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의 종영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죄는 지은대로 가고 덕은 닦은 대로 간다.'
백광현이라는 영웅의 성공스토리를 담은 '마의'가 권선징악의 교훈을 남기며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25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마의'(극본 김이영, 연출 이병훈 최정규) 마지막회에서는 어의가 된 광현(조승우 분)이 숙휘공주(김소은), 사암도인(주진모), 소가영(엄현경) 등 주위 사람들의 축하 속에 지녕(이요원)과 혼인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의관으로서 가장 높은 자리인 어의에 오르게 된 광현은 이전의 어의와 달리 의관들, 의녀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가 하면 백성들을 위해 내의원의 외부 진료를 당번에 따라 순환근무하게 하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개혁을 시행하며 진정한 인의의 길을 걸었다.
'마의'는 사실 전형적인 영웅담에 가깝다. 미천한 마의였던 광현이 어떻게 어의로 성공하는지, 또 어떻게 모든 사람의 존경과 신임을 받는 인의가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광현은 명문가 자제이자 의관이었던 강도준(전노민)의 아들로 결국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안고 태어났다. 어찌보면 예정된 성공스토리였다.
이러한 광현의 성공담은 그가 겪는 시련과 역경의 강도와 비례할수록 드라마틱하게 부각됐다.
태어나자마자 지녕과 신분이 뒤바껴 미천한 마의로 살아가게 된 광현은 냉혹한 현실의 벽 앞에서 너무나 많은 좌절을 경험한다. 만일 이러한 고난이 없었다면, 우여곡절 끝에 인의가 되고 임금의 병을 치료하는 어의가 되기까지의 그의 성공 과정은 지금처럼 빛나 보이진 않았을 터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광현에게 고난이 닥치고 이것이 해결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지루한 전개가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게 됐다. 사극은 물론 현대극에서 주인공들이 대부분 성공의 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마의' 역시 이러한 스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진부한 느낌을 준 것이다.
방영 전부터 그가 성공하리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터였지만, 죽음의 위기를 여러 차례 맞으면서도 그 때마다 목숨을 부지하는 광현의 모습은 시청자의 흥미를 반감시켰다.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못 고치는 병이 없는 그의 완벽한 모습도 현실성을 떨어뜨렸다.
뚜렷한 선악의 구도 또한 진부하다는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이명환과 광현의 대립은 초반부터 후반까지 줄곧 원색적인 선악 구도로 단순화 됐다. 이 때문에 권선징악, 인과응보의 교훈을 안고 있는 다수의 드라마들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이 드라마는 사극의 거장이라 불리는 이병훈 감독의 작품으로 일찌감치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인물들과 소재만 달라졌을 뿐 '허준', '대장금', '상도', '서동요' 등 이병훈 감독의 전작들과 비슷한 전개로 식상함을 낳았다.
극중 이요원의 미미한 역할도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조승우와 함께 '마의'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이요원은 광현의 든든한 조력자 정도로만 그려지며 차츰 개성을 잃어갔다. 또 중견배우 김혜선과 신인 조보아는 때아닌 연기력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광현의 주변 인물로 투입된 개성 강한 등장인물들이 인물의 다변화와 극의 다양성을 이뤄내는데 큰 도움을 줬다.
조선시대 공주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발랄한 숙휘공주와 진정한 스승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 사암도인, 4차원 소가영 등이 이에 해당된다. 사극이라는 가장 정형화된 장르에서 최대한 참신하고 신선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인물들의 등장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기 충분했다.
식상하고 진부하다는 혹평 속에서도 '마의'는 착한 사람이 복을 받고 꿈이 있는 자는 성공할 수 있다는 고전적인 교훈을 그리며 그 자체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올바르게 살아가는 광현의 모습은 지치고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인간상을 제시했다.
마지막회에서 광현은 그동안의 고생을 보답받기라도 하듯 일과 사랑을 다 이루며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비록 예상되고 뻔한 결말이었지만 선악 구도라는 좁고 낡은 틀 안에서 탄생한 백광현이라는 인물만큼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진정성이라는 무기 하나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흡인력 있게 파고든 광현이야말로 '마의'가 남긴 가장 빛난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마의 ⓒ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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