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두산 베어스 ‘타격 기계’ 김현수의 방망이가 꿈틀댔다. 미라클 두산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된 셈이다.
두산은 24일 대구구장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생애 첫 포스트시즌 홈런포를 때려낸 김현수의 활약과 손시헌의 3안타(1홈런), 선발 노경은의 호투를 앞세워 7-2로 기분 좋은 기선제압을 했다.
올 시즌 두산의 팀컬러는 ‘공격력’이었다. 두산은 팀타율과 득점, 도루 등 모든 공격지표 1위를 차지하며 쉬어 갈 곳 없는 타선을 구축했다. 하지만 시즌 내내 팀을 이끌어온 화끈한 공격력은 가을 잔치에서 좀처럼 발휘되지 않았다.
그 중심에 김현수의 부진이 있었다. 팀 내 홈런과 타점이 가장 많은 간판타자. 내내 부상을 안고 뛴 그는 시즌 막판 축이 되는 왼쪽 발에 힘을 주지 못하면서 타격 균형이 깨졌다. 그 이후 감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가을 잔치에서도 침묵해야 했다. 김현수는 “방망이가 잘 안 맞아도 더 자신 있게 했어야 했는데, 그게 잘 안됐다”며 고충을 털어 놓기도 했다.
시리즈에 앞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김진욱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는데, 이제는 앞서 부진했던 선수들이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바람이 현실이 됐다. 준플레이오프 타율 1할 2푼, 플레이오프 타율 2할에 그친 김현수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4타수 1안타(1홈런)를 때렸다. 기록된 성적보다 타구 질이 날카로웠던 게 더 희망적이었다.
김현수는 1회초 첫 번째 타석에서 상대 선발 윤성환을 상대로 1루 강습 타구를 때렸다. 하지만 채태인의 호수비에 가로막혔다. 또 4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좌측 담장을 넘어가려는 큼지막한 타구를 때렸지만, 최형우의 호수비에 다시 한 번 저지당했다. 세 번째 타석, 김현수는 상대 야수들이 잡을 수도 없는 공을 때리며 호수비에 맞섰다. 바로 생애 한국시리즈 첫 홈런포였다.
앞선 시리즈에서 주춤하던 간판타자의 솔로포는 삼성에게 커다란 위압감을 안겼다. 경기 후 적장 류중일 감독은 "김현수 홈런포에 승패가 갈렸다"고 했다.
김현수가 다시 폭발할 조짐을 보이자 두산은 다시 ‘쉬어갈 곳 없는’ 타선으로 변신했다. 그동안 주춤하던 캡틴 홍성흔도 4타수 2안타를 기록했고, 최준석과 이원석도 중요할 때 한 방을 때리며 힘을 더했다.
시즌 내내 팀의 공격을 이끌어 온 김현수는 포스트시즌 시리즈 동안 “민폐만 안 끼치면 된다”는 말을 하곤 했다. 또 그는 “잘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리 피곤해도 지지치 않는다. 하지만 못하고 있으면 피로도는 배가 된다”는 말로 그간의 마음고생을 간접적으로 털어놓기도 했다.
두산 김진욱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부진한 간판타자의 부활을 믿으며 인내했다. 김현수는 “경기에 앞서 코치님들이 타석에 들어갈 때, 삼구삼진을 당해도 좋으니 한 가지 구종만 노리고 들어가라고 하셨다. 그런 부분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12년 만에 우승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인 두산의 마지막 퍼즐 김현수가 살아났다. 거침없는 미라클 두산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사진 = 두산 베어스 김현수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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