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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매거진] 겉은 팩션, 속은 픽션 '기황후', 역사왜곡 논란 잠재울까

기사입력 2013.10.28 16:37 / 기사수정 2013.11.10 23:27



▲ 기황후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뚜껑도 열기 전에 말도 많고 탈도 많다. 50부작 대작 사극 MBC의 '기황후'가 역사 왜곡 논란의 중심에 서며 몸살을 앓고 있다.

'기황후'는 대원제국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고려 여인의 사랑과 투쟁을 그려낼 작품으로 '대조영', '자이언트', '샐러리맨 초한지'를 집필한 장영철, 정경순 작가와 '닥터진', '오버 더 레인보우' 등을 연출한 한희 PD의 신작이다.

출연진들도 화려하다. '황진이'(2006) 이후 7년 만에 사극 컴백을 앞둔 하지원과 카리스마가 트레이드 마크인 주진모, 길지 않은 연기 경력에도 연기력을 인정받은 지창욱, 악역에 첫 도전하는 백진희까지 조합도 좋다. 김서형, 이문식, 김영호, 정웅인, 권오중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점도 눈길을 끌 만하다.

제작진과 출연진의 면면만큼 기획의도도 거창하다. '전 세계로 퍼져나간 이민자들이 천만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과거를 통해 현재를 돌이켜 보게 하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꿈꾸게 한다'가 그것이다. 이는 제작진이 24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도 재차 언급한 부분이다.

그러나 타국으로 건너가 성공한 여인을 조명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기황후와 충혜왕을 영웅으로 묘사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잇따랐다. 야성적이고 남성적 매력이 넘치는 인물로 묘사된 충혜왕은 알고 보면 새 어머니와 장모를 겁탈하는 등 음탕한 짓을 일삼다 중국 원나라에 의해 폐위된 폭군이다.

이러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제작진은 왕유라는 가상 인물을 내세웠다. MBC 공식홈페이지에는 '고려 말의 국왕으로 세자 시절 악소배와 어울려 노는 방탕한 탕아로 왕실의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사실은 자신을 견제하는 왕고를 속이기 위한 눈속임일 뿐이다'라고 소개했다.

기황후 역시 '공녀로 원나라에 끌려간뒤 자신에게 닥친 운명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기로 마음먹는데…'라고 설명돼 있다. '고려사절요'에 '기황후와 기철 4형제가 갖은 횡포를 일삼았다'고 기록된 것과 차이가 있다.



제작진은 제작발표회에서 "처음부터 픽션 드라마로 기획했다. 재미있는 픽션 드라마로 봐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배우들은 역사 왜곡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듯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한 주연 배우는 "역사에 중점을 두려면 다큐를 찍지, 왜 드라마를 찍느냐", "배우는 역사 문제보다 연기에 충실하는 것이 먼저다"라며 본질에서 벗어난 대답을 해 온라인상에서 질타를 받았다.


이는 '기황후'가 단순히 실제 역사와 다르다는 이유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착각에서 나온 해명일 뿐이다. '기황후'를 둘러싼 논란의 본질은 기황후와 충혜왕이 대작의 주인공으로 내세울 만한 인물이냐는 것이다. 애초부터 픽션으로 만들고자 했다면 배경, 인물, 제목 등도 가상으로 바꿨어야 하지 않았을까. 픽션을 표방하면서도 팩션을 외피로 삼은 것이 이런 논란을 부른 게 아닌가 싶다.  

물론 방영도 되기 전에 논란을 제기하고 비난을 퍼붓는 것은 다소 이른 감도 있다. 드라마가 시작 된 뒤 비판해도 늦지 않고, 역사를 떠나 드라마 내용 자체를 즐기는 것을 무조건 나쁘게 볼 순 없을 터다.

한 드라마 PD는 엑스포츠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보기도 전에 논란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비판을 하더라도 방송을 보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아무리 사극이라 할지라도 극적인 재미 없이 제한된 역사적인 틀 안에만 머무른다면 시청자의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 판타지 사극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런 면에서 드라마틱한 전개를 띨 것으로 보이는 '기황후'는 시청자에게 또 다른 재미를 안겨 줄 수 있다. 우리가 몰랐던 새롭고 설득력 있는 인물 해석이 나올 수도 있다.

결국 판단은 시청자 몫으로 남았다. 오늘(28일) 밤 10시에 베일을 벗는 '기황후'가 방송 뒤 시청자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 지 주목된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기황후 ⓒ MBC]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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