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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할배', 노장은 죽지 않는다

기사입력 2013.07.06 03:31 / 기사수정 2013.07.06 03:35

김승현 기자


▲ 꽃보다 할배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tvN 나영석 PD는 지난달 28일 열린 '꽃보다 할배' 제작 발표회에서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는 "여행이란 것이 청춘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할배들이 여행하면 어떠한 일이 발생할지 생각해 봤다"고 말했다.

'꽃보다 할배'는 예능 프로그램 최초로 평균 나이 76세 어르신 배우들이 직접 주인공이 돼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맏형 이순재(80)를 필두로 신구(78), 박근형(74), 백일섭(70) 등 'H4'(할배4)와 이들의 짐꾼이자 통역 역할을 수행하는 이서진(43)이 출연한다.

5일 '꽃보다 할배'가 첫선을 보였다. 이날 방송에서 H4와 이서진은 우여곡절 끝에 공항에서 만난 뒤 프랑스 파리로 출국했다. 새로운 실험임이 틀림 없지만 가장 '어른스러운' 예능은 새로운 면을 보여줬다.

카리스마 버린 진격의 할배들

젊은이들이 주름 잡았던 기존의 예능에서 탈피해 노익장이 깃든 네 명의 할배의 구수한 예능감은 색다르게 다가왔다. 도합 방송 경력 200년의 어르신들은 배우로서 쌓아온 카리스마와 담을 쌓았다. 아내에게 옴짝달싹 못하고 측면 시각은 없이 무조건 직진하는 '진격의' 맏형 이순재, 프랑스로 떠나기 전 술을 챙겨 온 신구, 눈빛으로 모든 것을 제압하는 냉혈한 악역 전문 박근형의 따뜻한 손주 사랑, 아내가 챙겨 준 장조림을 걷어차며 투덜대는 백일섭 등 낯설고 또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할배들의 탁구공 같은 모습은 '할배 어디가'의 향연이었다.

출연진의 평균 연령이 절대적으로 높기에, 이들만이 창조할 수 있는 언행은 신선했다. 먼저 이순재는 배낭여행에 대한 질문을 받자 "배낭은…"이라며 "6·25 때 쌀자루를 메 본 적이 있다"고 답하며 시대의 산증인임을 입증했다. 또 백일섭의 '70세 막내' 자막은 단연 눈에 띄었고 바로 형님들께 커피를 대접하며 진땀을 빼야 했다. 특히 이들은 짐꾼 이서진의 과거 연인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털어놓기도 했다.



엘리트 허당 이서진, 써니는 할배의 암운에 가리고, 땀은 비 오듯 내리고

할배들이 좀 더 편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채용된(?) 짐꾼 이서진은 첫회의 희생양이다. 소녀시대 써니, 포미닛 현아와 함께 여행을 간다는 환상에 빠져 있던 그는 나영석 PD의 사기 행각에 완벽히 걸려들었고 할배들과의 첫 대면에서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모시게 됐고, 마치 그의 모습은 이른바 '짬밥'을 많이 먹은 병장들만 있는 생활관에 전입한 이등병을 연상케 했다. 우스갯소리로 현실의 의자왕이 되고 싶었지만 삼천궁녀 중 한 명이 된 셈이다.


나영석 PD가 이서진을 두고 "예의 바른 엘리트 허당"이라고 평가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이서진은 할배들을 위해 싫은 내색 없이 발에 땀이 나도록 뛰었고, 물심양면으로 이들을 도왔다. 이후 할배들에게 휘둘린 뒤 한숨을 푹푹 쉬는 모습에서 웃음과 동정을 자아내고 있다. 과거 MBC '천생연분'에서 '뉴요커 보조개 미남'으로 여심을 흔들며 킹카로 등극했던 그는 "아! 옛날이여"를 부르짖으며 예전의 영광을 붙잡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다만 43세의 짐꾼은 '꽃보다 할배'에 있어서 결코 짐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전수전 다 겪은 할배들의 또 다른 성장

여행을 통해 우리는 명소, 그리고 풍경, 다양한 사람을 경험하며 견문을 넓힐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 한층 더 성숙해지는 나를 새삼 느끼게 된다. 표면상으로 여행은 설렘을 선사한다. 하지만 앞의 정신적 성장은 여행 중 자신에게 닥치는 난관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마련이다. 굴곡이 없을 순 없는 법.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할배들이 배낭여행만의 고유한 낭만 속에 가려진 고충을 겪고 이를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며 어떠한 점이 달라지고 느끼는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라 할 만하다.

이미 첫회에서 한국과는 다른 프랑스 파리의 이질적인 모습이 그려졌다. 숙소로 가기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지하철을 탄 할배들은 자리 양보에 일말의 희망을 품지만 이는 물거품 된다. 이것만으로 모든 면을 대변할 순 없지만 우리보다 다소 개인주의가 강한 서양의 문화에 앞으로 할배들이 어떻게 적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구가 잔디밭에 누워 "네들이 파리를 알아"라고 외친 것은 단순히 자신의 CF 명대사를 읊은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 지도 모른다. 여행을 통한 배움의 즐거움과 이문화 적응에 대한 고충이 함께 내재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여행은 곧, 할배의 청춘이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꽃보다 할배 ⓒ tvN 방송화면]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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