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소재 중 하나는 '이별'이다. 그 중에서도 '영원한 이별'을 뜻하는 '죽음'을 다룬 많은 작품들은 수많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시켰다.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뜨거운 안녕' 언론 및 배급사 시사회에는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죽음을 눈앞에 둔 시한부 환자들이 소중한 이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는 영상이 흐를 때 흐르는 눈물을 닦는 이들이 많이 보였다.
남택수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을 잡은 영화 '뜨거운 안녕'은 전형적인 '최루성 영화'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시한부 환자들의 연령은 다양하다. 과거 조폭 출신으로 뇌졸중 말기 판정을 받은 무성(마동석 분)의 낙은 소시지 반찬과 담배뿐이다. 간암 말기 환자인 봉식(임원희 분)은 죽는 날까지 나이트클럽에서 기타를 연주한다. 하나 뿐인 딸의 등록금을 마련하고 눈을 감아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시한부 환자들의 마지막 둥지인 호스피스 병동의 씩씩한 자원봉사자 안나(백진희 분)는 군기반장이다. 폭행 사건으로 호스피스 병동 사회 봉사 명령을 받은 충의(이홍기 분)도 안나 앞에서는 꼼짝하지 못한다. 그러나 안나 역시 생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한부 환자였다. 특히 그녀의 죽음을 기억해줄 가족들마저 없는 딱한 처지다.
이들과 더불어 관객들의 눈물샘을 짜내게 하는 이는 힘찬이의 어머니(심이영 분)다. 애지중지하는 아들인 힘찬이가 엄마가 없어도 밝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매일 동화책을 쓴다. 과거 어머니의 죽음으로 큰 상처를 받은 충의도 이러한 힘찬의 어머니에 영향을 받는다. 10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소녀인 하은(전민서 분)은 생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너무나 일찍 하늘의 부름을 받는다.
다양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는 잔잔하게 전해진다. 관객들에게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억지를 버린 점이 인상적이다.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지만 묵묵히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삶의 한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 영화는 강조하고 있다.
생이 끝나가도 한줄기 빛을 받으며 떠나기 위해 이들은 밴드를 만든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빨리 떠나고 싶었던 충의도 이들의 삶에 감동을 받아 음악적으로 지원한다. 결국 삶의 벼랑 끝에 선 이들은 한줄기 따뜻한 빛을 온몸으로 느끼며 눈을 감는다. '뜨거운 안녕'은 비극적인 죽음의 순간을 어떻게 하면 보다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배테랑 연기자인 마동석과 임원희 그리고 심이영의 절제된 연기가 인상적이다. 이 영화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 이홍기의 연기는 아쉬움이 남지만 조연 배우들의 분전이 '뜨거운 안녕'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최루성 영화인 '뜨거운 안녕'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프터 어스'와 같은 날 개봉된다. 대작들이 선보이는 시점에서 이 영화는 잔잔한 감동으로 무장하고 있다. 30일 개봉 예정.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이홍기, 심이영, 남택수 (C)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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