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세트피스가 병도 주고 약도 줬다. 그동안 이광종호를 울리던 세트피스가 절체절명의 순간 대표팀을 살린 장본인이 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이하(U-20) 청소년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터키 카이세리 카디르 하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8강전'에서 이라크에 승부차기로 패해 4강 진출이 좌절됐다.
이로써 한국은 30년만에 도전했던 월드컵 4강 신화 재현을 목전에서 놓쳤다. 하지만 경기는 명승부였다. 난적 이라크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며 끈기있는 경기력을 보였지만 결국 마지막 승부차기에서 패해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8강전에서도 세트피스란 단어는 대표팀을 졸졸 따라다녔다. 이번 대회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던 세트피스가 두 얼굴을 내밀었다. 처음엔 본성부터 드러냈다. 전반 21분 프리킥 수비 과정에서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 실점까지 이어졌다. 세트피스 수비에 대한 약점이 다시 한번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팀은 유난히 세트피스 실점이 많았다. 코너킥상황에서 헤딩 선제골을 허용한 쿠바와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포르투갈전과 나이지리아전까지 약점은 그대로 노출됐다. 이라크와의 8강전에서도 한국 골문을 가른 것은 상대의 세트피스 공격이었다.
하지만 이내 세트피스가 우리를 도왔다. 1-2로 뒤지고 있던 후반 4분 이광훈의 귀중한 동점골이 나온 시발점이 바로 세트피스였다. 오른쪽에서 권창훈이 올린 프리킥을 이광훈이 헤딩으로 꽂아 넣어 2-2 동점을 만들었다.
이광훈의 동점골은 두 팀 간의 명승부를 연출하게 한 단초가 됐다. 전후반 승부를 가리지 못한 한국과 이라크는 연장전에서도 접전을 벌였다. 경기 막판엔 정현철의 기적같은 버저비터가 나와 승부차기에 돌입했고 숨막히던 일전 끝에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아쉽게 패했다.
결과적으로 이광종호는 세트피스의 문제점을 마지막 경기까지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 대표팀을 살린 것도 공교롭게도 세트피스였다.
[사진=한국 U-20대표팀 (C)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