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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효성, '민주화' 발언 공식 사과, 누구를 탓해야 할 것인가

기사입력 2013.05.15 19:04 / 기사수정 2013.05.15 20:19

백종모 기자


전효성 공식 사과 어떻게 봐야 하나

[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걸그룹 시크릿의 리더 전효성(23)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그는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화'라는 용어를 부적절한 의미로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전효성은 14일 방송된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에서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거든요. 민주화 시키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전효성이 언급한 '민주화'는 보수 성향을 가진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 등에서 사용되는 용어다. 일베에서 민주화는 특정 게시물에 대한 거부감을 총칭하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방송 뒤 하루가 지난 15일까지 전효성의 '민주화' 발언은 인터넷 상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논란이 되자 전효성은 1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올바르지 못한 표현을 한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하고 적절하지 못한 단어를 사용한 점 반성하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적었다.

전효성이 정확한 뜻을 몰랐다는 말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효성은 '민주화'라는 말을 보수 성향의 네티즌들이 쓰는 방식 그대로 사용했다. 이들은 '민주화 시키다'는 말은 특정 상황이나 상대를 초토화시킨다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용어들은 그 것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인터넷 상에서 유행어처럼 퍼지고 있다. 가령 초등학생들이 모바일 메신저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도 이런 표현을 쓰면서 서로 "재밌다"고 웃기도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효성은 '민주화'라는 말의 뜻은 정확히 알고 사용했다. 그런데 해명 내용이 좀 잘 못 됐다. 아마도 전효성은 '민주화'라는 말이 이런 방식으로 쓰이는 것이 나쁜 줄 몰랐다고 해명하려고 한 것 같다.

인터넷이 생활화 되며 사회적인 어떠한 현상이 전파되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그러는 중에 어떤 행동에 대한 선악 개념이 상실된 채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상의 유행어도 그 중 하나일 것이고, 특정 계층을 비하하는 행위, 남의 신상 정보를 함부로 공개하는 행위 등이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다.

'민주화'라는 말이 문제가 된 상황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게임 해설가 김태형은 한 방송에서 '민주화'라는 말을 게임 중 유닛이나 건물을 파괴하다는 뜻으로 사용해, 전효성과 마찬가지로 해명한 바 있다.


지난 2010년 11월 일본의 걸그룹 모닝무스메 멤버들은 "내가 느낀 한국인의 이미지"라는 글과 함께 눈을 찢는 포즈를 취한 사진을 올려 물의를 일으켰다. 이 행동 또한 일본의 극우 네티즌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었던 것을, 나이 어린 아이돌들이 분위기에 휩쓸려 따라한 것이다. 모닝무스메 멤버들의 나이는 20세 전후였다.

이번 전효성의 발언에 대해 진보 논객으로 잘 알려진 진중권 교수는 "전효성(의 발언)은 원인이 아니라 증상이다. 전효성 개인을 비난할 게 아니라 사회에서 이성의 실패를 탓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이 어린 아이돌만 탓할게 아니라, 선악 가치 판단이 배제된 채 특정 현상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염려해야 할 것이다.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사진 = 전효성 공식 사과 ⓒ 엑스포츠뉴스DB]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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