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의신 김혜수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KBS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 내레이션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이라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나온다. 미스김(김혜수 분)은 비정규직 사원으로 드라마가 꼬집는 우리 사회의 암울한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미스김은 기본 업무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동시에 이러한 일만 처리하는 계약직 사원의 현실을 비춘다. 비현실적인 캐릭터로 설정됐지만 무엇보다 독립된 영역에서 당당히 갑의 권리를 누리며 비정규직이라는 비극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제대로 느끼게 하고 있다.
미스김은 뛰어난 업무 처리 능력을 지닌 계약직 사원이다. 자신만의 영역에서 최선의 결과를 창출하고 자격증도 무려 124개를 보유했다. 이전 직업이었던 투우사와 마트 캐셔 등에서 보듯 다양한 삶을 경험했고 이를 현실과 업무에 충분히 녹여낸다. 미스김은 "저 대신 정규직 3명을 쓰셔도 되겠지만, 저를 쓰시면 그런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을 본전을 뽑게 될 거다"라고 당당히 말하며 신속한 사무용품 정리와 사무실 의자 수리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또 계약직과 단순 노동을 무시하고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지배한다는 장규직(오지호)에게 "당신들이 그렇게 무시하는 계약직, 그런데 왜 당신은 계약직에 기대어 기둥서방 질이냐"고 말하며 기본 업무의 중요함도 역설한다.
미스김은 칼같이 일은 잘하지만 인간관계도 칼같아 어쩌면 사람 냄새 나지 않는 모습으로 비친다. 계약 조건에 따라 자신에게 분배된 업무에만 충실하고 "수당과 점심시간을 위해서 일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녀에게 회식은 '몸 버리는 자살 테러'이며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동료 정주리(정유미)에게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간 외 수당을 독촉한다. 미스김은 회사 동료와 자신을 이분법적으로 편을 가르며 사람들과 대립하고 '독고다이'의 길을 걷는다.
자신의 철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미스김은 분명 차갑게 보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마트 계약 협상에서 전설의 캐셔로 일했던 당시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협상 성공과 함께 행사 매장이 2배로 확대되는 성과를 가져온다. 또 회사 회의에 필요한 USB가 흙더미에 빠졌을 때 크레인을 타고 나타났고 Y-jang 회사 내 마케팅 영업팀의 물량 주문서 작성 실수로 된장 1000통이 반품되는 사태가 벌어졌을 때는 캐셔로 나서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미스김은 "이제부터 된장 건 언급을 금지해달라"며 도리어 장규직에게 자신의 영업력을 선보인다.
도도한 미스김과 유치한 장규직의 대립 관계는 또 하나의 재미 요소다. 상극인 두 사람은 여기저기서 티격태격한다. 장규직은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간섭하며 트집을 잡는다. 사원증을 가진 정규직 장규직은 출입증을 가진 계약직 사원인 미스김 위에 군림하려 한다. 평소 계약직을 깔보고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그는 얄미운 요소가 집약된 캐릭터다. 하지만 미스김은 장규직의 텃세에 신경도 쓰지 않는다. 장규직은 마트 협상 현장에 미스김을 동행하며 자신의 영업 실력을 과시하며 코를 납작하게 할 심산이었지만 오히려 '마트계의 잔다르크' 미스김의 은총을 받게 된다.
백미는 신입사원 환영회였다. 장규직은 신입생들에게 무대 위에서 자신이 하버드 출신이란 점을 내세우며 성대하게 연설을 한다. 이에 청소복을 입고 등장한 미스김은 이를 허장성세로 느끼고 주변에 있던 깡통과 페트병을 의인화해 마구 짓밟기 시작한다.
냉철한 미스김도 따뜻한 인간미를 지녔다. 그녀도 천상 여자일 것이다라는 점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미스김의 도움을 받아 USB를 얻은 정주리가 "미스김은 사실 여린 여자일지도 모른다"고 예측한 것은 베일에 쌓인 미스김의 과거가 슬슬 드러날 것임을 암시한다. 아울러 1회와 2회의 후반부 장면에서 그녀의 천성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1회 마지막 장면에서는 2013년 미소를 지으며 살사 댄스를 추는 미스김의 모습과 2007년 대한은행 화재 사고 당시 오열하며 본관 건물로 뛰어가던 미스김을 대비, 묘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또 2회 엔딩에서는 무정한(이희준)이 캐셔 대결에서 일부러 패한 미스김에게 의외의 따스함을 느끼며 설레는 감정을 느낀다. 미스김의 눈빛은 흔들리며 서서히 밝혀질 미스터리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김혜수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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