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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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도시' 빛낸 최무성, "이 존재감, 아시겠습니까?"

기사입력 2013.07.31 09:24 / 기사수정 2013.07.31 09:41

김승현 기자


▲ 최무성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지난 2010년 개봉된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잔혹한 연쇄 살인마 최민식(장경철 역)의 친구로 등장한 최무성(태주)은 짧은 분량에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팬션 살인마로 무심하게 인육을 씹어먹던 장면은 오히려 더욱 큰 오싹함을 자아냈다.

무정했던 최무성은 JTBC 월화드라마 '무정도시'에서 존재감은 유지한 채 연민의 대상으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상대방을 독촉하고 위협하는 말투인 "아시겠습니까?"는 김현수(윤현민 분)의 "진정"과 함께 가장 대표적인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최무성이 맡은 사파리 문덕배는 박사아들 정시현(정경호)을 번번히 가로막는 악역이었다. 조직의 여기저기 달라붙으며 생명을 유지한 덕배였지만 사실 그도 내면의 슬픔을 가진 인물이었다. 덕배는 민국장(손창민)이 부산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급파한 언더커버였다.

덕배는 부산에서 닉네임인 사파리의 위세를 떨치며 잘 적응해 나갔다. 민국장으로서는 부산에 가장 깊숙히 잠입한 문덕배는 고급 정보원이었고 가장 성공적인 언더커버였다. 하지만 덕배는 민국장의 기대를 짓밟는다. 본인은 조직 사회의 잔혹함과 엄청난 수익에 달콤함을 느꼈다고 말했지만, 민국장의 권력에 대한 야욕과, 그것을 성취했을 때 무자비하게 버려질 것을 미리 예감한 것이다.

20여년 조직 생활을 하며 산전수전 겪은 덕배의 눈썰미는 정확했다. 그리고 덕배는 극 중반 민국장을 처리할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옛정에 마음이 흔들렸고 무뚝뚝한 덕배는 그렇게 흐느끼고 말았다. 처음보는 무심한 남자의 눈물이었다. 눈물에는 덕배의 서러운 인생 역정이 담겨 있다. 자신을 조종한 민국장에 대한 원망, 그리고 언더커버의 힘든 삶이다. 언더커버는 정신력이 뛰어나야 하고 주변의 모든 유혹을 극복해야 하는 어려운 자리다. 임무에 충실했지만 자신이 한낯 민국장의 소모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충격은 한 차원 높게 다가왔다.

덕배는 무심하게 보이지만 자기 사람을 잘 챙긴다. 특히 무자비한 세계에 발을 담근 정시현에 연민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덕배는 이 세계가 '들어오긴 쉬워도 절대 헤어나오지 못하는 곳'임을 잘 안다. 정시현이 언더커버임을 알았을 때는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항시 걱정하는 따뜻한 면을 보인다.



끊임없는 위협 속에서도 꿋꿋히 버텨왔던 야비해 보였지만 실은 동정의 대상이었다. 지총장(길용우)에게 민국장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받고 자신의 앞날을 예고, 진숙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했고 통화를 끊은 뒤 바로 이어진 "아시겠습니까?"라고 흐느끼는 데서 순수함이 묻어났다. 결국 민국장의 총에 맞아 싸늘한 주검이 됐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이진숙(김유미)을 보고 싶어했고 아꼈다. 누구보다 덕배를 잘 아는 진숙은 한 없이 초라해진 덕배를 보고는 "불쌍한 삼촌"이라며 오열했다.

이진숙, 정시현과 함께 가식적인 웃음이 없었던 청량리 시절로의 회귀를 꿈꾸는 덕배는 그렇게 최후를 맞이했다. 덕배는 강인했지만 외로웠고 무심한듯 보였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인물이었다. 기뻐도 슬퍼도 무표정으로 일관했음에도 복합적인 내면을 보이며 존재감을 과시한 최무성을 두고 시청자들은 '무정도시'의 수혜자라고 평하고 있다.


한편 '무정도시'는 마약 조직을 무대로 활동하는 언더커버와 그들을 쫓는 경찰간의 숨 막히는 대결을 그렸다. '무정도시' 후속으로 '그녀의 신화'가 오는 8월 5일 첫 방송된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최무성 ⓒ JTBC 방송화면]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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