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아버지가 외도를 했고 분노한 어머니는 아들의 성기를 잘랐다. 김기덕 감독의 19번째 장편 영화 '뫼비우스'는 시작부터 강하고 자극적이다. 그러나 묵직하게 주제를 담아낸다.
어머니(이은우 분)가 남편(조재현 분)의 성기를 자르는데 실패하자 깊은 잠에 빠진 아들(서영주 분)에게 다가가 성기를 자르는 모습은 '내가 아버지고 아버지가 나'라는 '뫼비우스'의 메인 카피를 떠올리게 하며 아들을 아버지의 또 다른 자아로 여기는 김기덕 감독의 시선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마치 인간의 원죄처럼 벗어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를 형상화 하듯이 말이다.
이 영화는 그리스 고대 신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비슷하게 성기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섹스에 대한 은밀한 호기심 같은 인간의 밑바닥 욕망을 여과없이 그렸다. 사회의 옷을 입고 매너를 갖춰 '진짜 얼굴'을 숨기는 현대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날 것'과 같은 치부를 있는 그대로 도마 위에 펼쳐놓고 칼로 토막 내는 셈이다.
아들을 위해 험한 일도 마다 않는 부성애를 가진 아버지가 자신의 여자와 함께 있는 아들을 보고 질투심을 느끼는 이중적인 모습이나 성기 이식을 받은 아들이 오직 어머니에게만 반응하는 장면 등이 그렇다. 그래서 '뫼비우스'는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터부시 되던 민감한 사항들을 끄집어낸 '용감함'을 느끼게 한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곱씹을수록 우스운 장면들도 있다. 특히 아버지가 성기를 잃은 아들에게 오르가즘을 알려주기 위해 돌로 피부를 긁어 자위하는 '스킨 마스터베이션'에 집착하는 모습이나, 역시 성기가 잘린 불량배(김재홍 분)가 성적 쾌감에 빠져드는 모습에서는 실소를 터지게 한다. 물론 "말랑말랑한 영화는 만들 생각이 없다"는 김기덕 감독 답게 씁쓸한 뒷맛은 안고 가야한다.
사실 '뫼비우스'는 출연 배우들의 대사가 단 한 마디도 없다. 소리라고는 자동차 엔진 소리, 칼을 다루는 소리, 고통에 찬 신음 소리 정도라 배우들이 어떤 연기를 할까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또 '김기덕의 페르소나'였던 조재현과 궁합은 말할 것도 없고 '아들'로 출연하는 서영주가 눈에 들어온다. 서영주는 1998년생 16살로 김기덕 감독의 데뷔작 '악어'(1996)보다 어리다. 그럼에도 어렵고 힘든 연기를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특히 불안과 분노를 적절히 오가는 눈빛 연기와 높은 콧날이 단단히 한 몫 하는 서정적인 옆태가 스크린에 썩 잘 어울린다. "두 번 태어난 사람같다. 인생을 한 번 살아본 사람같다"는 김기덕 감독의 극찬이 납득이 가는 이유다.
과감한 노출연기를 감행한 이은우의 1인 2역 연기도 인상 깊어 사전에 "두 여자 모두 이은우"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않고 가면 눈치 채지 못할 관객들도 많을 것 같다.
김기덕 감독은 '뫼비우스'를 통해 인간의 온 몸이 성기이며, 쾌락과 고통은 한 끗 차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언제나 그렇듯 다소 '불편한 방법'으로 풀어냈다. '수취인 불명'(2001)도 '나쁜 남자'(2002)도 '피에타'(2012)도 마찬가지였지만 김기덕이 우려낸 '깊은 맛'은 이번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혹은 좀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물론 세 번의 등급 심의로 도려낸 장면 가운데 '아들의 꿈 속에서 엄마와 성교하는 장면'의 부재는 뼈아프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면 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는지 이해할 것"이라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이 '최선의 핑계'라 봐도 무리없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으니 김기덕 감독 팬들이 밝힌대로, 판단은 이제 관객들의 몫이다. 5일 국내 개봉.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 뫼비우스 ⓒ 화인컷,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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