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 올림픽 공원 펜싱 경기장에서 프로 배구 출범 후 첫 올스타전이 열렸다. 멋진 선수들과 멋진 경기, 그리고 재밌는 행사들로 기분 좋게 즐길 수 있었던 올스타전이었다.
그들이 뭉쳤다!여자 올스타 경기와 남자 올스타 경기 사이에 흥미를 끄는 경기가 있었다. 바로 왕년의 배구 스타들과 코칭 스태프들의 대결로 펼쳐진 OB 올스타 경기가 그것. 강만수, 장윤창, 최천식, 마낙길, 임도헌 등 왕년의 최고 스타들의 올림피아 팀과 현재 프로 배구팀 감독들인 신영철, 문용관, 김호철, 신치용 감독 등이 속한 KOVOS 팀의 대결로 이루어졌다. 체력적으로 떨어지는 모습도 보이긴 했지만 역시 그들은 스타였다.
강만수 선수가 서브를 넣기 전에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에 관중들은 더 큰 환호를 보냈고, 출전 예정으로 밝혀지지 않았던 박희상 선수의 등장에서도 역시 식지 않는 인기를 보여주었다. 올림피아 팀은 왕년의 스타들을 골고루 기용하며 팬서비스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며, KOVOS팀의 고정된 선수 기용에 가벼운 항의 메세지를 보내기도 했다. 실제로, 신치용 감독, 문용관 감독 등은 코트에 아예 나서지 않고 벤치를 지키는 모습이었다. 올림피아팀은 '돌아온 임꺽정' 임도헌이 파워 넘치는 공격으로 분위기를 이어갔으나, 서남원, 김종화 등이 좋은 활약을 보여준 KOVOS팀에게 아쉽게 패하였다. 승패를 떠나서 OB 올스타들이 그렇게 모였다는 것으로도 의미있는 경기였으며, 쉽게 녹슬지 않는 그들의 실력 또한 확인하며 환호할 수 있었다.
세레모니가 있어 더 즐거웠던 남자 올스타!
K - STAR : 신치용 감독, 문용관 감독
1 이경수(LG화재), 2 윤관열(대한항공), 3 신진식(삼성화재), 4 장광균(대한항공), 5 장병철(삼성화재), 6 박철우(현대), 7 여오현(삼성화재), 8 오정록(현대), 9 최태웅(삼성화재), 10 이동엽(LG화재), 11 이선규(현대), 12 신경수(현대), 13 방신봉(현대), 14 이호남(대한항공)
V - STAR : 김호철 감독, 신영철 감독
1 이형두(삼성화재), 2 장영기(현대), 3 김성채(LG화재), 4 송인석(현대), 5 후인정(현대), 6 김세진(삼성화재), 7 이호(현대), 8 박규택(LG화재), 9 권영민(현대), 10 김경훈(대한항공), 11 신선호(삼성화재), 12 구준회(LG화재), 13 김상우(삼성화재), 14 윤봉우(현대)
경기는 세트 당 22분, 시간제 3세트 경기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1세트는 K스타팀이 초반 장병철의 공격 득점과 이호남의 블로킹과 속공에 의한 득점 등으로, 김세진의 공격이 두드러진 V스타팀에게 앞서 나갔다. 이경수의 첫 득점을 시작으로 더욱 상승세를 탄 K스타는 오정록의 안정된 리시브와 신진식의 공격까지 가세하며 24 : 19로 1세트를 따냈다. 1세트에서 V스타의 이형두가 서브 포인트를 올린 후 처음으로 보여준 앙증맞은(?) 세레모니는 팬들을 더욱 열광하게 했다. 그리고 양팀의 세레모니 릴레이는 이후 계속 이어졌다. 이형두를 필두로 하여 '웃찾사'를 주제로 많은 세레모니를 펼쳤던 V스타와 장광균의 단독 '가위' 세레모니를 시작으로 단체로 지렁이 세레모니, 폭탄 세레모니 등 다양한 세레모니를 보여줬던 K스타 선수들 모두 실력과 재미에서 최고의 모습이었다.
2세트와 3세트에서는 경기 내용도 물론이지만, 무엇보다 선수들의 세레모니가 볼거리로 작용했다. 양팀의 블로킹이 많아지며 그 후에 이어지는 단체 세레모니는 선수들 자신은 물론, 팬들을 더욱 즐겁게 했으며 모든 선수들이 웃는 얼굴로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더 멋지고 좋은 볼거리를 보여주려는 의식이 강해서였는지 양팀 모두 서브 실책이 많이 일어났지만, 그와 함께 멋진 블로킹도 상당히 많이 나왔다. 2세트를 V스타가 따내며 1 : 1의 상태로 맞이한 3세트에서는 앞서거나 뒷서거니 재밌는 경기를 보여주었다. 막판 K스타의 공격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것을 V스타가 역공격하며 점수차를 벌려 결국 26 : 23으로 V스타가 올스타전 승리를 가져갔다. 무엇보다 개인별, 단체별로 선수들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게 한 득점 세레모니는 가장 큰 볼거리였다고도 할 수 있겠다. 3세트에서는 공격 성공시마다 세레모니를 펼치던 V스타가 심판에게 경기 지연에 대한 경고를 받은 재밌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올스타전 치고는 너무 썰렁했던 관중석
경기 내용과 선수들, 행사 등 여러 측면에서 신경을 쓴 프로 원년 배구 올스타전이었지만 관중석은 그에 비해 너무나 썰렁했다. 여자 올스타 경기를 할 때에는 '나중에 남자 경기 할 때 되면 사람들 많이 차겠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생각도 빗나가고 말았다. 프로 배구 관중 동원이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명색이 배구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올스타전인데 호응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에서 할 때는 그 근처에 살지 않고서는 찾아 가기 힘들다는 점이 있지만, 딱 두 번 서울에서 있는 배구 경기 중 하나이며 그 중 하나인 개막전은 이미 지나갔다. '이 정도로 배구 팬이 적은가?', '홍보가 잘 되지 않았던 것인가?' 와 같이 여러 생각이 들면서도 당장에 안타깝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이형두 선수의 인터뷰에서처럼 너무 삼성 중심으로 가는 나머지 경기에 흥미가 떨어진 것 같다는 말도 새삼 와닿았다.
'관중 동원'이라는 단어가 가장 절실하게 와닿는 종목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각도에서 그 어느 때보다, 그 어느 부분보다 신경쓰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실감했다. 이제 시작이고, 시작 하는데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많았던 만큼 당장에 바뀌리라는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선수들, 관계자들, 그리고 팬들이 각각 할 수 있는 분야에서 프로 배구의 발전을 위해 한 마음으로 노력할 때 그것이 실현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이번 올스타전을 통해서, 배구는 팬들에게 파워 넘치는 경기와 즐거움을 주는데 부족함 없는 멋진 종목이라는 것을 느꼈고, 스스로도 더 적극적으로 즐기고 싶다는 생각 또한 하게 되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 프로 배구의 번성을 바라며 계속되는 후기 리그를 기대해본다.
2005 KOVO 올스타전 특별 취재반 김주영 기자, 김광수 기자, 윤욱재 기자
김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