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천사같은 아이가 악마같은 어른에게 상처를 입었다.
"얼굴이 크다"고 놀렸더니 삐쳐서 매번 자신을 괴롭히는 같은 반 남자친구가 고민이고, 수학문제가 잘 안풀려서 괴로운 평범한 초등학교 2학년생 소원이(이레 분)는 비가 내리던 어느 날 등교길에 술취한 아저씨에게 몹쓸 일을 당하고 만다.
영화 '소원'은 소원이와 그런 소원이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엄마(엄지원), 그리고 딸을 위해서라면 안하던 일도 마다않고 나서는 아빠(설경구) 등 세명의 가족들이 채워나가는 '상처 치유기'다.
그래서(또 다행히도) 소원이가 폭력을 당하는 과정이나 그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거의 없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로 흘러가 관객들은 가족들이 어떻게 그 커다란 일을 감당해내는지 묵묵히 지켜보게 된다.
사실 이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주인공의 나이도 그렇고 피의자에 대한 묘사나 사건에 대한 일련의 진행들이 몇해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나영이 사건'이 떠오르게 한다. 당연히 마음이 철렁하고 무겁다.
그러나 소원이와 가족들은 이따금 눈물도 잊고 마음을 단단히 다져나가는 모습을 씩씩하게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시에 관객들의 눈물, 콧물을 쏙 빼놓을 예정이다.
지난 2011년 개봉했던 영화 '도가니'도 그렇고 '소원'에서 다룬 '아동 성폭력' 같은 민감한 소재들은 상처에 대한 공감을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만큼 외면당할 확률도 높다. 소재에서 비롯된 불편함이 가지고 있는 한계이기도 하다.
'소원'을 통해 오랜만에 연출로 복귀한 이준익 감독 역시 누구보다 이같은 고민을 진지하게 했을 것 같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읽기도 힘들만큼 불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영화를 꼭 찍어야 했다"던 이준익 감독은 "혹시나 불손한 태도가 담길까봐 정말 공손하게, 아주 정중하게 모든 상황에 진심으로 찍기 위해 노력했다"고 몇 번이나 강조하기도 했다.
극중 재판장에서의 클라이맥스 장면과 어정쩡한 마무리가 다소 아쉽지만,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는 스토리 전개와 배우들의 연기력은 그런 아쉬움을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는다.
소원이를 연기한 아역배우 이레의 맑고 깨끗한 연기가 인상깊었으며, 설경구와 엄지원은 비록 '비주얼'은 포기했을지 몰라도 근래 가장 '와닿는' 부모 연기를 펼쳤다. 특히 남성이 가까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 딸을 위해 기꺼이 '코코몽' 인형탈을 뒤집어 쓴 설경구의 모습은 백마디 말보다 위대하게 다가오는 '부성애' 그 자체였다.
'명품 조연' 김상호와 라미란 그리고 소원이의 친구로 출연한 꼬마 친구들의 '어시스트' 역시 영화의 허리를 탄탄하게 뒷받침 하는 모양새다. 아동 상담가로 출연한 김해숙의 등장도 반갑다.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는 소원이와 가족들의 상처 치유기가 가을 극장가를 진하게 물들이지 않을까. 10월 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 '소원'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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