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2.22 00:45 / 기사수정 2007.12.22 00:45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늘 우승권을 향해 다가서려고 안간 힘을 쓰지만 그 문턱에서 주저앉은 팀이 바로 LIG 손해보험입니다. 예전 금성시절부터 LG 화재에 이르기까지 이상렬부터 지금의 이경수같은 대형 거포들을 보유한 팀이었지만 이 팀이 고질적인 약점은 이상하리만치 세터에게 있었습니다.
금성 시절, 당시 최고의 거포였던 이상렬과 함께 호흡을 맞춘 최영준 세터는 훌륭했지만 우승을 이루진 못했습니다. 그리고 LG 화재시절의 세터인 함용철도 홍익대 시절엔 유망한 세터로 평가 받던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실업팀에 와선 그리 재미를 보지 못했으며 지금의 이동엽 세터에 이르기까지 이 팀의 문제점은 늘 세터에서 지적을 받았습니다.
올해, LIG 손해보험이 팀에게 들인 공을 보면 우승을 이루기 위한 집념이 가득차 있습니다. 우선, 유럽을 거쳐 이란 대표팀을 맡기까지 국제배구 계에서 명장이란 칭호를 받은 박기원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습니다. 또한, 올 유럽선수권에서 유럽 최강인 러시아를 누르고 우승을 일궈내는데 뛰어난 활약을 펼친 기예므로 팔라스카까지 영입하며 아시아 거포인 이경수와 함께 국내 프로 팀 중 최강의 윙스파이커 진을 만들어 냈습니다.
여기에 대표팀에서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하며 기량이 많이 향상된 하현용도 팀의 중앙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레프트 보공으로 뛰고 있는 엄창섭은 리시브와 공격력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진용을 갖춘 팀이 왜 이번 시즌 들어서 6경기 중 세 경기만 승리하는 반타작의 승률을 기록하며 이토록 고생하는지는 미스테리일 정도입니다. 그러나 배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의 부진이 바로 LIG 손해보험의 발목을 잡고 있었습니다.
배구에서 강팀이 되는 첫 번째 조건 중, 뛰어난 세터가 있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경기의 조율을 맞추고 감독의 지시를 가장 많이 듣는 포지션인 만큼 훈련의 성과를 이룩하고 제대로 된 전술을 구사하려면 세터가 누구보다 잘해줘야 됩니다.
그러나 지금 LIG 손해보험의 세터 진들은 미궁 속에 빠져있습니다. 특히 팀이 야심차게 영입해온 세계적인 공격수의 구미를 전혀 맞춰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LIG의 주전세터 이동엽의 이러한 문제는 이번 시즌 들어 공공연히 노출됐지만 그 절정의 모습이 드러난 경기가 바로 20일에 있었던 2라운드 첫 경기인 현대캐피탈 전이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LIG 손해보험은 0-3으로 완패했습니다.
아무리 못해도 한 경기당 20점 이상을 획득하는 주전 공격수 팔라스카는 이 경기에서 단 6득점에 그쳤습니다. 팔라스카 본인이 생각해도 영 미덥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런 팔라스카를 보고 그의 컨디션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하는 시선도 있었는데 실체는 그렇지 않습니다. 공격수로서 때리기에 너무 무리가 따르는 토스가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원래 국내 세터들이 외국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 고생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따르는 과제입니다. 우선 적으로 국내 공격수들보다 한층 높고 빠른 볼을 올려줘야 되며 수시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만큼 짧지 않은 훈련기간을 통해 서로 호흡을 맞춰나가야 됩니다.
토스의 난조를 보인다고 해서 LIG의 이동엽 세터의 자질에 의문을 품는 의견도 많습니다. 물론 이동엽 세터가 삼성화재의 최태웅 세터처럼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세터는 아니지만 토스의 구질이 나쁜 세터는 절대로 아닙니다. 다만 백토스에 약점을 가진 이동엽 세터가 라이트 공격수이자 빠르고 높은 토스를 좋아하는 팔라스카에게 그 입맛을 다져주는 토스를 현재까지는 제대로 올려주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 문제점 입니다.
물론 이동엽과 팔라스카가 서로 호흡을 맞추려면 앞으로 많은 연습과정도 필요하지만 실전에서 좀더 시간을 가지고 맞춰봐야 합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 참가하고 1라운드에 뒤늦게 합류한 팔라스카는 이제 2라운드가 끝나기도 전, 터키로 날아가 2008 베이징 올림픽 유럽지역예선전에 스페인 대표로 참가해야 합니다. 가지나 한 경기라도 서로 맞춰보는 시간이 중요한데 한동안 팔라스카가 LIG에서 떠나있을 예정이니 박기원 감독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현재 이러한 이동엽 세터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선수 스스로가 잘해주는 것 이외엔 다른 방도는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또 다른 세터인 원영철이 존재하지만 지난 시즌에 캐나다 국가대표인 윈터스의 공격력을 십분 살려주지 못한 점을 생각한다면 역시 LIG는 세터의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듯 합니다.
20일 현대와 LIG 경기에서 드러났듯 아무리 훌륭한 공격수가 포진돼 있다고 해도 세터의토스가 공격수의 구미를 맞추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이제야 계약을 마치고 팀에 합류한 신인 김요한이 버티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최상의 공격수들을 갖춘 LIG가 왜 고전하는 지는 전혀 의심스럽게 볼 문제가 아닙니다.
이날 프로팀을 상대로 마침내 첫 승을 거둔 현대키피탈의 경기력이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세터 권영민의 눈부신 토스가 제대로 먹혔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세터의 분전으로 막강한 현대캐피탈의 미들블로커 진들의 다양한 속공이 불을 뿜었으며 윙스파이커들인 후인정과 송인석, 그리고 박철우 등도 빛을 발할 수 있었습니다.
삼성화재의 윙스파이커진을 보면 이름의 무게에서 LIG 손해보험에겐 가볍게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상의 토스를 올려대는 최태웅이 건재하기 때문에 오히려 삼성화재의 공격 성공률이 높고 팔라스카에 비해 한참이나 지명도가 떨어져 보인 안젤코는 더욱 막강한 화력을 뿜어대고 있습니다.
LIG 손해보험이 앞으로 우승권에 도전하는 팀으로 성장하려면 이름값이 화려한 공격수들의 포진보다 세터들의 기량을 발전시켜 나가야 됩니다. 이제 한동안 팀에서 떠나 있다가 다시 돌아올 팔라스카의 위력을 살려줄 토스에 대해서 박기원 감독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진 =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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