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컴퓨터 데스크 탑과 노트북, 그리고 스마트 폰이 모바일이 된 현대 사회에서 '타이핑'은 보편화됐다.
그러나 1950년대에는 전문 비서와 타이핑 선수들을 위한 '특별한 기술'이었다.
영화 '사랑은 타이핑 중'은 타이핑이 최고 인기 스포츠 종목 중 하나였던 1950년대 말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타이핑 스포츠 대회 우승자는 현재 스포츠 스타들이 누리는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여성 스포츠가 보편화되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많은 여성들은 '타이핑 대회 우승자'를 선망했다.
프랑스 시골에서 상경한 로즈 팜필르(데보라 프랑소와 분)는 한 보험회사에 비서로 취직한다. 어린 시절부터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타이핑 밖에 없었던 그녀는 사무 능력은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워낙 빠른 타이핑 속도 때문에 보험회사 사장인 루이(로망 뒤리스)의 선택을 받는다.
평소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던 루이는 로즈에게 타이핑 대회에 출전할 것을 권유한다. 로즈는 노르망디 지역 대회에 도전하지만 예선에서 탈락한다. 타이핑 속도는 빠르지만 검지로만 치는 '독수리 타법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로즈는 루이의 엄격한 지도아래 다섯 손가락을 모두 쓰는 타이핑을 연습한다. 경쟁심이 강한 루이는 오직 로즈를 통해 타이핑 대회 우승만을 생각한다. 이와는 달리 순수한 시골 처녀인 로즈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자신의 재능을 이끌어주는 루이에 끌린다.
'사랑은 타이핑 중'은 50년대와 60년대에 유행한 고전 로맨스 영화와 매우 흡사하다. 매너는 있지만 자존심이 강한남자가 순수한 시골 처녀에게 세상과 사랑을 일깨워준다는 내용은 너무나 흔한 스토리다. 또한 극의 흐름은 환희와 슬픔이 교차하지만 영화 시작 때부터 정해진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간다.
너무나 뻔 한 이야기 같지만 고전 로맨스 영화의 향수를 세련되게 완성했다. 배우들의 헤어 스타일과 의상 그리고 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소품은 철저하게 1950년대 파리에 맞췄다. 당시 세계 2차 대전을 마친 프랑스 국민들은 '속도'에 열광했다. 카레이싱 스포츠가 큰 인기를 끌었고 타이핑 대회도 호황을 누렸다.
이 영화를 연출한 레지스 르왕사르 감독은 1950년대 후반 다큐멘터리에서 타이핑 대회가 나오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빠른 속도로 정확하게 글자를 입력한 뒤 시간이 끝나면 두 손바닥을 위로 들어 올리는 행동은 관객들의 웃음을 짓게 만든다.
시골 처녀에서 '타이핑 세계챔피언'을 향해 한걸음씩 정진하는 로즈 역을 맡은 데보라 프랑소와는 이 영화를 위해 3개월 동안 하루에 3~4시간을 투자해 타이핑 연습을 했다. 그녀는 자신이 연기한 로즈를 '여자 록키'라고 칭했다. 프랑소와는 "로즈는 여자 록키와 같다. 그녀는 매우 투지가 넘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평단과 대중들에게 모두 좋은 반응을 얻은 '사랑은 타이핑 중'은 오는 23일 개봉될 예정이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사랑은 타이핑 중 영화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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