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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철의 노피어] 1988년 LA 다저스, 어떻게 월드시리즈 우승했나

기사입력 2013.08.23 15:39 / 기사수정 2013.11.10 16:42

신원철 기자


[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1988년 많은 사람들은 이 해를 서울올림픽과 호돌이의 해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1988년 바다 건너에서는, 현재 류현진이 활약하고 있는 LA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챔피언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다저스는 이후 25년이 넘도록 월드시리즈와 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1988년은 다저스의 마지막 우승 기억이다.

다저스는 1987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6팀 가운데 4위로 시즌을 마쳤다. 시즌 73승 89패로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많았던 이 팀은 이듬해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시즌 예상은 공허하다. 봄이 되면 각 구단 전력의 '플러스 마이너스'와 전년도 성적을 감안한 시즌 예상이 나온다. 시즌이 끝났을 때 이 예상은 상당수가 엇나간다. 하지만 승부를 예측하는 것 만큼이나 그 승부의 합인 최종 성적을 내다보는 일도 쉽지 않다. 1988년의 다저스 역시 그 예상에서 벗어난 팀이었다. 전년도 성적이 승률 5할을 밑돌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6월 중순까지 안 되는 팀이었던 2013년 다저스가 폭발적인 기세로 지구 1위에 오른 것 역시 예상을 벗어난 일 아니던가.



▲ 1987 다저스와 1988 다저스

1987년 다저스는 주전 좌익수로 활약했던 페드로 게레로가 3할 3푼 8리의 타율과 OPS(출루율+장타율) 0.955로 타선을 이끌었다. 그러나 나머지가 문제였다.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에 OPS 0.800을 넘긴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팀 OPS는 0.680으로 내셔널리그 최하위였다.

투수 쪽은 사정이 좀 나았다. '불독' 오렐 허샤이저가 37경기(35선발)에 등판해 16승(16패),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했다. '전설'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도 26경기에서 14승(14패) 평균자책점 3.98로 힘을 보탰다. 팀 평균자책점 3.72는 내셔널리그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반대로 뒷문은 평범했다. 알레한드로 페냐와 맷 영이 각각 11세이브를 올리며 팀 내 최다 세이브를 따냈지만 내용이 좋지 않았다. 페냐는 7패(2승), 영은 8패(5승)으로 팬들을 불안하게 했다.

1988시즌을 맞이하기 전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저스가 아닌 전년도 지구 우승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강세를 예상했다. 1988년 다저스는 샌프란시스코와의 개막전에서 1-5로 졌다. 하지만 곧바로 5연승을 내달리며 분위기를 탔다. 5월 중순까지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지구 선두를 다투던 다저스는 5월 26일(이하 현지시각) 이후 단 한 번도 지구 1위를 놓치지 않고 시즌을 마감했다. 올 시즌 우승을 바라보는 다저스가 최하위를 딛고 올라온 것과는 조금 다른 행보다.

1987년 다저스의 '빅3'였던 허샤이저-밥 웰치-발렌수엘라는 이듬해 허샤이저-팀 리어리-팀 벨처로 재편됐다. 발렌수엘라가 부상에 시달렸지만 그 자리를 지난해 '스윙맨'이었던 리어리가 대신했다. 1987년 다저스 1~3선발이 모두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것과 달리 1988년 다저스는 3명이 2점대 평균자책을 올렸다.

특히 허샤이저가 돋보였다. 1988년 9월 6경기에서 5차례의 완봉승을 따냈다. 마지막 등판이었던 샌디에이고전에서는 10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 경기는 연장 16회 접전 끝에 샌디에이고의 2-1승리로 끝났지만 허샤이저는 이날 59이닝 연속 무실점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표1 - 1987 다저스와 1988 다저스 '빅3' 성적 비교>

허샤이저의 괴물같은 연속 완봉 기록을 제외하면 올시즌 다저스 선발진도 1988년 다저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사이영상 후보 클레이튼 커쇼와 신인왕 후보 류현진, 여기에 잭 그레인키가 가세한 올해 다저스 선발진은 단연 리그 최강의 1~3선발이다.

<표2 - 2013 다저스 '빅3' 성적(8월 23일 기준)>

1988년 다저스 타선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었다. 팀 OPS는 0.657로 전 시즌 보다 낮았다. 물론 리그 전반적인 흐름이 투고타저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내셔널리그 평균 OPS는 1987년 0.732에서 1988년 0.673으로 뚝 떨어졌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리그 평균에는 못미치는 타선이었다. 

1988년 다저스 1~3선발의 성적이 전년도에 비해 좋아진 것 역시 투고타저의 영향이 크다. 올 시즌 내셔널리그 평균 OPS가 0.705(8월 22일 현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커쇼와 류현진, 그레인키가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한편 2013년 다저스의 팀 OPS는 0.726이다. 내셔널리그 4위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OPS+(파크팩터-구장에 따른 투수와 타자의 유,불리를 나타내는 수치-를 감안한 조정OPS)는 104로 내셔널리그 2위에 해당한다.  



▲ 1988 다저스가 만든 '가을의 기적'

1988시즌 다저스는 1985년 이후 3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정규시즌 중반부터 1위를 지킨 것과 달리 포스트시즌에서는 혈전이 펼쳐졌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상대 뉴욕 메츠는 1988년 무려 100승 60패(승률 0.625)를 기록한 팀이었다. 다저스는 메츠와 7차전까지 가는 끝장 승부 끝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 오클랜드가 보스턴을 상대로 4-0, 시리즈 싹쓸이에 성공했다는 게 문제였다. 다저스는 상대보다 더 지친 상태에서 시리즈를 소화해야 했다.

다저스는 '단기전은 흐름 싸움'이라는 말을 입증했다. 1차전부터 극적인 경기였다. 다저스는 4-5로 뒤진 9회말 2사 1루에서 커크 깁슨을 대타로 투입했다. 상대는 그 해 45세이브로 내셔널리그 구원왕을 차지한 데니스 엑커슬리였다. 당시 햄스트링과 무릎 부상으로 걷기조차 힘들었던 깁슨은 여기서 거짓말 같은 끝내기 홈런을 날린다. 깁슨의 1988년 월드시리즈 처음이자 마지막 타석이었다. 

1차전 끝내기 홈런으로 분위기를 탄 다저스는 여세를 몰아 2차전에서 오클랜드를 6-0으로 완파했다. 허샤이저는 이 경기에서 9이닝 완봉승을 따냈다. 홈에서 2연승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1선발' 허샤이저는 2차전에서 완봉승을 따내며 누가 다저스의 에이스인지 입증한 데 이어 5차전에서 9이닝 2실점 완투하며 시리즈 2번째 승리를 챙겼다. 다저스는 오클랜드 홈구장에서 열린 3차전을 내줬을 뿐 4,5차전을 내리 이겨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차지했다. 월드시리즈 2경기에서 18이닝을 홀로 책임진 허샤이저에게는 시리즈 MVP가 돌아갔다. 

▲ 2013 다저스의 가을야구는? 

2013년 다저스는 이번 가을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최고의 1~3선발과 쉬어갈 곳 없는 타순으로 우승 후보의 면모는 갖췄다. 후반기 28승 5패의 질주를 계속하고는 있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다. 만약 이대로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한다면 6할이 넘는 승률로 동부지구 1위에 올라 있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77승 50패, 0.606), 중부지구 1위 혹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를 다투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74승 52패, 0.587)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74승 53패, 0.583) 신시내티 레즈(73승 55패, 0.570) 등과 월드시리즈 진출 티켓을 두고 경쟁하게 된다.

1988년과 달리 거쳐야 할 관문이 많다. 당시에는 서부지구 1위와 동부지구 1위가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월드시리즈 진출 팀을 다퉜다. 지금은 다르다. 서부와 중부, 동부지구 1위팀과 '와일드 카드'를 거머쥔 1개 팀까지 모두 4팀이 디비전 시리즈(5판 3선승제)를 치른다. 디비전 시리즈에서 승리한 두 팀 가운데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7판 4선승제)에서 승리한 단 1팀만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 여기에 지난 해부터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생겼다. 지구 우승팀을 제외한 나머지 팀 중 승률이 가장 높은 2개 팀이 디비전 시리즈 진출권을 놓고 다툰다.  

올시즌 다저스가 내세우는 장점은 역시 '기세'다. 6월 승률 0.536, 7월 승률 0.760, 8월 승률 0.857로 나날이 높은 승률을 올리고 있다. 단기전 필승 카드로 내세울 강력한 선발진은 가장 강력한 장점이다. 단기전에서는 더욱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도무지 꺾이지 않을 것 같은 상승세와 1~3선발의 호투가 가을까지 이어진다면 25년 만에 월드시리즈 챔피언도 꿈은 아니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사진=1988년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축하하는 팬들, 오렐 허샤이저, 커크 깁슨 ⓒ Gettyimages/멀티비츠]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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