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앞두고 세계 축구팬들의 분위기가 달아 오른다. 하지만 영국만은 다른 눈치다. 영국축구협회(FA) 150주년의 의미가 더해진 이날, 축구계의 영원한 맞수 독일 클럽들의 웸블리 방문이 달갑지만은 않다.
26일(한국시간) 대망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린다. 이번 결승전엔 독일의 두 강호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올라 일명 '데어 클라시커' 더비로 열리게 됐다. 이 가운도 공교롭게도 장소가 영국 런던에 위치한 뉴 웸블리스타디움이다. 영국 입장에선 라이벌 독일팀들 간의 결승전이 자국에서 열린다는 사실이 그리 좋아 보일 리 없다.
당초 이번 챔스 결승전은 FA 150주년 기념의 의미를 더해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런 뜻에서 이번 결승전 무대도 뉴 웸블리스타디움으로 결정했던 것. 유독 챔스 결승전 장소로 많이 활용됐던 웸블리스타디움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결승무대 선정에서의 국가별 공평분배 원칙을 깨고 예외적으로 영국 런던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예전 '구 웸블리스타디움'이 아닌 신축된 뉴 웸블리스타디움에서 결승전이 펼쳐지게 됐다.
한편으론 영국 팀들의 선전을 기대했다. 지난 시즌엔 첼시가 챔스 우승을 차지하며 이번에도 네 팀 중 한 팀 정도 결승에 오르길 희망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독일 클럽들이 결승 무대에 올랐고 영국은 잔칫날 독일 클럽이 빅이어를 드는, 불편한 진실을 맞이할 처지에 놓였다.
독일팀들 간의 결승 대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는 바로 독일에 대한 라이벌 의식때문이다. 영국과 독일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숙명의 라이벌이다. 유럽의 한일전으로 봐도 무방하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부터 비롯된 둘 간의 정치, 스포츠 분야에서의 라이벌의식은 시대 흐름을 타고 더욱 강해졌다.
여러 차례의 맞대결 속에 시원치 못한 판정들은 둘의 사이를 더욱 멀어지게 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처음 맞부딪힌 독일과 잉글랜드는 연장전 승부를 벌였다.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잉글랜드가 4-2 승리를 거뒀다. 당시 제프 허스트의 골에 대해 독일은 골포스트에 맞고 골라인을 넘지 않았다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엔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다. 16강에서 만난 두 나라간의 대결에서 프랭크 램파드가 찬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을 넘었지만 주심은 골로 인정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당시엔 독일이 4-1 완승을 거두고 8강에 올랐다.
갈등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가운데 이번 독일팀들 간의 결승을 바라볼 영국의 눈초리를 살펴보는 것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독일 클럽들의 선전을 본 영국으로선 배가 아플 법도 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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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