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우리가 몰랐던, 그의 진짜 이야기.
지난 2011년 사망한 故 스티브 잡스는 애플社의 창립자이자 뛰어난 감각을 지닌 CEO로, 또 귀를 쏠깃하게 만드는 프레젠테이션의 달인으로 너무나 유명하다. '아이폰'으로 대변되는 그의 '독창성'과 '창의성'은 지식정보화 사회의 롤 모델로서 전 세계인들로부터 추앙에 가까운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래서 아직 전성기를 지나지 않았다고 여겨지던 56세의 '젊은 나이'에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많은 이들이 그의 '부재'를 아쉬워했고 '애플'의 미래를 걱정했다. 그는 생전에 이미 '전설'이었다.
그는 자신의 사생활이나 개인사에 대해서는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노출을 꺼렸다. 영화 '잡스'는 그래서 관객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실제로 이 영화는 베일에 가려진 스티브 잡스의 삶을 전달하는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학교 교정을 맨발로 거닐고, 1970년대 히피 문화에 심취해 인도로 떠나고, 훗날 애플의 초기 멤버들을 매몰차게 대하는 그의 냉정한 면모는 색달랐다.
또 잡스의 양아버지 집 창고에서 '애플'이 탄생하는 장면이나 대단한 사업 수완을 발휘해 회사를 성공 궤도에 올려놓는 잡스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확인하는 것 역시 색다른 재미가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수박 겉핥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말 그대로 보통 사람들이 몰랐던 스티브 잡스의 숨겨진 이야기들에 치중한 것도 아니고, 경영자로서의 그의 능력을 깊이 있게 조명한 것도 아니다. 어느 한 부분도 진득하게 파고들지 못한 것이다.
사실 스티브 잡스는 많은 성공만큼이나 숱한 실패도 경험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그의 실패담은 온전히 자신의 판단착오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천재'를 믿어주지 못하는 '지루한 인간'들의 방해 탓인 것처럼 그려진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서 위기에 빠진 애플에 마치 슈퍼 히어로처럼 돌아온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요술손으로 병든(?) 애플의 구석구석을 치료해 주는 장면을 볼 때에는 "내가 보는 것이 '캡틴 아메리카'였나"라는 착각조차 들기도 한다.
다행인 점은 잡스 역을 맡은 애쉬튼 커쳐의 '싱크로율'이다. 보통 특정 인물, 그것도 유명인의 전기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실패하기 쉬운 부분이 실제와 영화 사이의 '거리감'이다. 그러나 애쉬튼 커쳐는 잡스로 변하고팠던 노력이 자신을 배반하지 않은 것 같다. 그의 걸음걸이, 손동작, 말투는 물론 구부정한 체형까지 '꽃미남'은 온데간데 없고 열정과 광기의 중간에 선 천재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했다.
이 영화를 두고 애플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스티브 잡스에게 아부하는 영화"라고 혹평했지만, 영화에서는 꽤 귀엽게 등장하고 다소 미화되어 있기조차 하다. 또 대사로나마 빌 게이츠 같은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이 등장하니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2시간 7분이라는 상영시간이 지루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조슈아 마이클 스턴 감독은 작별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인물을 필름으로 찍어내는데 부담감을 느낀 것 같다. 정말 '우리가 몰랐던' 스티브 잡스를 제대로 본게 맞는지, 뒷맛이 개운치 않으니 말이다.
오는 28일 국내 개봉.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 영화 '잡스' 포스터, 스틸컷 ⓒ 누리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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