 좋아하는 다소 불완전한 존재로 그려내며 대중의 요구와 부합시킨다. 하지만, 그녀는 꾸준한 노력과 특유의 감성을 결합해 본인에게 딱 맞춘 것 같은 배역인 신윤복을 <바람의 화원>에서 멋지게 소화해냈고 결국 이는 연기대상으로 이어진다.


이때부터 대중과 업계의 혼란은 시작된다. 분명 아이돌이었던 어린 여자아이가 갑자기 여배우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분명 그들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기에 부쩍 성장한 그녀가 부담스럽다. 마치 최근 종영한 에서 누가 봐도 YG스타일이었던 느낌과 실력이 충만한 B팀이 아닌, 뭔가 조금은 어설프지만 진심을 담으려고 애쓰던 A팀이 대중의 선택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매리는 외박중>에서는 본인 나이 또래의 그냥 조금 귀엽고, 애교많은 대학생 역할, <청담동 앨리스>에서는 결혼을 통해 인생을 한방에 바꿔보고 싶어하는 20대 직장인 역할로 등장한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인 탓일까.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매리, 앨리스가 오히려 주목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처럼 문근영은 아직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자신의 색깔로 소화시키려 노력하며 20대의 청춘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방황중이다.

물론 그녀들의 방황이 생각보다는 길어지고 있는 건 다소 우려스럽다. 한두 작품으로 끝날 줄 알았던 그녀들의 방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손예진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아련함과 섬세함, 문근영의 눈이 가진 맑음 속의 애잔한 슬픔의 매력을 난 믿는다. 또한, 지금의 시행착오가 우리가 생각해내지 못했던 여배우의 포지셔닝을 찾아낼 거라고 기대한다. 그래서 난 또 실망했지만, 여전히 다시 한번 그녀들의 차기작에 기대를 걸어본다.

지금의 이 기간들이 그녀들의 성장을 위한 이유 있는 방황이길 바라며.

[글] 원주희 객원 칼럼니스트

[사진] 손예진 문근영 ⓒ 엑스포츠뉴스DB / 정리 = 이우람 기자 milan@xpo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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