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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하리수의 '드랙퀸', 성소수자에 대한 화두를 던지다

기사입력 2013.05.08 14:12 / 기사수정 2013.11.18 18:21



▲ 드랙퀸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어떤 사람들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폐를 끼치지. 그게 바로 나야."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축복이 될 수 있고 힘겨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몇몇을 제외하고는 후자에 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수에 속하지 않는 소수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다수에게 배척받기 마련이다.

그중 성(性)소수자에 대한 억압과 차별은 눈에 띄게 존재해왔다. 성소수자들을 둘러싼 일들은 문제의 경중과는 상관없이 늘 논란거리가 돼왔고, 아무리 시대가 개방되었다 한들 우리나라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아직까지 바뀌지 않고 있다.

뮤지컬 '드랙퀸'은 이러한 성소수자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직설적인 화두를 던진다. '보통'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사회의 음지에서 활동하는 '성전환 이전의 남자 성소수자들'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서 말이다.



이 작품은 클럽 블랙로즈의 '드랙퀸(Drag Queen :화려한 여성복장을 하고 음악과 댄스, 립싱크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남성)' 쇼걸 오마담(하리수 이상곤 분), 지화자(이정국 문민형), 소희(노현), 에밀리(김종남) 등 드랙퀸 4인방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그들 앞에 거물급 폭력조직원 홍사장(강석호 박세웅)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 오마담은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슬픔을 간직한 인물이다. 여장남자로 살면서 엄마를 제외한 가족과는 10년 동안 연락조차 하지 못하고, 자신을 유일하게 여자로 봐준 사람이자 12년 동안 자신을 사랑한 남자는 결국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 "진정한 사랑을 찾는 것이 로또보다 어렵다. 수술해서 여자가 되는 것은 꿈이 아니라 삶이다"는 그의 말에는 보통 사람들이 누리는 평범한 행복조차 경험하지 못하는 드랙퀸들의 아픔이 그대로 녹아있다.



사실 극도의 동성애 혐오주의자 홍사장이 칼에 맞은 자신을 구해줬다는 이유로 갑작스레 오마담을 비롯한 드랙퀸들과 갈등을 풀고 화해하는 과정은 다소 작위적인 느낌을 준다. 오마담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넋두리를 한다거나 소희가 애인이자 클럽 남자 댄서 광준에게 버림받는 장면 등 드문드문 성소수자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억지로 유발하려는 듯한 장면도 보인다. 그러나 코미디라는 장르에 웃음과 솔직함을 입혀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쇼'를 선보였다는 점은 수확이라 할 만하다.


여장 남자로 살아가는 드랙퀸 4인방은 시종 과장된 몸짓으로 노래를 부르고 여자 흉내를 낸다. 억지로 '보통' 사람들의 범주에 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살아가려는 드랙퀸의 모습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본명인 이경은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이번 작품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하리수는 자신의 삶을 직접 얘기하듯 오마담에 자신을 투영해 감정을 분출한다. 하지만 감정의 과잉 탓인지 자연스러움 보다는 오버스러운 면이 강해 아쉬움을 준다. 오히려 하리수와 함께 오마담을 연기한 이상곤 연출이 실제 드랙퀸으로 착각할 만큼 도도와 코믹을 오가며 드랙퀸의 특성을 잘 살려냈다.

무대는 작지만 쇼를 즐기기에 무리가 없다. 배우들이 관객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하거나 관객석 곳곳에 자리한 배우들이 무대로 뛰어오르는 등 소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뮤지컬 '드랙퀸'은 대학로 SH아트홀에서 6월 2일까지 열리며 하리수, 이상곤, 강석호, 이정국, 박재우, 김종남, 지인규 등이 출연한다. 150분. 만 16세 이상. 공연문의: 070-8146-2787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드랙퀸 ⓒ 엑스포츠뉴스DB]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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