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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새 구두를 사야해', 日중년 여성의 고독과 환타지

기사입력 2013.04.24 00:32 / 기사수정 2013.05.02 16:3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 찾기를 포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또한 이혼을 한 뒤 재혼을 하지 않고 홀로 지내는 이들도 많다. 가족의 구애를 받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지만 '고독'은 피하기 어렵다. 최근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독신 여성, 혹은 이혼녀들이 는다. 

영화 '새 구두를 사야해'는 파리에서 홀로 살아가는 여성의 고독과 환상을 그린 작품이다. 젊은 20대 사진작가 센(무카이 오사무 분)은 여동생인 스즈메(키리타니 미레이 분)와 함께 사흘간 일정으로 프랑스 파리를 찾는다. 세느강이 흐르는 도로에서 스즈메는 파리에 머물고 있는 남자 친구를 만나러 떠난다. 홀로 남게 된 센은 파리에서 살고 있는 일본 중년 여성인 아오이(나카야마 미호 분)를 만난다.

아오이는 거리에 떨어진 센의 여권을 밟으면서 구두 굽이 부러진다. 이를 본 센은 아오이의 구두 굽을 수선해주면서 이들은 인연을 맺는다. 파리에서 일본인들이 구독하는 신문을 편집하는 아오이는 지리는 물론 여행 코스에 해박하다. 40대 독신 여성과 20대 젊은이는 파리의 유서 깊은 거리를 거닐며 대화를 나눈다. 나이를 잊고 살아가는 아오이는 20대 젊은이와 거리낌 없이 얘기할 만큼 풋풋하다. 또한 센은 젊은 나이답지 않고 매우 예의가 바르고 배려심이 깊다.

이들은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나누고 해가 질 때까지 수다를 떤다. 취기가 몰려온 아오이는 센의 부축을 받아야했고 결국 그녀의 집까지 동행한다. 센은 아오이가 홀로 사는 집에 방문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요리를 해먹고 사진을 찍으면서 유쾌한 시간을 보낸다.

센은 점점 떠날 시간이 다가온다. 아오이는 파리에서 자신이 이혼녀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사연과 외로움을 잊기 위해 애지중지 키웠던 고양이까지 자신을 떠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녀는 홀로 파리에서 편집자로 살아가는 일에 만족하고 있지만 '고독'의 그림자 속에 묻혀 있었다.

이런 그녀에게 센은 매우 특별한 손님이었다. 센은 외로워하지 말라며 아오이를 안아준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두 사람의 애정은 플라토닉에 가깝고 정신적으로 깊은 유대감을 지닌 '친구'에 가깝다. 아오이에게 3일은 극히 짧았지만 3년 이상으로 특별한 시간이었다. 파리는 '신문 편집자'이자 '파리지엔느'(파리의 여인, 혹은 파리 여성들의 패션 스타일) 아오이에게 '빛의 도시'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깊은 고독감에 젖어있었던 그녀에게는 황량한 사막이기도 했다. 어느 날 문득 찾아온 특별한 손님 센은 적막한 사막에 나타난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중년 여성들의 고독 해소한 환타지 영화


홀로 사는 여성이 10살 이상 차가 나는 연하 남성에게 위안을 받는 스토리는 그동안 자주 변주돼 왔다.  '새 구두를 사야해' 역시 중년 여성들의 환상을 채워주는 로맨스 물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교감하는 과정은 매우 정감 어리게 진행된다. 서로의 사생활을 쉽게 침범하지 않으면서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은 아기자기한 재미를 준다.

파리의 거리, 예술 작품, 그리고 요리와 사진, 애완동물까지 이들이 나누는 대화의 소재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이 영화는 마음이 잘 맞는 남녀의 대화가 어떻게 진행되지를 현실감 넘치게 보여준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진행되는 두 남녀의 이야기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피아노 건반 소리에 맞춰 조화를 이룬다.


감성 멜로의 거장인 이와이 슈윤지 감독이 제작을 맡았고 키타가와 에리코 감독이 시나리오와 연출을 담당했다. 드라마 작가 출신인 키타가와 감독은 '롱베케이션', '뷰티풀 라이프' 등 인기 드라마를 집필해 명성을 쌓았다. '하프웨이'(2010)로 감독으로 데뷔한 그녀는 '새 구두를 사야해'를 통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고하게 다졌다. 그녀는 파리의 거리와 아오이의 집을 통해 아름다운 영상을 완성했다. 피아노와 예쁘게 칠한 주방용품, 그리고 웨딩드레스 등 소품들은 로맨틱 영화의 분위기를 살리는 유용한 도구가 됐다.

18년 전, '러브레터'(1995)를 통해 청순미를 뽐냈던 나카야마 미호가 어느덧 중년의 여성이 됐다. 일본 멜로 영화의 대표작인 '러브레터'와 '도쿄 맑음'(1997)에 출연했던 그녀는 12세 연하 배우인 무카이 오사무와 호흡을 맞췄다. '새 구두를 사야해'에 출연한 나카야마와 무카이는 '비포 시리즈'의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처럼 별도의 대사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듯 연기를 하고 있다.

'러브레터', '4월 이야기'(1998) 그리고 '하나와 엘리스'(2004) 등 이와이 슈운지의 감성 멜로 영화의 계보는 '새 구두를 사야해'로 이어지고 있다. 슈운지의 작품들은 너무 예쁜 장면과 스토리만 골라서 보여주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하지만 각박한 시대에 쉽게 볼 수 없는 '무공해 영화'를 그럴싸하게 완성하는 솜씨는 높이 평가할만하다. 25일 개봉 예정.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새 구두를 사야해 스틸컷]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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