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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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들은 일어서야만 했는가?

기사입력 2005.02.05 10:24 / 기사수정 2005.02.05 10:24

윤욱재 기자

한국 농구의 미래를 짊어 질 신인 선수들을 선발하는 2005 KBL 신인드래프트에서 사상 초유의 집단 퇴장 파동이 일어나 그 이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이 날 드래프트에 참석한 대학 감독들은 울산 모비스가 해외동포 브라이언 킴(한국명 김효범)을 지명하는 순간 벌떡 일어나 선수들을 모두 일으켜 세워 모두 행사장 밖으로 나가도록 지시했다.


순간 행사를 진행하던 관계자들은 물론 드래프트를 지켜보던 팬들 모두 당황했다. 해외동포선수 자격 부여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토록 심각한 문제인줄 아무도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 감독들이 해외동포선수가 국내에서 뛴다는 자체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럼 왜 이들은 일어서야만 했는가?







물론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해외동포선수가 국내 대학 선수들보다 기량이 뛰어나다면 한두 자리 정도 손해 보는 건 사실이다. 
그럼 프로 구단에게서 지명을 받지 못할 경우 다른 돌파구를 찾을 순 없을까?


이제 대학 졸업을 앞둔 멋진 청년들이지만 정작 그들이 사회에 나가서 할 일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들은 학창시절부터 농구공 하나와 평생을 함께한 선수들이다. 학교 농구부에 들어선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하고 농구 하나에만 매달려야 했던 운명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대부분 학업 병행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배운 건 농구 하나 뿐이다. 농구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이다.


일반 학생들의 경우 학교에서 정규 수업을 받고 성적을 관리, 자신의 성적에 맞는 대학에 들어서게 되며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물론 취업이 쉽지 않아 낙방을 하기도 하지만 한두 번 실패로 모든 것이 영영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농구 하나로 살아 온 이들은 다르다. 이들에게 취업을 하고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하는 유일한 길은 프로 뿐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이토록 성공이 희박한 서바이벌 게임 속에 존재해야만 하는가? 만일 이 게임에서 탈락하더라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초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사회에서 살아남긴 힘들다고 봐야한다. 오락실에선 동전만 새로 넣으면 ‘Continue' 할 수 있지만 이들이 치르는 게임에선 탈락이 결정되는 순간 'Game Over'가 됨과 동시에 영원한 ‘Loser'가 된다. 이래서 대학 감독들은 단 한 명이라도 더 'Loser'로 만들지 않기 위해 무분별한 해외동포선수 유입에 반기를 든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희생자가 속출하기 전에 이들이 농구 선수가 아닌 일반 사람으로서 새출발  할 수 있는 첫 번째 방안은 바로 학업 병행이다. 학업 병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사실 학업을 병행한다는 개념을 내세우는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학생에게 학업이 우선이 되어야지 운동이 그보다 앞서면 학생의 본분을 불이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동은 학업을 충실히 소화한 뒤 이뤄지는 '특별활동'의 개념으로 잡혀야 한다. 외국의 경우 연습과 게임 등 모든 활동이 방과 후에 이뤄지며 밤에도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시설과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또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두면 된다. 선수이기 전에 학생으로서 일반 학생들과 동등하게 수업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학업에 매진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웹사이트에서 회원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교육청이 각 학교들 마다 학업 병행을 자율적으로 맡기고 있으나 이를 시행하는 학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계속 상황이 이렇게 이어진다면 강압적으로 나서서라도, 관련 법규를 만들어서라도 학업 병행이 반드시 이뤄지도록 조치를 취했으면 한다.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프로 입문에 실패한 낙오자들이 사회에 적응 할 만큼 교육을 시켜주는 건 당연한 의무가 아닐까? 드래프트 행사장을 빠져나가야만 했던 이들의 모습이 비단 농구계의 일만은 아니기에 학업 병행이 행해지도록 우리 모두 공감대를 조성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진정 한국 스포츠를 사랑하고 밝은 미래를 원하시는 분이라면 주저 없이 ‘찬성’에 손을 들어주리라 생각한다. 아직도 선수촌에서 합숙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만들어지는 올림픽 10위권 진입 목표가 달라지지 않는 이유를 난 이번 드래프트 파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사진 및 사진 편집 / 윤욱재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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