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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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크뢰이어', 천재 예술가의 아내로 산다는 것은

기사입력 2013.06.03 16:58 / 기사수정 2013.06.03 16:5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상당수 위대한 예술가들의 삶이 불행했듯 그들의 연인이나 아내의 삶도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았다.

국내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P.S 크뢰이어는 19세기 덴마크를 빛낸 위대한 화가였다. 화폭에 빛을 옮겨놓은 듯한 선명한 그림으로 명성을 쌓은 그는 덴마크 정부로부터 최고 훈장까지 받았다.

풍경화를 주로 그린 그는 자신의 아내인 마리 크뢰이어도 많이 화폭에 옮겼다. 마리는 P.S 크뢰이어에게 예술적인 영감을 주는 뮤즈인 동시에 삶의 전부였다. 자신보다 한참 나이가 어린 마리를 아내로 맞이한 그는 마리를 모델로 삼아 수많은 명화들을 완성해낸다.

그러나 예술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P.S 크뢰이어는 점점 '광기의 늪'에 빠진다.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는 얘기를 시종일관 내뱉고 보이지 않는 망상에 빠져 아내를 늘 괴롭힌다. 어질고 배려심이 많은 아내인 마리는 이러한 남편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도가 지나친 P.S 크뢰이어의 광기에 지친 그녀는 딸을 데리고 스웨덴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마리는 준수한 외모에 여성의 마음을 잘 읽는 작곡가 휴고를 만난다. 이제야 진정한 사랑을 만났다고 생각한 마리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청하지만 쉽게 응해주지 않는다. 그녀는 안락한 삶과 부를 버리고 사랑을 쫓는다. 마리는 진정한 사랑 만이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불행의 터널로 들어선다.

이 영화는 19세기 덴마크를 대표했던 P.S 크뢰이어와 그의 아내 마리의 이야기를 그린 '실화'다. 남편의 모델이자 화가의 꿈을 키웠던 마리는 '거장'인 남편의 그늘에 가려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다. 또한 지나치게 직설적인 남편은 마리의 작품에 혹평을 쏟아놓는다.

천재 화가인 남편의 그늘에 가린 마리는 자신의 열정을 누른 채 고루한 삶을 살아간다. 남편과의 사랑을 원하지만 정신병에 시달리고 있는 그는 남자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지옥'과 같은 나날을 보낸 마리에게 젊고 매력적인 휴고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았다. 휴고는 P.S 크뢰이어가 그린 마리의 모습에 대해 "저 그림에는 아름다움만 있지 당신의 진정한 내면은 없습니다"라며 위로한다.

이 말에 마음이 흔들린 마리는 휴고와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아름다운 명화 뒤편에 있었던 이러한 이야기에 덴마크의 거장인 빌 어거스트 감독은 큰 관심을 가졌다. 그는 "19세기 당시 덴마크 화가들에 대한 역사를 공부하던 중 마리 크뢰이어의 초상화를 보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조명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현재 북유럽은 남녀평등이 전 세계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실현된 지역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19세기까지만 해도 남자의 인생에 귀속되어 사는 여성들의 삶이 보편적이었다. '마리 크뢰이어'는 자신을 사랑하지만 억압하고 구속하려는 남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한 여인의 삶을 다루고 있다.


어거스트 감독은 '정복자 펠레'(1988)와 '최선의 의도'(1992)로 두 번이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거장이다. 그는 "사랑은 다른 모든 것들을 중요하지 않게 만든다. 그것은 이성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고 아이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다. 또한 예술에 대한 열정도 포함된다. 내가 생각하는 삶은 늘 사랑과 예술과 함께 한다"고 말했다.

그의 신작인 '마리 크뢰이어'는 한 여인의 삶을 통해 다양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마리는 휴고와의 사랑에 모든 것을 바치고 예술에 대한 열정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딸에 대해 극진한 모성애도 그녀의 희망이었다. 그러나 마리는 이러한 사랑 중 그 어느 것도 쉽게 얻지 못한다. 위대한 예술가의 그림자에 가려진 한 여인의 삶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6월13일 개봉.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ws.com

[사진 = 마리 크뢰이어 영화포스터, 스틸컷]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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