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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무비 레시피] '충무로 여배우 기근' 속에 돋보인 여성 영화들

기사입력 2013.05.06 10:1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최근 한국 상업 영화들 중 여성캐릭터가 전면으로 나선 작품은 단 한편도 없다.

올 상반기 흥행에서 성공한 '7번방의 비밀', '베를린', '박수무당', '신세계', '전설의 주먹'은 모두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특히 네 편 영화는 모두 주연부터 조연까지 남성 캐릭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여성 캐릭터의 역할은 극히 미비하며 남성 캐릭터를 받쳐주는 역할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서 충무로를 대표하는 여성 배우들의 모습이 하나 둘 씩 사라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한국 영화는 심은하, 전도연, 고소영이 '트로이카'로 불리며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는 영화가 많이 발표됐다.

그러나 현재 이들 중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는 이는 없다. 한국 영화가 워낙 여성의 이야기에 소홀하다보니 이름 있는 여배우들은 스크린 대신 방송 드라마를 선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올 상반기에는 여성 캐릭터들이 중심이 된 영화들이 상영됐다. 또한 개봉을 기다리는 작품도 있다.

무비 레시피 재료 : 연애의 온도, 끝과 시작, 노리개, 미나 문방구



연애의 온도(3월21일 개봉) 노덕 감독, 이민기, 김민희 주연


이 영화는 현실과 비슷한 연애를 스크린으로 옮기기 위해 실제 연인들의 다양한 사연들을 토대로 완성했다. 길거리에 지나가는 한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처럼 '연애의 온도'의 내용은 매우 평범하다. 김민희는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20대 여성을 연기했다.

그녀의 연기는 과장이 없고 매우 간결하다. 때론 건조하게 보일 수 있지만 딱딱하기보다는 담백하다는 느낌이 든다. 1999년 '학교2'를 통해 얼굴을 알린 그녀는 드라마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하지만 서른을 넘긴 현재는 자신 만의 색깔을 지닌 '배우'로 성장했다. 충무로를 대표할 여성 연기파 배우 중 한 명이 될 재능도 갖췄다.



끝과 시작(4월4일 개봉) 민규동 감독, 엄정화, 황정민, 김효진 주연


원래 이 영화는 지난 2009년 옴니버스 영화 '오감도'의 에피소드 중 한 편이었다. 그러나 민규동 감독의 손을 거쳐 '장편'으로 다시 태어난 '끝과 시작'은 올해 공개됐다. 1주일 동안 촬영된 이 작품은 세상을 떠난 한 남자(황정민)를 동시에 사랑했던 두 여자(엄정화, 김효진)의 이야기다.

최근 한국 영화에서 두 여성이 중심이 된 영화는 만나기 어려웠다. 비록 2009년에 제작됐지만 '끝과 시작'은 여성 배우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영화에서 오랜만에 만나보는 여성 캐릭터가 중심에 선 영화다. '오로라 공주'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한 엄정화는 '호로비츠를 위하여'(2006), '해운대'(2009), '댄싱퀸'(2012) 등의 작품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발돋움했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내공을 쌓은 김효진의 연기도 매력적이다.



노리개(4월18일 개봉) 최승호 감독, 마동석, 이승연, 민지현 주연


엄연히 이야기하면 '노리개'의 주인공인 마동석이 연기한 이장호다. 이 영화는 자살한 여배우의 다이어리를 뒤쫓는 이장호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주인공 못지않게 극의 흐름을 이끌고 가는 캐릭터는 두 명의 여성이다. 한 명은 성상납의 강요에 못 이겨 죽음을 선택한 여배우 정지희(민지현 분)이고 또 한 명은 억울하게 자살한 여배우 사건의 규명을 위해 투쟁하는 여검사 김미현(이승연 분)이다.

'노리개'는 여배우들의 피해를 고발한 영화다. 또한 그동안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이승연과 민지현을 발굴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승연은 "서른을 넘긴 여배우가 연기할 배역은 한정돼있는 것 같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번 배역은 매우 반가웠다"라고 말했다.



미나 문방구(5월 8일 개봉예정) 정익환 감독, 최강희, 봉태규 주연


현실에서 유머 감각이 뛰어난 이들 중 남자들이 많이 보인다.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들도 남성 캐릭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할 때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들의 유머 감각도 만만치 않다. '웃기는 남자'들이 스크린을 지배한 상황에서 '웃기는 여자'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배우 최강희는 4차원 적인 멘트와 털털한 성격으로 남성은 물론 여성 팬들도 많이 거느리고 있다. 그녀의 매력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작품은 7년 전에 개봉한 '달콤 살벌한 연인'이다. 이후 방송 드라마와 스크린에서 꾸준하게 활동한 그녀는 '미나 문방구'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영화에서 최강희는 한 초등학교 입구에 있는 작은 문구점 사장으로 등장한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엄정화, 김효진 (C) 끝과 시작 스틸컷, 연애의 온도, 끝과 시작, 노리개, 미나 문방구 영화 포스터]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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