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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변호사의 '사랑과 전쟁'] 이혼 불씨를 품은 고부갈등 '시월드'

기사입력 2013.04.16 16:25 / 기사수정 2014.03.07 18:12

[글]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정] 

"넌 내 아들에게 사준 장난감에 불과해!"

요즘 드라마 '백년의 유산'에서 배우 박원숙씨가 지독한 시어머니로 등장한다. 정말 저런 시어머니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예전에 봤던 영화 '올가미'가 떠올랐다. 글 도입부에 쓴 말은 '올가미'의 유명한 대사다. 시어머니(윤소정)가 며느리(최지우)를 어떤 존재로 보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 시어머니가 저런 사람인데 고부간이 정상이라면 그게 비정상이다. 급기야 며느리는 집을 나오고 아들(박용우)도 어머니의 집착에 대해 환멸을 느끼게 된다.

영화내용을 소개하고자 함이 아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넘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가끔씩 영화 같은 현실에 직면할 때면 영화가 그저 '픽션'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몇 달 전 A씨가 상담을 요청해왔다. 초췌해 보이는 모습에 결혼생활이 많이 힘드셨구나 싶었다. 고부갈등을 호소하는 A씨 입에서 나온 얘기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신혼 집에 들어와 아들의 빨래를 하는 시어머니!

A씨는 남편과 연애할 때부터 시어머니가 아들을 과하게 애지중지한다는 것을 이미 느꼈다. '외동아들이니까 그렇겠지….'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결혼식을 올리고 분가해서 살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퇴근해서 집에 와보니 시어머니가 남편 속옷을 빨고 있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지금 뭐 하시는 거냐고 묻자 "내 아들 빨래 내가 하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야?" 라며 소리를 질러대는 시어머니.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시어머니는 시도 때도 없이 신혼 집에 마음대로 들어와 안방을 뒤지고 남편 월급통장을 관리했다. A씨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부부 사이에 간섭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시어머니가 A씨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면서 "이게 어디서 까불어? 내 말 안 들으려면 네가 나가!"라며 폭행했다. A씨에게 영화 '올가미'는 '현실'이었다.

남편은 처음엔 A씨의 말을 믿지 않았다. 나중에야 자기 어머니의 행동을 알게 되었지만 계속 어머니를 두둔하고 나섰다. 시어머니의 비정상적인 행동만도 미칠 지경인데 남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A씨는 이혼을 결심하고 남편과 시어머니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를 계획하고 있다.

시어머니에게도 혼인파탄 책임을 물어 위자료 청구가 가능할까?


배우자나 그의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 재판상 이혼사유가 된다. A씨의 경우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시어머니를 상대로 혼인파탄의 원인을 물어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을까? 실무에서 흔하게 보는 시어머니의 부당한 대우란 며느리에 대한 무시, 폭언, 폭행 등이다. 하지만, 시어머니를 상대로 별도의 위자료 청구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남편에 대한 위자료 청구에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례와 같이 시어머니의 부당행위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경우엔 위자료청구를 하기도 한다. 법원은 시어머니가 아들이 처자를 내버려둔 채 다른 여자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와 동거생활을 하는 것을 방치하고 그 동거녀를 사실상 며느리로 대우한 경우, 시어머니에게 혼인파탄의 원인행위에 가담한 책임이 있다고 하여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적이 있다.

또한, 남편이 외항선원으로 나가있는 동안 시어머니가 아들의 월급을 관리하며 며느리를 구박하고 폭행한 사안에서 시어머니에게 위자료 지급을 명하기도 했다.

시어머니에 대한 위자료 금액은 배우자에 대한 액수보다 낮게 책정되는 것이 보통이다(약 50%~70% 정도). 하지만, 시어머니의 '악행'이 혼인파탄의 주요 원인이 된 경우는 배우자보다 더 많은 금액이 나올 수도 있다.



앞으로도 계속될 '시월드'

시대가 변하고 고부관계도 많이 달라졌다고들 한다. 얼마 전 끝난 인기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는 '시월드'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며느리도 시어머니도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았던 것.

'올가미'… '넝쿨당'… 고부갈등에 관한 영화나 드라마가 끊이지 않는 걸 보면 평생 풀지 못할 실타래가 '고부관계'인 것 같다.

'사랑하는 남편의 어머니, 사랑하는 아들의 아내…. 이 자체만으로 갈등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필자. 아직도 현실파악 못하는 남편이자 아들인가보다.
 



[글] 김남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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